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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실남 Mar 26. 2020

부자가 되는 기초작업

금융유치원생의 성장 스토리

주식 생각은 절대로 하지 마라. 패가망신하는 지름길이다!

어릴 적부터 누누이 엄마에게 들어온 말이다. 내가 6~7살 즈음 우리 집은 주식을 시작했다. 당시 주식시장 호황과 운이 겹쳐 3~4천만원 정도의 돈을 벌었으나, 오히려 독이 되고 말았다. 단지 운일뿐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부모님께서는 실력이라고 착각하신 듯하다. 아버지는 더 큰 수익을 얻기 위해 무리하게 신용대출을 받아서 주식에 투자를 하셨고, 거의 아파트 한 채 값을 날리셨다. 


그 뒤로 엄마는 주식의 주자만 꺼내면 화를 내셨다. 아니 재테크하는 법을 가르쳐주는 것을 회피하셨다. 은행 계좌를 개설하고 싶다고 말했더니 '그런 것은 어른이 되면 자연스럽게 배울 거니깐 필요 없다.'라고 말씀하셨다. 심지어 나는 용돈도 받지 않았다. 내가 필요한 것을 부모님한테 말씀드리면 부모님이 살지 말지 판단을 내려주셨다. 덕분에 난 지출통제의 개념조차 모르는 금융맹인 상태로 성인이 되었다.


글을 모르는 것은 사는 데에 다소 불편하지만 금융을 모르는 것은 생존 자체가 어렵기 때문에 금융맹이 문맹보다 더 무섭다.                                                                                  by 그린스펀(전 미연준 의장)

대학교에 입학한 나는 바로 알바를 시작했다. 한 달에 적게는 50만원, 많게는 200만원까지 돈을 벌었다. 심지어 집에서 학교를 다녔기 때문에 자취 비용이나 식비가 거의 들지 않았다. 근데 내가 딱히 뭔가를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내 심리상) 매달 말 나의 계좌는 텅텅 비어 있었다.


선생님이 되어서도 마찬가지였다. 결혼 자금을 위해 집에 매 달 송금하는 100만원과 교직원공제회에 내는 20만원(지금와서 생각해보면 낭비벽이 심한 나를 위해 부모님이 만드신 일종의 행동장치였던 것 같다. 자세히 설명을 좀 해주시지... ㅠㅠ)을 제외한 나머지 월급은 7일쯤 되면 다 사라져 있었다.(월급날이 17일...)


어느 날 교실에서 일하고 있는데, 카드사 직원이 찾아왔고 카드사 직원이 너무 안돼 보여서 신용카드를 만들었다. 그때부터였던 것 같다. 내 재정상태가 급속도로 악화된 날이... 신용카드는 이번 달 쓴 금액이 다음 달에 청구가 된다. 그리고 일반 현금카드처럼 내 월급이 줄고 있다는 감이 없으니, 막 쓰게 될 확률이 높다. 결국 빚은 200만원까지 늘어나게 되었고(아무 생각 없이 리볼빙 서비스까지 신청했었다...) 그때부터 정신을 차리기 시작했던 것 같다. 불과 5개월 전 이야기다.


카드 빚 200만원이라는 벼락을 한 번 맞은 뒤, 올바른 금융지식의 필요성을 느꼈고 금융 관련 책을 읽고 공부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대로 실천했다. 5개월이 지난 지금은 많이 바뀌었다. 의식적 지출로 인해 지출 금액은 많이 줄었지만 삶의 행복도는 더 올라갔다. 카드 빚도 없다. 리볼빙 서비스 따위는 쳐다보지도 않는다. 지금부터 내가 어떻게 금융맹에서 탈출해 금융유치원생 정도로 변할 수 있었는지 책('부자 되는 법을 가르쳐드립니다.' by 라밋 세티)의 내용들과 함께 소개해보려고 한다.  


1. 재테크의 기본, 지출통제

재테크하면 뭐가 떠오르는가? 보통 투자가 떠오른다. '투자'란 이익을 얻기 위해 자금을 굴리는 것을 말하고,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주식투자'는 주식시장에서 이익을 얻기 위해 자금을 굴리는 것을 말한다. 근데 투자를 하려면 자본금이 있어야 한다. 우리는 이 자본금을 종잣돈(=seed money)라고 부른다.


거대한 돈나무로 자랄 seed money는 어디서 구할 수 있을까? 우리 선에서 통제 가능하고 지금 당장 실행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 지출통제이다. 지출통제는 말 그대로 지출을 통제하는 것을 말한다. 사실 누구나 다 아는 내용이다. 난 여기에서 추가해서 의식적 지출을 얘기하고자 한다.


