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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실남 Dec 23. 2020

악덕 오너가 되기로 했다.

"아... 영국에 변종 바이러스가 확산되고 있다는데, 혹시 백신이 안 통하면 어떻게 하지? 확진자 숫자가 계속 늘어나고 있는데, 내년에도 코로나가 안 잡히면 학교는 어떻게 되는 거지?"


"지난주 주말에 너무 시간을 많이 낭비했어... 글 쓴 거 빼고는 아무것도 한 게 없잖아... 왜 나는 항상 이모양일까..."


"지금 내가 쓰는 글을 독자님들이 좋아할까? 혹시 싫어하는 것은 아닐까?"


하루 종일 머릿속에 온갖 생각들이 떠오른다. 그 생각들의 대부분은 미래에 대한 걱정과 과거에 대한 후회 같은 부정적인 생각들이다. 나도 모르게 부정적 생각들을 곱씹는다.


그렇다면 이 부정적 생각들을 떠올리고 곱씹는 행위는 잘못된 것일까? 니르 이얄, 줄리 리 작가의 저서, <초집중>의 인용구를 살펴보자.


행복감은 애초에 오래 유지될 수 없다. 기나긴 진화 과정에서 우리 뇌가 거의 항상 불만족하도록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우리가 이렇게 생긴 이유는 간단하다. 만족과 쾌락이 영원하다면 지속적으로 더 나은 편익이나 발전을 추구할 유인이 거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중략) 부정 편향은 "부정적인 사건이 중립적이거나 긍정적인 사건보다 큰 현저성을 띠면서 더 강력하게 관심을 요구하는 현상"을 말한다. 부정 편향이 진화 과정에서 유리하게 작용했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좋은 건 그냥 좋은 거지만 나쁜 건 우리 목숨을 앗아 갈 수 있다. (중략) 반추는 나쁜 경험을 자꾸 곱씹는 것이다. 사람은 반추를 통해, 잘못된 일과 그것을 바로잡을 수 있었던 방법을 생각함으로써 과실의 원인이나 다른 전략을 찾을 수 있고 결과적으로 향후 문제의 재발을 방지하고 더 나은 행동을 할 가능성이 생긴다.
-니르 이얄, 줄리 리, <초집중>, p.46-47-


그렇다. 사실 이 부정적 생각을 떠올리는 것, 그리고 곱씹는 것 자체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이는 우리의 본성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태어난 걸 어떻게 하겠는가? 더군다나 부정적 생각이 우리에게 해롭기만 하다는 일반적인 통념과는 달리, 부정 편향과 반추는 우리가 좀 더 나은 삶을 추구하고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도 한다.




문제는 부정적 생각에 과도하게 사로잡혔을 때 나타난다. 코로나 확진자가 늘어나는 것을 걱정하는 자체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 걱정을 함으로써, 우리는 앞으로의 상황에 미리 대비를 하거나 맞춤 전략을 짜는 등 더 나은 행동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생각 자체에 먹혀버리는 경우는 다르다. 하루 종일 코로나 라이브를 켜서 확진자만 쳐다보거나, 아무런 행동 없이 걱정만 하는 행위는 생각에 먹힌 경우다.


주말을 나태하게 보낸 것을 후회하는 행위 자체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오히려 반성을 통해, 더 나은 오늘을 보내기 위해 노력할 수 있다. 하지만 후회라는 생각에 먹히게 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하루 종일 후회, 자책에 빠져, 오늘도 나태하게 보내는 행위 또한 생각에 먹힌 경우다.


또한 생각에는 다음과 같은 특징이 있다.

마음챙김 명상에서 말하는 '부정적 생각'이라는 말에는 어떤 생각은 절대적으로 좋은 생각이라거나 나쁜 생각이라거나 하는 가치 판단적 기준이 포함되어 있는 것이 아닙니다.  -마보 마음챙김 명상 中-


우선 우리의 생각은 절대적으로 좋고, 나쁨이 없다. 지금 상황에는 이 생각이 나에게 이로울 수 있지만, 또 다른 상황에서는 아닐 수도 있다. 예를 들면, 농구 경기 중에 상대팀을 향한 투쟁심, 승부욕은 경기를 이기는 데 도움이 되지만, 회사에서 팀 프로젝트를 하는데 같은 팀 동료에게 이런 생각을 품으면 곤란하다.


북극곰을 생각하지 않으려고 해 보라. 그러면 그 빌어먹을 것이 1분마다 떠오를 것이다.
-표도르 도스토옙스키-


또한 러시아 작가 토스토옙스키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생각은 통제하기가 힘들다. "나는 이 생각은 하지 않을 거야." 혹은 "나는 이 생각만 할 거야."는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사로잡혔을 때 위험한, 절대적으로 좋고, 나쁨이 없는 그리고 통제 불가능한 생각을 우리는 어떻게 다루는 것이 좋을까?


다만 우리는 그 생각을 따라갈지 말지, 그 생각들을 행동으로 옮길지 말지만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거기에 기준점은 '좋은 생각', '나쁜 생각'이라는 우리의 흑백적 판단이 아니라 과연 그 생각이 지금 나에게 이 순간 이로운 것인가, 아닌가 하는 실용적 판단입니다.
-마보 마음챙김 명상 中-


위와 같이 생각을 취하기 전에 우리 스스로에게 이렇게 질문해보자.


이 생각이 지금의 나에게 도움이 되는가?


만약 도움이 된다면 생각을 행동으로 옮기자. 이때 주의해야 할 점은 생각은 도구로만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생각 자체가 목적이 되면 안 된다. 도구가 내 인생을 다스리게 해서는 안 된다.


만약 생각이 지금의 나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 다시 흘러가도록 내버려 두자. 아무리 부정적이거나 자극적인 생각이더라도, 우리가 생각을 생각 그 자체로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흘러가도록 내버려 둔다면 생각은 구름과 같이 그냥 지나간다.




문득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나만의 생각 활용법을 만들었다. 우선 머릿속에 면접실 안에 있는 회사의 오너(나)와 면접자(생각)를 떠올렸다. 오너는 심층면접을 통해, 이 면접자가 과연 우리 회사에 도움이 될지, 안 될지 면밀히 따져본다.


면접자가 자기 회사에 도움이 될 것 같다고 판단이 되면 바로 채용을 한다. 허나 회사에 조금이라도 해를 끼친다 싶으면 가차 없이 바로 잘라 버린다. 훗날 상황이 달라져, 그 사원이 회사에 필요하게 되면 다시 고용한다. 이 오너에게 직원의 마음, 형편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 오직 회사의 안위만을 생각하는 악덕 오너이다.


적어도 생각에 있어서 만큼은 난 악덕 오너가 되기로 결심했다.


이 생각(면접자)이 지금의 나(회사)에게
도움이 되는가?



#생각 #부정편향 #악덕오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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