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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실남 Dec 29. 2020

내 구독자수와 조회수는 가짜다.

6개월 전, 나는 매일 글을 쓰기로 결심했다. 그 이유는 나 자신의 성장을 위해서도 있지만, 꾸준함의 힘을 우리 반 아이들에게 직접 보여주기 위함도 있었다. 지금 당장은 부족하지만 꾸준하게 노력하면 언젠가는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다는 것을 아이들에게 몸소 보여주고 싶었다.


글쓰기를 시작한 지 4개월째, 꿈만 같았던 100만 조회수와 구독자 400명대를 달성했다. 초등학생 때 일기 말고는 제대로 글을 적어본 적이 없던, 글쓰기를 싫어하던 내가 구독자 400명대 작가라니, 감개무량했다. 얼른 우리 반 아이들에게 성과를 보여주고 싶었다.



(다음 날)


"얘들아. 선생님 드디어 100만 조회수 넘었어! 처음 글 쓸 때만 했어도 꿈도 못 꿔본 숫자인데! 진짜 꾸준히 하니깐 되나 봐!"


"우와! 선생님 축하드려요."


"선생님, 그럼 이제 구독자수는 얼마예요?"


"447명!"


반에서 좀 똑똑한 친구가 나에게 말했다.

"에이~~ 선생님 100만 조회수인데 구독자수가 고작 447명 밖에 안 돼요? 최소한 수십만 명의 사람들이 선생님의 글을 읽었을 텐데 구독자수가 고작 몇 백?"


(갑분싸...)


갑작스럽게 제자에게 팩트폭행을 당하고 나는 할 말을 잃었다.


"(한참 고민) 음... 지금 현재는 선생님이 글 실력이 많이 부족해서 구독자 유입이 적은 거 같아. 인정할 건 인정해야지. 꾸준히 하면 언젠가는 글 실력도 늘겠지?"


아이들 앞에서 애써 당황하지 않은 척, 쿨하게 그 상황을 넘겼지만, 하루 종일 제자의 말이 내 귓가에 맴돌았다.


고작. 고작. 고작. 고작. 고작. 고작. 고작...


그날 자기 전까지 제자의 말을 곱씹으며 나를 괴롭히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고는 있는 그대로의 나를 인정하기로 했다.


'그래. 제자의 말이 맞아... 그동안 내가 꾸준히 노력한 건 맞지만, 아직 글 실력이 부족한 건 맞잖아? 그리고 솔직히 조회수도 구독자수도 다음 메인 덕분에 운이 좋아서 증가한 거지, 순수한 내 실력은 아니잖아? 그래 운을 실력으로 착각하지 말자. 인정할 건 인정해야지. 그래야 앞으로 좀 더 성장할 수 있는 거야.'




(2달 뒤)


두 달 사이, 나는 조회수 180만, 구독자수 700명대를 달성했다. 이전 4개월에 비해서, 구독자, 조회수 증가율도 배로 상승했다. 이만큼 내 실력이 오른 걸까? 과거 내 제자의 말을 떠올리며, 팩트체크를 해보았다.


-조회수 증가 이유: 다음 메인, 브런치 인기글에 내 글이 많이 오름(내가 글을 잘 써서가 아닌, 신혼부부, 가정, 직장 같은 메인으로 올라갈 만한 소재를 사용하고 클릭할 만한 제목을 지었기 때문에... 한마디로 소재빨, 제목빨이 컸음)
-구독자수 증가 이유: 조회수가 많으니 구독자수가 증가할 수밖에 없음
-라이킷 개수가 적은 이유: 내 글솜씨의 부족, 독자 위주보다는 나를 위한 글이 많음, 매일 쓰다 지쳐 가끔씩 힘을 너무 빼면 터무니없는 졸작이 나옴, 주제의 일관성이 없고 글이 너무 많음, 고정 구독자가 별로 없음


나의 부족한 점들을 보완하기 위해, 글 잘 쓰는 작가님들의 글들을 읽어보았다.


아...

  

일단 글의 클래스가 다르다... 문장 한마디 한마디가 생동감이 있다. 영감을 준다. 간결하되 날카롭다. 한마디로 촌철살인. 반면 내 글은...


아직 나는 한참 멀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난 지금 한가하게 조회수나 구독자수를 따질 군번이 아니었다.



그렇다면 글쓰기 실력을 늘리기 위한 나의 대책은? 역시나 꾸준한 글쓰기밖에 답이 없다는 걸 알았다. 양이 질을 만들지 질이 양을 만들지는 않는다. 그동안 해왔던 것처럼 시행착오를 겪어가며 매일 글을 써 내려가려고 한다.


언젠가는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감동을 주는, 영감을 주는 글을 쓸 수 있기를 바라며.  



#구독자수 #조회수 #자아성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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