의식적 지출이란 내가 좋아하고 관심 있는 곳에 돈을 쓰고 나의 가치와 맞지 않는 곳에는 돈을 쓰지 않는 것을 말한다. 대학교 때의 나는 돈 여유가 좀 있다는 이유로 유흥, 오락, 자기계발, 여행 등 보이는 대로 다 썼다. 사실 그때는 내가 무얼 좋아하는지 무엇을 싫어하는지, 나의 가치관은 뭔지, 내 삶의 우선순위는 뭔지에 대해 전혀 고민을 하지 않았다. 그렇다! 우리는 의식적 지출을 하기에 앞서서 나의 가치관을 점검하고 우선순위를 정해야 한다! 


나에게 제일 중요한 가치는 '건강'이다. 일단 건강해야 나를 돌볼 수 있고 주변 사람을 돌볼 수 있다. 건강하다는 것은 더 오래 살 수 있다는 것을 뜻하고, 더 오래 살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나에게 중요한 가치들에 집중할 시간이 많아짐을 뜻한다. 그래서 난 1년 전부터 술을 마시지 않는다. 술자리에 가지도 않는다. 나 스스로 내 가치관을 확실히 정립했기 때문에 아주 단호하다. 높은 사람이 나를 불러도, 나를 욕해도, 나는 술자리에 가지 않는다. 술을 안 마시니 한 달에 적어도 20만원 정도가 절약이 되었고, 난 내 시간과 건강을 지킬 수 있었다. '건강' 말고 나에게 중요한 가치 하나를 꼽자면 '자기계발(성장)'이다. 자기계발은 나를 한층 더 나은 사람으로 성장시켜준다. 꾸준한 노력에 의한 성장은 나에게 성취감을 맛보게 해 주고 나의 자존감을 높여준다. 난 음주에는 돈을 전혀 쓰지 않지만 자기계발에는 한 달에 80만원을 쓴다. 전혀 아깝지 않다. 나의 성장수치가 하루하루 쌓이고, 복리로 누적되어, 나중에 몇 배, 수십 배로 돌아올 것을 알기 때문에 오히려 돈을 쓰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한다.(물론 주변에서는 특이하거나 이상한 사람으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다. 하하)


많은 사람들이 돈을 쓰는 데에 죄책감을 가진다. 하지만 내 우선순위를 확실히 정해 의식적 지출을 한다면 더 이상 죄책감을 가지지 않아도 된다. 한 달에 한 번 여행 가는 것이 나의 우선가치라면 자신이 감당할 수 있을 만큼의 적정 자금 수치를 설정해놓고 여행을 가면 된다. 죄책감을 전혀 가질 필요가 없다. 하지만 본인의 금전 상황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자신의 가치에 맞지 않게 무분별하게 돈을 쓴다면 죄책감을 좀 가질 필요는 있는 것 같다. ㅎㅎ


본인의 가치관을 정립하고 의식적 지출을 할 준비가 완료되었다면 나만의 지출 시스템이 필요하다.

환경설정은 우리의 의지를 능가한다.

난 나의 의지를 그다지 믿지 않는다. 우리는 나약한 존재이다. 그렇기에 나의 소비욕구를 컨트롤할 수 있는 시스템(=환경설정)이 필요하다.

 

난 아내와 함께 지출을 5가지 카테고리로 나눠, 돈을 쓸 때마다 화이트보드에 기록을 하기로 했다.

-장점: 내가 어디에 돈을 많이 쓰는지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어서 좋다. 손으로 직접 쓰니, 내가 의식적인 지출을 하지 못했을 때 더 큰 죄책감(=체감)이 든다. 반대로 의식적인 지출을 했을 때 더 큰 기쁨도 느낀다.(바로 이점에서 휴대폰 어플보다 훨씬 좋은 듯!?)

두 번째 장점은 아내와 함께 서로 감시(?)할 수 있어서 좋다. 혼자 절제하기는 힘들지만 같이 하면 좀 낫다.

-단점: 화이트보드판이 계속 떨어진다. 불량인가 보다. 아...  돈 아까워....


그리고 용돈의 액수(한 달 15만원)를 정하고 집안일을 해서 용돈을 벌 수 있는 규칙을 만들었다. 그리고 자기계발을 장려(?)하기 위해 어떤 성취를 달성했을 때, 자유통장에 돈을 넣을 수 있게 만들었다. 예를 들면 내가 오늘 이 서평 1편을 써서 멋지게 output을 해낸다면, 자유통장에 바로 3천원이 입금이 된다. 자유통장은 아내와 나 둘이서 어디에 돈을 쓸지 합의해서 쓰는 통장이다. 얼마 전까지 하늘다람쥐를 분양하려고 돈을 모았으나, 과연 우리가 책임질 수 있을까? 라는 의문과 함께 여행으로 마음이 기울고 있는 중이다. ㅎㅎ



2. 신용카드 최적화

우리 엄마는 잔소리꾼이다. 내가 신용카드를 만들었을 때, 엄마는 체크카드가 최고인데 왜 그런 쓸데없는 것을 만들었냐고 화를 내셨다. 그래서 나는 체크카드가 정말로 최고인지 알아보기로 했다.


