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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실남 Nov 23. 2021

관리자vs지도자, 당신의 선택은?

비전이란 모두를 움직이는 힘이다.

자기계발과 리더십 전문가 마이클 하얏트는 그의 저서 <모두를 움직이는 힘>에서 지도자와 관리자의 차이점을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지도자나 관리자나 모두 중요한 역할임이 분명하지만, 두 역할은 근본적으로 다르고, 각기 다른 기질과 기술을 필요로 한다. 지도자는 비전을 제시하지만 관리자는 비전을 실행한다. 지도자는 조직원을 고취시키고 동기를 부여하는 역할을 하는 반면, 관리자는 유지하고 관리하는 역할을 한다. 지도자는 위기를 무릅쓰지만, 관리자는 위기를 통제한다. 지도자는 장기적 목표에 집중하지만, 관리자는 단기적 목표나 목적에 초점을 둔다. 리더십 연구의 선구자 워런 베니스는 "관리자가 전형적인 뛰어난 병사라면, 지도자는 스스로에게 명령을 내리는 사령관이다."라고 말했다.

-모두를 움직이는 힘 p.19-


지금 내가 몸을 담고 있는 교직에 그대로 대입을 해보았다. 놀랍게도 관리자라는 용어는 학교 현장에서도 그대로 사용을 하고 있었다. 교직에서는 보통 교감, 교장 선생님을 관리자라고 부른다. 여태까지 내가 봐왔던 이분들의 역할도 주로 비전 집행, 유지 및 실행, 위험 통제 및 최소화 등과 관련이 있었다.


그렇다면 우리 교사는 어디에 속할까? 관리자? 지도자? 사실 교사도 국가의 부름을 받아 일하는 교육공무원이라는 측면에서 보았을 때, 교육부나 교육청에서 내려온 공문들을 집행한다는 점에서는 관리자에 가까울 수도 있다. 하지만 교실 안에서는 다르다. 앞의 이유들 때문에, 정확히 '지도자다, 관리자다.'라고 엄밀히 나눌 순 없겠지만, 어느 유형에 가깝다고는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개인적인 사례를 들어보겠다.


2018년 2년 차 교사였던 나는 관리자에 가까웠다. 갓 군대를 전역해서 '상명하복'의 군인 색깔이 덜 빠져있던 시기이기도 했다. 2년이나 아이들과 떨어져 있었기에, 거의 초임교사나 다름없었던 그때의 나는 비전 제시의 중요성에 대해서 알지 못했다. 막연하게 '1년 동안 아이들과 잘 지내봐야겠다. 좋은 선생님이 되어야겠다.'라는 생각뿐이었다. 그때의 나는 최고의 학급경영은 '관리'라고 생각했다. 아이들에게 동기부여를 주는 대신, 규칙을 만들고 실행하고 관리했다. 규칙을 어기면 벌을 주고, 새로운 것들, 튀는 것들은 용납하지 않았다.


나 스스로도 튀는 것을 선호하지 않았기에, 웬만하면 동학년 선생님들의 의견에 그대로 따랐다. 그러던 어느 날, 일이 터졌다. 유독 사고뭉치들이 많았던 우리 반 남자아이들과 다른 반 남자아이들이 트러블이 생긴 것이다. 양쪽 아이들의 말을 들어보고, 어떻게 하면 갈등을 풀 수 있을지, 사이좋게 지낼 수 있을지 아이들과 함께 대화를 하며 해결책을 찾아보는 게 지극히 상식적인 생각이나, 당시 부장 선생님은 아이들과 대화도 없이 앞으로 다른 반 친구들과는 놀 수 없게 하자는 규칙을 제안했다. 이에 다른 4분의 동학년 선생님이 적극 찬성했다. '과연 이게 맞는 건가.' 의심을 하면서도,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 선택한 어쩔 수 없는 일이다.'라는 옆반 선생님의 말에 괜히 혼자 튀기 싫어서 규칙을 따르기로 했다. (아직도 나는 이 순간이 후회가 된다. 왜 그때 제대로 따지지 못했는지. 왜 적극적으로 내 의견을 제시하지 않았는지. 그때의 제자들에게 너무 미안하다.)


