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교실남 Nov 15. 2021

저녁 온라인 스터디, 반년 만에 막을 내리다.

작년 10월, 주로 저녁시간에 학습 실천력이 낮은 반 아이들에게 자기 계발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설정을 제공하기 위해서 온라인 저녁 스터디 그룹(일명 '줌터디')를 만들었다. 꼭 그 시간에 공부만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하고 싶은 자기 계발(글쓰기, 공부, 피아노, 독서 등)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시간이 안 맞는 학생들을 위해, A·B조를 나누어 스터디를 운영했다.

다들 긍정적인 반응이었다. 혼자 할 때는 힘들었는데, 같이 하니 뭔가 계속 힘이 생겨난다고 했다. 여태까지 살아오면서, 이렇게 오랜 시간 동안 혼자 공부를 해본 적이 한 번도 없었는데, 오늘 달성을 해서 뿌듯하다는 학생도 있었다. 무엇보다 그동안 컴퓨터 게임, 스마트폰 등으로 낭비했던 저녁 시간을 알차게 보낼 수 있어서 좋았다고 했다.



생각보다 아이들의 반응은 훨씬 좋았고, 반구성원 상당수의 아이들이 몇 개월 동안 스터디 활동에 꾸준히 참여했다.


하지만 겨울방학을 맞이하면서, 20명이 넘던 스터디원은 열댓명으로 조금씩 줄어들었고, 졸업식을 하고 나서는 8명 정도로 대폭 감소했다. 불과 몇 달 전, 졸업을 하고 나서도 중학생이 되어서도 스터디를 유지하자고 강력하게 주장했던 우리 반 아이들이었으나, 스터디 그룹 유지는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학원, 중학교 입학 등 현실적인 것들이 맞물리면서 그 약속을 더더욱 지키기 힘들어졌다.


사실 원래 우리의 계획은 이랬다. 2021년에 새롭게 담임을 하면서, 우리 반에 들어온 새로운 제자들과 기존의 제자들이 저녁에 함께 온라인에서 공부하는 그림을 아이들과 함께 그렸다. 해가 갈수록 늘어가는 스터디원, 다양한 학생 연령층, 멘토와 멘티 제도, 강력한 시너지 효과 등 여러 가지를 계획하고 기대했으나 그 그림은 와장창 깨졌다.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체육전담교사가 되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아이들과 약속한 '줌터디'를 갑자기 폐쇄할 순 없었다. 아이들에게 무언가를 꾸준히 하는 모습을 직접 보여주고 싶기도 했다. 2021년 새 학기가 시작되었음에도 시간이 되는 제자들과 함께 저녁 스터디를 계속 이어나갔다.


8명, 8명, 7명, 6명, 5명, 5명, 4명, 3명, 4명, 3명, 2명, 2명...


하지만 매주 시간이 흐를수록 스터디원의 수는 줄어들었고, 5월 말엔 결국 2명의 학생만이 남게 되었다. 그동안 나 자신도 많이 지쳐갔다. 20명이 넘는 학생들이 바글바글 거리던 화면을 보다가 2명의 스터디원만 남으니 좀 씁쓸하기도 했다. 매일, 주말도 거의 쉬지 않고 스터디를 운영하다 보니 피곤하기도 했다. 단 2명 만을 위해서, 스터디를 하는 것도 좀 비효율적으로 보였다. 결단을 내려야 할 순간이 왔다.


"얘들아. 이제 두 명 밖에 안 남았네... 뭔가 좀 씁쓸하다. 그지? 작년 반 애들 다 같이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한참 고민) 음... 얘들아... 당분간은 스터디 좀 쉬는 게 어때? 지난 8개월 동안 너무 고생 많았어. 우리 조금 쉬는 시간 가지면서 에너지 충전을 하는 건 어떨까?"


"아... 아쉬운데... 네... 어쩔 수 없죠... 다음번에 스터디 또 할 때 꼭 불러주세요!"


당장 아쉬운 마음보다는 아이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더 컸다. 약속대로 계속 스터디를 이어가지 못했다는 미안함, 도중에 스터디를 멈춘 것에 대한 미안함, 아이들에게 본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미안함...




몇 달이 지났다. 스터디를 끝내고 나서, 솔직히 마음이 편해질 줄 알았다. 그동안 스터디에 얽매여 있던 저녁 시간의 자유를 만끽하면 기분이 좀 나아질 줄 알았다. 하지만 나의 마음은 여전히 불편했고, 쉴 시간이 많아졌음에도 불구하고 내 안색은 점점 안 좋아져 갔다.


명상을 통해 내 마음속을 들여다보았다. 도중에 스터디에서 도망쳐 나왔다는 죄책감, 교육에 대한 열망, 아이들과 함께 교감하는 것, 같이 성장하는 즐거움에 대한 그리움... 그동안 내가 일방적으로 아이들에게 도움을 주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아이들 또한 나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었고, 내 삶에 활기를 띠게 해 주었다.



그러던 어느 날,


어떻게 하면, 다시 열정 있던 그때로, 아이들과 함께 성장하던 그때로 돌아갈 수 있을까 고민하던 차에 옛 제자에게 전화가 걸려오는데...


다음화에 계속...







매거진의 이전글 아이와 함께 우는 선생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