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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실남 Oct 17. 2020

선생님, 제 적성에 맞는 게 없는 거 같아요.

"선생님, 제 꿈을 잘 모르겠어요."


우리 반 은진(가명)이가 자신의 진로와 관련해서 나에게 상담을 요청해왔다.


"예전엔 진짜 하고 싶은 것들이 많았거든요? 체육 선생님, 복싱 선수, 요리사, 소설가, 화가, 피아노 선생님 등등 정말 하고 싶은 직업들이 많았는데, 요즘에는 별로 흥미가 안 생겨요."


"왜 그런 거 같아?"

"솔직히 말해서, 그 직업들이 제 적성에 맞는지 잘 모르겠어요. 예전에는 피아노 선생님이 되고 싶어서 피아노를 정말 열심히 쳤거든요? 근데 지금은 재미가 없어요. 실력도 안 늘고... 복싱도 마찬가지예요. 지금 6개월째 다니고 있는데, 처음에 좀 실력이 늘다가 지금은 그대로예요. 실력이 안 느니깐 재미도 없고... 이외에도 여러가지 해봤는데 딱히 저한테 맞는 게 없더라고요... 제 적성에 맞는 걸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요?"

"흠... 선생님 생각에는 지금 네 경우를 '적성에 안 맞다.'라고 표현하는 게 잘못된 거 같은데... 그런 표현은 정말로 본인의 성격이나 능력에 안 맞을 때 쓰는 거야. 예를 들어, A라는 초등학교 선생님이 있다고 가정해보자. 근데 이 A는 대인기피증과 공황장애가 있어. 학생들 앞에만 서거나 학부모들과 상담을 할 때 너무 힘들어. 이런 경우에 적성에 안 맞다고 표현할 수 있는 거지."


"(이해한다는 듯이)아... 그럼 저의 경우는 뭔가요?"


"선생님 생각에는 네가 성장을 하면서 당연히 겪는 지루함이나 고통을 네 적성에 맞지 않아서 느끼는 거라고 착각하고 있는 것 같아. 과연 네 적성에 맞지 않아서 그 고통을 느끼는 걸까? 혹시 선생님이 예전 1학기 때, 너희들한테 항상 강조했던 말 기억나?"


성장통 없는 성장은 없어.


"은진아, 성장통 없는 성장은 없어. 누구나 어떤 일을 하다 보면, 아무리 그 일이 예전에 재미있었다 하더라도 지루한 순간은 반드시 오고, 실력 또한 잘 늘지 않는 그런 고통스러운 순간들이 생기기 마련이야. 김연아 선수는 피겨스케이팅 연습을 하면서, 항상 즐거웠을까? 네가 좋아하는 BTS는 노래랑 안무 연습할 때마다 즐거웠을까? 분명 그들도 지루함과 실력이 정체됨을 느꼈던 시기가 분명 있었을 거야. 그때 그들이 적성에 안 맞는 거 같다고 포기했다면 지금의 그들이 있을까?"


"아니요... 흠... 제가 좀 생각을 잘못한 거 같아요. 적성에 맞는 걸 찾으면, 다 행복하고 좋을 줄로만 착각하고 있었어요. 음... 근데 그럼 선생님, 저는 이제 어떻게 해야 하는 거죠?"


"음... 선생님이 예전에 얘기했던 거 있잖아. 성장을 하려면 꾸준함과 임계점 돌파가 필요하다고 했던 거 기억나지?"


"네. 기억나요."


"일단 적성 이런 거 생각하지 말고, 최소한 6개월 이상 무엇이든 꾸준하게 노력해봐. 꾸준히 하다 보면, 분명 좋은 성과가 있을 거야. 그때도 아무 변화 없다면 그때 선생님이랑 다시 얘기해보자."


"넵!" 


"아~ 그리고 너는 아직 적성을 얘기할 단계가 아닌 거 같아. 지금 너의 경우는 마치 아기가 몇 번 걷는 걸 시도하다 실패하고, '걷는 것 내 적성에 안 맞는 거 같아.'하고 걷는 것을 포기하는 느낌이랄까? ㅋㅋㅋ"


"ㅋㅋㅋㅋ에이~ 선생님 그 정도는 아니에요."


"아기가 걷기 위해, 수십 번, 수백 번 시도하고 실패하는 것을 반복하는 것처럼, 선생님은 네가 적성이라는 핑계 대지 말고, 최대한 많은 도전과 실패를 했으면 좋겠어. 적성을 찾는 것을 넘어서, 다양한 도전을 통해서 네가 아예 새로운 적성을 만들었으면 좋겠어. 선생님 말 무슨 뜻인지 알겠지?"  


"네~~!!!"


"오늘 해답을 좀 찾은 거 같아?"


"네. 답을 찾은 거 같아요!"


"좋아! 화이팅해보자!"


교실을 나서는 은진이의 표정이 밝아 보였다.



#고통 #적성 #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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