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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실남 Oct 06. 2020

반 아이들에게 최고의 과외 선생님을 소개해줬습니다.

선생님: 얘들아~~ 너희들 옆에서 항상 올바른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도와주는 사람이 있다면 어떨까? 혹은 너희들이 능력을 최대한으로 발휘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무언가가 있다면 어떨까?
시윤(가명): 당연히 있으면 좋죠. 약간 웹툰 갓오하(갓오브하이스쿨)에 나오는 차력 느낌 말씀하시는 건가?
선생님: 어, 맞아. 네 말대로 갓오하에 나오는 차력사에 비유할 수도 있겠다. 아니면 웹툰 사신소년 같은 느낌이랄까?
갓오브하이스쿨(왼), 사신소년(오): 둘 다 자신보다 큰 존재에게 조언을 얻거나 힘을 빌려온다는 공통점이 있다.


평소 웹툰에 관심이 많은 아이들이 눈을 반짝이며, 집중하는 것이 느껴졌다.

좋아, 이 느낌 그대로 수업을 이어가 보자.


선생님: 오늘 선생님이 갓오하나 사신소년처럼 큰 힘을 빌려주거나 조언을 해줄 수 있는 존재를 찾는 방법을 알려주려고 하는데, 어때? 배워볼래?
학생들: 에이~~~ 거짓말하지 마요. 그런 게 어딨어요?
선생님: (웃음) 배우기 싫으면 말고~ 그럼 그냥 수업하자~~
학생들: (다급하게) NONONO!!! 쌤 한 번 배워보고 싶어요. 해봐요~~
선생님: 너네들 지금 수업하기 싫어서 그러지? ㅋㅋㅋ
학생들: (웃음) 아니에요~~ 얼른 가르쳐 주세요!!!


칠판에 나의 최고의 자아(나의 가장 이상적인 모습)와 반자아(나의 안 좋은 면들의 집합체) 이미지를 그렸다.

내 최고의 자아 알렉산더와 반자아 까망이


성원(가명): 와... 선생님 그림 실력 피카소 뺨치네요!!!
선생님: 성원이 너 사회생활 잘하겠다 ㅋㅋ
자림(가명): (귓속말로) 헐~~~ 저렇게 그림 못 그리는 선생님은 처음 봤어...
선생님: 자림아~~ 다 들리거든? 내 그림이 어때서? 얼마나 멋진데!!! 음하하하하하ㅏ
학생들: 헐~~~~~~


선생님의 그림 실력에 대한 논란(?)을 잠재우고 아이들에게 최고의 자아와 반자아의 개념에 대해서 설명해주었다. 

선생님: 얘들아~ 최고의 자아는 자신이 보여줄 수 있는 가장 이상적인 모습을 말해. 선생님의 최고의 자아 이름은 알렉산더야. 선생님이 좋아하는 호랑이의 모습을 띠고 있지. 음... 일단 알렉산더는 굉장히 박학다식하고 지혜로워. 그리고 도전정신이 강하고 새로운 지식을 배우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지. 그리고 유머감각도 뛰어나. 아주 굉장한 친구지!
학생들: (신기하다는 듯이)오...  근데 저기 반자아는 뭐예요? 
선생님: 반자아는 최고의 자아와 반대되는 개념이야. 나의 안 좋은 점들을 다 모아놓은 느낌이랄까? 내 반자아의 이름은 까망이야. 뭔가 이름이 귀엽지? ㅎㅎ 귀여운 이름과는 달리 까망이는 매우 충동적이야. 또 한 번 삐지면 얼마나 오래간다고... 게다가 게으르기까지 하지. 자기 합리화도 엄청나! 까망이가 폭주하면 그 누구도 말릴 수 없지. 딱 한 명 빼고 말이야. 바로 최고의 자아, 알렉산더! 알렉산더가 까망이에게 의식의 지팡이를 휘두르면 까망이의 폭주는 멈추고, 귀여운 까망이로 돌아온단다. 사실 너희들의 단점들도 잘만 다듬으면 장점이 될 수 있단다!


