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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실남 Dec 04. 2020

졸지에 김미영 팀장이 될 뻔하다.

작년 이맘때 있었던 일이다. (이번에도 문자 관련한 에피소드다. ㅎㅎ) 


주말 저녁, 밥을 먹다 문득 좋은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내일 아침 방송 조회 때 틀어야 할 스마트폰 중독 예방 영상을 기존의 공문에 제시된 영상 말고 얼마 전에 우리 방송부 아이들이 직접 만든 영상을 트는 건 어떨까?(당시 난 방송담당)'


아이들이 아는 얼굴과 배경들이 나오니, 좀 더 교육적 효과가 좋을 것 같았다. 내 바로 윗 결재선인 정보부장님께 허락을 받고 동영상을 트는 게 맞는 거 같아서, 실례를 무릅쓰고 바로 부장님께 문자를 보냈다. 



'오예~ 잘 마무리했고~~'


부장님과 이렇게 카톡을 마치고, 얼마 남지 않은 주말의 여유를 즐기고 잠자리에 들려던 참이었다.


근데 갑자기 느껴지는 쎄한 느낌...


'어... 가만 생각해보자. 우리 부장님은 ^^라는 이모티콘 잘 안 쓰는데? 그리고 평소에 카톡 프사도 없었던 거 같은데? 그리고 왜 남자 사진이 프사로 되어있지?(부장님은 여성이었음.) 남편분인가?'


다시 카톡을 확인해보고 나는 황당함을 금치 못했다.


부장님이 아니었다! 방금 내가 카톡한 사람은 동명이인의 대학 동기였다!!! (심지어 남자) 


'헉... 뭐지... 잘못 문자를 받았으면, 잘못 받았다고 얘기를 할 것이지 이건 또 무슨 경우지?'


장난의 경우도 생각을 해보았으나, 이 친구와 나는 그렇게 친한 사이가 아니었다. 대학교 1학년 때, 잠시 농구 동아리에서 같이 활동을 했다는 거, 군 조교로 복무 중일 때 훈련병인 이 친구를 좀 챙겨준 거 말고는 딱히 접점도 없었다.




(다음날)


하루 종일 이 친구와의 카톡대화가 떠올랐다.


'뭐지, 왜 그렇게 문자를 보냈을까?'


난 궁금한 건 못 참는 성격이다. 퇴근 후 집에 돌아온 뒤, 당장의 민망함을 무릅쓰고 이 친구에게 전화를 해보기로 했다.


따라땅땅 따라땅땅 땅!, 따라땅땅 따라땅땅 땅!(보이스톡 통화 연결중)


"(한참 있다가) 여보세요?"


잔뜩 긴장한듯한 친구의 목소리가 들렸다.


"어, 00아 오랜만이다."


"(잔뜩 경계중) 누구세요?"


"나 예전에 너랑 같이 농구 동아리 했던 00이야. 오랜만이다. ㅎㅎ"


"(아직도 긴장의 끈을 놓지 않은 채) 00이 확실한 거 맞죠?"


"맞다니깐. ㅋㅋㅋ 너 3년 전에 훈련병으로 왔을 때, 그때 내가 너 챙겨줬었잖아. 기억 안 나?"


"(그제야 안심한 목소리로)와... 나 진짜 식겁했다... 보이스피싱인 줄 알았잖아. 갑자기 너한테 뜬금없이 부장님이라고 연락이 와서 진짜 무슨 김미영 팀장 그런 건 줄 알았어. 전화까지 와서, 혹시나 무슨 일 생길까 봐 정말 놀랬네... 와... 그나저나 진짜 오랜만이네."


"그러게, 그래도 대학 다닐 때는 가끔씩 얼굴이라도 마주쳤었는데, 발령받고 나니깐 서로 얼굴 볼 일이 별로 없네. 그때 군대에서 너 잠깐 본 이후로 3년 만이네. ㅎㅎ"


"그때 네가 몰래 준 콜라 진짜 꿀맛이었는데... 그때는 네가 정말 천사처럼 보이더라. ㅎㅎ 고맙다."


우리는 한참 동안 옛 추억 회상으로 이야기꽃을 피웠다. (대학 다니면서 이 친구와 대화한 내용을 전부 합친 것보다 이 날 대화한 내용이 더 많았을 듯....ㅎㅎ)



근데 아무리 생각해도 저 문자 내용을 보이스피싱으로 착각한다는 게 아직도 의문이다. (친구의 상상력이 풍부한 걸로...ㅎㅎ)

 

어쨌든 그렇게 김미영 팀장 사건은 마무리되었다고 한다.



#보이스피싱 #김미영팀장 #대학동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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