-체크카드: 소득공제율 30%, 내가 현재 보유한 돈에서 쓴 돈이 차감되어, 소비 체감도가 높다. but 신용카드에 비해 혜택이 작다.

-신용카드: 소득공제율 15%, 이번 달에 쓴 금액이 다음 달에 청구가 되어, 돈을 막 쓸 확률이 높다.(하지만 위의 시스템을 만들었기 때문에, 나에게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but 체크카드에 비해 혜택이 크다.

-공제대상: 카드(현금영수증, 체크카드, 신용카드) 사용금액이 총급여의 25% 초과 사용액부터 공제대상이 됨.


예를 들어, 나의 연봉이 4000만원이고 올해 1500만원을 썼다면, 1000만원(총급여의 25%)을 뺀 500만원만 공제대상이 된다. 그리고 내가 올해 500만원만 썼다면 공제혜택을 아예 받지 못한다. 때문에 소비가 1000만원 이하인 사람들은 아예 신용카드를 쓰는 게 낫다. 정리하자면, 소비패턴에 따라서 필요한 카드의 비율이 달라진다. 따라서 엄마의 말은 틀렸다. ^^


만약 연봉이 4000만원인데 2000만원을 지출한다면, 1000만원은 신용카드, 나머지 1000만원은 체크카드에 쓰는게 낫다. 소득공제는 300만원이 한도이기 때문에 1000*30%=300. 딱 300만원이 나온다. 신용카드를 먼저 쓰던, 체크카드를 먼저 쓰던 25%안에 신용카드가 먼저 포함이 된다. 만약 연봉 4000만원이고 지출이 3000만원이라면 신용카드만 쓰는 게 나을 수 있다.(물론 의식적인 지출을 한다는 가정하에~)


아내와 나는 신용카드가 필요하다는 판단을 내렸고 우리의 생활패턴과 딱 맞는 신용카드를 골랐다. 한달에 40만원이상 실적만 내면, 주유 15000원, 쇼핑 15000원, 통신, 관리비 10000원 등을 할인해주는 카드였다. 한 달에 적어도 3만 5천원을 아낄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1년이면 3.5*12= 42만원이다. 전에 쓰던 신용카드가 한달에 2만 정도 혜택을 줬었는데 1년이면 42-24=18만원이나 차이가 난다. 그리고 올해는 지출할 일이 꽤 많기 때문에 웬만하면 신용카드를 사용하기로 했다.


3. 시스템 그리고 습관

내 글을 읽고 '뭘 저렇게 구질구질하게 하나하나 다 따져가면서 할 필요가 있을까?'하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다. 위에서 내가 제시한 내용들은 시스템이다. 시스템은 처음에 만드는 것이 어렵지, 만들어지면 자동화가 되어 편하다. 우리의 습관도 마찬가지다. 처음에 좋은 금융습관을 만들기가 어렵지 한 번 습관으로 형성이 되면 자동화되어 평생 간다. 자동화가 된다는 말은 의식적인 에너지가 덜 든단 말이다. 우리는 그 에너지를 아껴서 나에게 좀 더 중요한 가치에 쓸 수 있다.


지금까지 우리가 상대적으로 쉽게 통제하고 변화시킬 수 있는 것들(지출통제, 카드 선택)에 대해서 살펴보았다. 좋은 지출통제 시스템과 금융습관을 가지고 있다면 seed money가 모일 것이다. seed money가 충분히 모였다면 이제 돈 씨앗을 심을 차례다! 투자에도 우리의 시간과 에너지를 절약 시켜주는 시스템이 있을까? 투자에서도 좋은 습관이라는 것이 존재할까? 다음 연재 글을 기대해주시라! 뿅~


cf) 사실 최근에 읽은 김성일 작가님의 '마법의 돈 굴리기', '마법의 연금 굴리기'를 통해 바쁜 직장인이 하기 좋은 자산 배분투자와 ETF 그리고 연금계좌들(연금저축, IRP 등)에 대해서 연재하려고 했는데 그러기에는 나의 경험과 실천이 부족해 글을 쓰기가 부끄럽다. 최소 1년은 자산배분 시스템을 돌려보고 그 후기를 적어보려고 한다. 그리고 교육자로서 너무 안타까운 게 우리나라 교육과정에는 아직 제대로 된 금융지식들이 반영되어 있지 않다. 그리고 나를 포함한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사들조차 대학에서 제대로 된 금융교육을 받지 못했으니 아이들에게 올바른 금융교육을 하는 것이 너무나 생소하다. 총체적 난국이다. 어떻게 하면 이런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을까? 나 스스로를 바꾸기는 어느정도 통제가 가능하기에 상대적으로 쉽지만, 타인과 전체 시스템을 바꾸는 것은 너무나도 어려운 일이다. 1년 동안 여러 가지 책들을 읽고 실천하면서 고민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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