반에서는 난리가 났다. '왜 다른 반 친구와는 못 노냐.'는 반 아이의 말에 '갈등을 막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라고 대답을 하긴 했지만, 사실 나도 마음이 계속 불편했다. 담임 선생님의 능력 부족으로, 그 이후로 우리 반은 더욱더 엉망이 되어갔다. 학교 수업시간은 항상 난장판이었고, 급기야는 반을 옮기고 싶다는 아이들이 생겨났다. 퇴근 후에는 매일 같이 학부모님들의 민원전화에 시달렸다. '난 정말 선생님의 자질이 없나. 교사를 그만둬야 되나.'라는 생각까지 했다.


총평하면 2018년의 나는 '현상유지, 집행'의 관리자 마인드에는 가까웠지만, 관리자로서의 역량은 턱없이 부족했던 교사라고 볼 수 있겠다.




2019년, 나는 슬럼프에서 벗어나 새사람이 되기로 결심했다. 아이들에게도 교사로서 떳떳하고 모범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개학 첫날, 반 아이들에게 말했다.


"얘들아. 너희들 대부분은 알 거야. 작년 선생님의 모습을. 맨날 학교에 지각하고, 수업도 재미없고, 뭔가 열정이 없어 보이는... 그런 선생님... 하지만 앞으로는 다를 거라고, 지금부터는 너희들에게 모범적인 모습만을 보여줄 거라고 약속할게. 앞으로는 지각하지 않고, 최소 8시까지는 선생님이 학교에 먼저 나와서 너희들을 맞이 할게. 그리고 앞으로 너희들이 선생님을 보고 그대로 배울 수 있도록, 다양한 도전들도 해보고 변하는 모습 보여줄 거야. 기대해도 좋아."


아이들과 함께 세부적인 학급규칙과 상벌점 제도를 정하고, 선생님인 나 또한 학급 구성원으로서 수업의 질이 떨어지거나 지각을 하면 벌을 받기로 했다.


그렇게 두 달이 지났다. 그 사이 난 단 한 번도 지각하지 않았으며, 30분 전 미리 학교에 도착해서 독서하는 모습을 아이들에게 보여주었다. 선생님의 독서하는 모습을 보고 자연스럽게 아이들은 그대로 따라 했고, 나중에 우리 반은 선생님이 따로 없어도 알아서 독서하는 반이 되었다.


아이들에게 매일 선생님이 변화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도 얘기했다. 뮤지컬에 도전을 했다던지, 좀 더 잘 가르치기 위해 어떤 연수를 받고 있는지, 운동을 얼마나 꾸준히 하고 있는지, 자기계발을 위해 게임을 끊은 얘기 등 선생님이 약속한 것들을 지키기 위해 이만큼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직접 보여주었다.


아이들에게 말했다.

"얘들아. 너희들이 두 달 동안 선생님을 봐서 알 거야. 2달 만에도 사람이 이렇게 변할 수 있다는 걸. 선생님이 바뀔 수 있으면, 너희도 바뀔 수 있는 거야. 이번에는 선생님이 이거 하나 약속할게. 올해 안에, 너희들도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줄게. 우리 함께 노력하고 성장해서 최고의 반을 만들어보자!"


우리는 즉석에서 '꿈을 위해 노력하는 건강한 우리 반'이라는 급훈도 만들었다.


사실 이때의 나는 내가 아이들에게 제시한 것이 바로 비전이었다는 것을 깨닫지 못했다. 다소 두루뭉술한 비전이었지만, '성장, 최고의 반' 이 키워드만으로도 아이들에게 동기부여하기에는 충분했다.


