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교실남 Nov 21. 2021

습관 바꾸기 프로젝트의 시작(feat. 옛 제자)

요즘 들어 졸업한 옛 제자들이 자주 찾아온다. 그냥 안부인사차 찾아오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고민거리들을 한 아름 안고 온다. 고민 내용들도 다양하다. 친구 관계, 학교 성적, 생활 습관, 공부 방법, 부모님과의 관계, 삶을 사는 이유 찾기, 여자 친구 문제 등등... 그동안 적게는 30분, 많게는 2~3시간 넘게 상담을 진행하면서 제자들에게 나름의 해결책을 제시해왔다. 대부분의 제자들은 만족한 얼굴로 집에 돌아갔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제자들은 똑같은 문제로 다시 나를 찾아왔다. 문제는 '습관'이었다. 내가 아무리 솔루션을 제시해도 그것을 지속할 습관 형성이 안 되어 있기 때문에, 몇 번 하다 말고 포기하는 제자들이 대부분이었다.


이미 초등학교를 졸업하여 내 손을 떠났지만, 이 친구들은 나에게 소중한 제자들이다. 내 선에서 할 수 있는 한 이 친구들을 최대한 돕고 싶었다. 사실 좋은 부모님과 가정환경으로 내 도움이 딱히 필요 없는 제자들도 있었지만, 집안 사정이 어렵거나 주변 환경이 녹록지 않아 정말 누군가의 도움이 반드시 필요한 제자들도 있었다. 지금 내가 돕지 않으면, 금방이라도 무너져 내릴 거 같은, 앞으로의 인생이 순탄치 못할 거 같은 그런 제자들... 적어도 이 친구들만큼은 반드시 돕고 싶었다.


무슨 좋은 방법이 없을까?


여러 가지 방법들을 생각해보았다. 부모님과의 통화, 제자의 학교 담임선생님과의 상담, 저녁 스터디 만들기 등등... 하지만 이 방법들은 문제점들이 많았다. 특히 부모님 통화나 담임선생님 통화는 어른들과의 관계가 얽혀있기 때문에 자칫하면 선을 세게 넘어서 문제가 더 커질 수도 있다는 점이 마음에 걸렸다.


시간도 절약하면서, 선도 넘지 않으면서, 내 선에서 해결할 수 있는 그런 기발한 방법은 없을까? 그렇게 몇 날 며칠을 고민한 결과 나온 것이 '66일 습관 바꾸기 프로젝트'이다.


보통 습관 하나를 바꾸는데 걸리는 시간이 약 66일 정도 걸린다고 한다. 우선 이 프로젝트는 66일간 진행하기로 했다. 구체적 방법은 다음과 같다. 제자들에게 66일 동안 매일 '데일리 리포트'를 쓰게 한다. 나는 매일 제자들이 쓴 데일리 리포트를 검사한다. 데일리 리포트를 통해, 각각의 생활패턴을 속속들이 파악한 후, 그 아이에게 적합한 피드백을 제공한다. 피드백을 받은 제자들은 다음날부터 자신의 행동을 피드백에 맞게 수정한다.


셀프 피드백이 어느 정도 가능한 중학생, 고등학생의 데일리 리포트를 굳이 검사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누군가 보고 있다고 생각하면, 행동 변화가 훨씬 빨라진다. 예전에 신과 함께 하는 즐거움?(사실 책 제목이 잘 기억이 안 난다...)이라는 책을 잠깐 본 적이 있다. 이 책의 요지는 신이 나를 계속 지켜본다고 생각을 하면서 살아가면, 좀 더 생활이 홀리해지고 성실해진다는 것이었다. 물론 내가 신은 아니지만, 같은 또래도 부모님도 아닌 선생님이 본인의 생활을 체크한다는 것은 충분히 의미가 있다. 둘째, 아이들 스스로가 못 알아채고 있는 부분에 대해 피드백을 하기 위해서이다. 아무리 중·고등학생이라고 하지만 은근히 스스로 놓치고 있는 부분들이 많다. 매일 1시간 이상 낮잠을 자면서, 밤에는 잠이 안 온다고 그 이유를 모르겠다는 아이, SNS·유튜브·넷플릭스 등을 전부 사용하면서 공부할 시간이 없다고 하는 아이, 우선순위 설정의 중요성을 놓치고 마음 가는 대로 하루 일과를 보내는 아이 등 은근히 놓치고 있는 부분들이 많았다.



어느 정도 '66일 습관 바꾸기 프로젝트'에 대한 그림을 그리고 나의 도움이 필요한 제자들을 모으기 시작했다. 내 시간과 에너지를 고려했을 때, 10명 정도면 딱 적당할 것 같았다.


일단 모든 제자들에게 기회를 주기 위해서, 담임을 했던 4개의 학급 밴드에 멘토링 모집 게시글을 올렸다. 안타깝게도 게시물을 못 본 학생들도 많았지만, 일일이 연락을 하기에는 좀 과한 것 같아, 그냥 패스하기로 했다. 대신 정말로 나의 코칭이 필요한 제자들에게는 따로 연락을 했다.


그렇게 16명의 제자가 모였다. 카톡방을 만들어 멘토링 모임의 취지와 앞으로의 계획을 간단하게 설명하고 일주일 정도의 유예시간을 줬다. 일주일 뒤, 본인들의 생활패턴을 개선하고 싶은 정말 간절한 13명의 학생들만 남았다. 학교급, 학년, 성별 구성도 다양했다.

-고1(첫 제자): 남2, 여1

-중2: 남1, 여1

-중1: 남3, 여3

-초6: 여2


원래는 딱 10명만 받기로 했지만, 변화하고자 하는 아이들의 열정과 의욕을 보고 내가 좀 더 고생하는 걸로 마음을 바꿨다.


본격적인 멘토링을 시작하기 전에, 간단하게 내가 멘토링 프로젝트를 하는 이유에 대해서 정리해보았다. 멘토링이 귀찮거나 힘들 때마다 보면서 내 마음을 바로잡으려고 하는 이유에서였다.


1. 성장을 하고 싶으나, 그 방법을 모르거나 환경이 어려운 아이들을 돕기 위해서
2. 아이들 뿐만 아니라, 나 스스로의 성장을 위해서
3. 여러 가지 교육적 실험에 대한 욕구(여러 학년이 모여서 멘토링을 받을 때 서로 어떠한 영향을 주는지, 코칭만으로 얼마나 아이들이 변화할 수 있는지 등등)
4. 내 꿈(학교 부적응 학생을 위한 전원 기숙형+무료 대안학교 만들기, 이들의 잠재력 극대화시켜주기)의 초석을 다지기 위해서
5. 아이들이 레벨업하는 모습을 지켜봤을 때의 보람감과 성취감을 느끼기 위해서
6. 도움이 필요한 아이들을 보고도 외면했다는 교육자로서의 죄책감을 가지지 않기 위해서

7. 제대로 된 코칭을 받지 못해 망가졌던 고등학생 때의 나를 위해서




이렇게 멘토링 프로젝트를 시작한 지 일주일이 지났다. 현재까지는 나도 내 제자들도 대만족이다. 다음 글에서는 구체적으로 어떤 식으로 멘토링이 운영되고 있는지 적어보려고 한다.



다음화에 계속.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