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온몸에 소름이 쫙 돋았다.
아니, 내가 언제부터 이렇게 익숙해진 거지?
아무런 심리적 저항 없이 너무나 자연스럽게 자습을 하고 있는 나를 발견하고는 깜짝 놀랐다.
분명 10월 초, 처음 줌터디를 시작했을 때에는 이 정도까지는 아니었다. 안 하던 저녁 공부를 급작스럽게 3시간이나 하니 고통스러웠고, 우리 반 아이들과 저녁에 심지어 주말에도 공부를 같이 한다고 생각하니 부담스러웠다. 가끔씩 금요일이나 일요일 저녁에 쉬고 싶을 때, 아이들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스터디를 해야 할 때면 짜증과 함께 '왜 만들었을까?' 하는 후회가 올라오기도 했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지금은 그럼 심리적인 고통이 전혀 없다. 마치 밥을 먹고 양치질을 하듯이, 저녁 시간에는 아이들과 스터디를 하는 것이 심리적으로 당연하게 느껴진다.
혹시 나만 이런 걸까? 우리 반 아이들은 어떨까?
오프라인 등굣날, 아이들에게 물어보았다.
"얘들아, 선생님이 얼마 전에 줌터디를 하는데 깜짝 놀랐어... (중략) 혹시 너희들도 선생님이랑 비슷한 느낌이니? 혹시 선생님의 말에 공감이 가는 친구 손 들어 볼래?"
반 학생 27명 중에서 15명 정도의 아이들이 손을 들었다. 손을 든 친구들은 대부분 여태까지 하루도 빠짐없이 줌터디에 참여한 친구들이었다. 10월 초부터 지금까지 계속 참여해왔으니, 줌터디를 한 지는 대략 70일 정도가 지났다. 보통 습관을 형성하려면 66일의 시간이 걸린다고 알려져 있다. 70일이라는 기간 동안, 아마 우리 반 아이들은 나와 같이 습관이 형성이 되었을 것이다.
"선생님, 저녁에만 하지 말고 오후에도 스터디해요."
"선생님, 저희 졸업한 뒤에도 계속 줌터디해요!"
이렇게 습관 형성 뒤, 자신감이 생겨 습관의 확장을 원하는 아이들도 있었다.
곰곰이 생각해보니깐, 글쓰기도 마찬가지였다. 올해 초까지만 했어도 글쓰기는 나에게 너무나도 생소한 작업이었다. 한 편의 글을 작성하는 데만 적어도 4~5시간이 걸렸고 거기에 들어가는 에너지와 감정적 소모가 장난이 아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글쓰기를 포기했다.
6월 3일, 다시 글을 쓰기로 마음먹었다. 글쓰기를 평생 습관으로 만들기 위해, 적어도 올해까지는 매일 1편의 글을 꾸준히 쓰기로 했다. 힘들었다. 글을 쓸 때마다 짜증이 올라왔다. 그래도 그냥 버텼다. 함께 글을 쓰는 동료들과 독자분들의 댓글, 그리고 가끔씩 내 글이 다음 메인에 올라가는 행운 등은 내가 글을 계속 쓸 수 있도록 해주었다.
딱히 구체적인 목표도 없었다. 그냥 꾸준히 묵묵하게 매일 글을 썼다. 글이 안 써지는 날에는 또 안 써지는 대로 글을 썼다.(독자님들한테는 좀 미안하지만...ㅎㅎ)
그 결과 현재 구독자 700명대, 조회수 180만이라는 쾌거를 이룰 수 있게 되었다. 사실 이 결과들은 크게 중요한 게 아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나에게 글쓰기 습관이 생겼다는 것이다.
6, 7월만 했어도, 하루에 한 편 글을 쓰는 게 하루 중 가장 큰 스트레스였는데, 지금은 너무나 당연한 하루의 일과가 되어 버렸다. 안중근 의사께서 하루라도 책을 읽지 않으면 입 안에 가시가 돋는다고 말씀하셨다는데, 나는 하루라도 글을 쓰지 않으면 그날 하루 종일 양치질을 하지 않은 것 같이 찝찝하다. 난 그 찝찝함을 없애기 위해, 기어코 글 한 편을 쓰고 만다.
줌터디와 글쓰기 습관 형성을 통해, 꾸준히 하면 결국엔 익숙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지금 보기에 아무리 힘들어 보이는 것이라 할지라도, 꾸준한 행동을 통해 그 임계점만 돌파하면 충분히 적응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앞으로도 줌터디나 글쓰기 같이 좋은 습관들을 계속 늘려가 보려고 한다.
#꾸준함 #습관 #줌터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