변화의 첫 시작으로 우리는 월드비전과 ebs에서 주최한 '교실에서 찾은 희망' 캠페인을 촬영했다. 아이들은 자발적으로 안무팀을 만들어 무려 2달 동안 춤을 연습했다. 뭔가 통일성이 필요하다고 옷도 아이들끼리 사비를 모아서 같이 맞췄다. 좀 더 특별한 영상을 찍고 싶다는 아이들의 요청에, 영상 안에 스토리와 연기도 넣었다. 방과 후와 주말을 썼는데도 꼬박 촬영이 2주나 걸렸다.


사실 노력한 것에 비해 성과는 그렇게 좋지는 않았다. 최소 지역에서 순위권에는 들 줄 알았지만, 거의 대부분이 받는 '으뜸상'에만 그치고 말았다. 하지만 그건 어른의 기준이었을 뿐, 아이들의 입장에서는 달랐다. 생애 처음으로 반 친구들과 장기간 협동 프로젝트를 달성했고, 상까지 탔기에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넘쳐흘렀다. 우리가 찍은 영상이 학교 전체에 방송이 되었을 때, 부상으로 받은 과자 꾸러미를 다른 반 친구들에게 나눠줄 때 엄청 뿌듯해하던 아이들의 표정을 잊을 수 없다.


한 번의 성공 경험 이후 아이들은 파죽지세였다. 다른 것도 한 번 도전해보자고 쌤이 얼른 찾아오라고 난리가 났다. 우리는 곧바로 다른 영상대회에 나가서 금상과 동상을 수상했다. 주말에 반에서 모여 치킨을 시켜 먹자는 목표를 위해, 열심히 공부해서 불조심 어린이 마당대회에서 20만원 상금을 타기도 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상을 탔다는 것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이 모든 것들이 자발적이었다는 것이다. 나는 아이들에게 비전제시와 동기부여, 그리고 방향성만 잡아주었을 뿐이었다. 덧붙여, 동학년의 눈치를 감내하고 관리자의 눈을 피해 주말에도 몰래 학교에 나오는 위험성 감수까지... 아이들의 성장욕구는 학급 일뿐만 아니라 개인적으로도 나타났다.


아직도 당시 동료교사였던 친구가 했던 말이 기억난다.

"형네 반 애들은 뭔가 달라. 뭔가 동기부여가 되어있다고 해야 할까. 생동감이 흘러넘쳐. 형네 반이 찍은 영상만 봐도 애들 눈빛이 달라."



비전제시와 동기부여 덕분에 우리 반은 똘똘 뭉칠 수 있었고, 그렇게 우리는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아직도 졸업한 옛 제자들이 오면 그때를 떠올리곤 한다.

"선생님, 제 인생 중에서 그때가 제일 행복했어요."

"그때가 제 최고의 초등학교 생활이었어요."

"그때 배웠던 성장형 사고방식 덕분에 지금도 뭐든지 할 수 있을 거 같아요."




2019년의 경험 덕분에, 나는 학급경영의 실마리를 발견할 수 있었고 관리자에 가까운 교사보다는 지도자에 가까운 교사가 되려고 노력하고 있다.


'2018년에는 네가 관리자의 자질이 부족해서, 혹은 개인적인 슬럼프 때문에 반 운영이 제대로 안 된 것은 아니냐?'라고 물으실 수도 있다. 맞다. 관리자 자질이 부족하기도 하고, 당시 슬럼프를 겪은 것도 맞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교사는 관리자보다는 지도자에 가까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이들은 변화하고 성장하는 존재다. 이제 막 무한한 가능성을 품고 여러 방향으로 뻗어나갈 새싹들이 바로 그들이다. 장기적인 안목으로 그들이 올바른 방향으로 자랄 수 있도록, 훗날 큰 나무로 자라도록 도와줄 수 있는 교사는 누구일까?

올바른 비전을 제시하고 성장해나갈 수 있게끔 동기부여하는 지도자?

현상을 유지하고 관리하는 관리자?


여러분의 선택은 무엇인가요?




<참고문헌>

모두를 움직이는 힘 -  마이클 하얏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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