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망치면 인생 망하는 줄 알았다.
세상에 쓸모없는 경험은 없다.
초등학교 4학년 때, 친구들에게 한달 동안 왕따를 당했을 때, 앞으로의 내 학교생활은 끝장났다고 생각했다. 그때는 내가 나중에 어른이 되어, 왕따를 당하고 있는 아이의 고민에 진심으로 공감하며 경험이 담긴 실질적인 도움을 주게 될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중학생 때, 정말 터무니없는 이유로 담임선생님에게 뺨을 후두려 맞았을 때, 그때 처음으로 선생님에 대한 증오심이 생겼다. 훗날 내가 교사를 하게 될 줄은, 교사가 되어 그때의 기억을 떠올리며 적어도 난 그런 교사가 되지 않겠다고 다짐할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고등학교 2학년 때, 항상 반장, 부반장을 하던 내가 생애 처음으로 반장선거에서 2표를 받고 떨어졌을 때, 앞으로의 내 교우관계는 끝장났다고 생각했다. 정확히 5년 뒤에, 같은 과 학생의 만장일치로 학회장에 뽑힐 줄은, 내 사례를 예시로 들어 반장선거에 떨어진 아이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줄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고등학교 2학년 때, 친구 관계 문제 때문에 담임선생님에게 상담을 했을 때, '친구관계가 안 좋다고 생각하는 것은 네가 지금 성적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공부를 해라.'라는 터무니없는 담임 선생님의 말을 듣고, 앞으로 선생님이란 족속은 절대로 믿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했다. 훗날 선생님이 되어, 그때의 기억을 떠올리며 적어도 그때의 그 선생님처럼은 되지 말자 생각하며, 아이의 고민을 진심을 담아 들어주고 있을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고등학교 3학년, 그리고 재수 때, 수능을 망치고 원하던 대학을 못 갔을 때, 내 인생은 망했다고 생각했다. 성적에 맞춰간 교대가 내 적성에 맞을 줄은, 교사가 내 천직이 될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군생활 때, 결혼을 염두에 두고 있던 여자친구에게 이별통보를 받고 우연히 본 점집에서 앞으로 연애나 결혼은 힘들 거라는 얘기를 들었을 때, 앞으로 내 인생에서 사랑은 없다고 생각했다. 불과 3년 뒤에 내 인생의 단짝을 만나게 될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초임 시절, 매일 같이 학급에는 싸움이 끊이질 않고, 저녁마다 민원전화가 걸려오는 등 학급붕괴 현상이 왔을 때, 앞으로 내 교직인생은 끝장났다고 생각했다. 교사를 그만두려고 교장실까지 찾아간 내가 훗날 나와 비슷한 전철을 밟고 있는 신규교사 선생님에게 도움을 주게 될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3년 전, 실존적 공허감에 빠져 현실도피성으로 하루 게임 10시간 이상, 매일 같이 술을 마실 때, 더 이상 내가 살아갈 이유는 없다고 앞으로의 내 인생은 재미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불과 1년 뒤, 슬럼프를 완전히 극복하고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열정과 영감, 에너지를 주는 사람이 되어있을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세상에 쓸모없는 경험은 없다. 고통도 마찬가지다. 당시에 나를 죽일 것만 같았던 고통 덕분에, 난 나와 비슷한 일을 겪은 사람들에게 진심으로 공감하게 되었고, 새로운 기회를 얻을 수 있었고, 전보다 나의 정신은 훨씬 더 단단해지게 되었다. 지나고 나니, 이 모든 게 나의 인생이란 책에서 필요한 하나의 과정이었다.
잊지 말자. 세상에 쓸모없는 경험은 없다.
#고통 #인생 #성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