내 설명을 듣고 있는 아이들의 눈동자가 초롱초롱 빛났다. 마치 마치 애니메이션이나 게임에 나오는 캐릭터 같은 최고의 자아와 반자아에 흥미가 생기나 보다. 분위기 좋다! 아이들에게 바로 학습지를 나누어주었다.

자신의 최고의 자아, 반자아를 찾는 것을 도와주는 학습지(아내가 만듦)


선생님: 먼저 자신의 긍정적인 모습에 해당되는 것을 체크해봐. 최고의 자아의 특성들도 한 번 적어보고~
성원(가명): 선생님, 근데 저는 장점이 없는데요? 아무리 생각해도 안 떠올라요...
선생님: 성원이 네 장점들이 얼마나 많은데? 일단 유머러스하고, 엉뚱해서 가끔씩 귀엽기도 하고, 가끔씩 선생님 말도 잘 듣기도 하고~
성원(가명): 선생님? 근데 단점처럼 들리는 느낌적인 느낌은 뭐죠? ㅋㅋㅋㅋ
선생님: 농담이고~~ 선생님 생각에는 성원이 네 안에는 이미 장점들이 있는데, 아직 네가 발견을 못 한 거라고 생각해. 지금 선생님 앞에 있는 너희들은 모두 무한한 잠재력이 있어! 그러니깐 지금 자신에게 없는 장점이라도, 만약 자신이 진정 원하는 성격이나 모습이 있다면 그것을 최고의 자아에 포함시켜도 돼~


아이들은 각자 열심히 자신만의 최고의 자아의 특성을 적었다. 생각보다 진지하게 고민하길래 깜짝 놀랐다.


선생님: 자, 특성 다 적은 사람들은 이제 그림 한 번 그려보세요! 그림 못 그려도 괜찮아요~ 선생님도 그림 엄청 못 그리는데 그렸잖아? 그림을 잘 그리는 것보다 자기 머릿속에 최고의 자아의 명확한 이미지가 들어있는 게 더 중요해요!


그때 다시 엉뚱한 성원이가 질문을 했다.

성원: 쌤~ 제 최고의 자아 좀 봐주세요. 존시나 어때요?
선생님: 엥? 존시나? 프로레슬링 선수 아니야? 선생님 너만 할 때도 있었던 선수인데? 네가 존시나를 어떻게 알아?
성원: 후훗... 다 아는 방법이 있죠.
선생님: 장난치지 말고~
성원: 쌤~ 장난 아니에요. 저 진짜 존시나 존경해요. 엄청 성실하고 기부도 많이 하고 봉사활동도 많이 하고!


(나중에 인터넷에서 검색해보니 성원이의 말은 사실이었다. 헐~~~)


아이들이 그리는 최고의 자아와 반자아의 모습은 다양했다. 기존에 있는 웹툰이나 애니메이션을 모방한 캐릭터들, 평소 존경하던 인물, 동물, 사물 등등...


생각보다 아이들이 진지하게 활동에 임해서 깜짝 놀랐다.



활동이 끝났다. 자신만의 최고의 자아를 찾아서 만족한 표정을 짓는 학생들도 있었고, 시간이 부족해 아직 완성을 못 해 아쉬워하는 학생들도 있었다. 


"자~ 오늘 다 못 끝낸 친구는 집에서 곰곰이 생각해보세요! 자, 이건 그냥 숙제가 아니야. 진짜 너희들 자신을 위해서 하는 거야."


작년 이맘때 베스트셀프 책을 읽고, '내가 효과를 보면 다음에 우리 반 아이들한테 꼭 가르쳐줘야지!'하고 다짐했었는데, 뭔가 감회가 새롭다. 오늘 수업은 나름 성공적인 거 같다. 아이들이 각자 자신의 최고의 자아를 조언자 삼아, 이 세상을 보다 행복하고 즐겁게 살아갔으면 좋겠다.


https://brunch.co.kr/@lk4471/288


우리 반 아이들의 최고의 자아



우리 반 아이들의 반자아


#최고의자아 #조언자 #베스트셀프



<참고문헌>

「베스트 셀프」- 마이크 베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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