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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실남 Jun 19. 2022

가장 이상적인 친구의 수는?

가장 이상적인 친구의 수는 몇 명일까? 10대, 20대 때는 마냥 친구의 수가 많은 것이 좋은 건 줄 알았다. 포켓몬스터 OST의 가사처럼 '우리는 모두 친구'를 외치며 닥치는 대로 친구를 사귀었다. 나의 저녁 스케줄은 친구들과의 약속으로 인해 항상 가득 차 있었다. 싸이월드, 페이스북 등 SNS 친구수가 많으면 내가 인싸이고 잘 살고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20대 중후반이 되면서 무작정 친구수를 늘려가는 것에는 문제점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매 저녁마다 친구들 만나느라 모임에 나가느라 지친 나를 발견하고는 이 많은 친구들을 하나하나 신경 쓰고 모두 만나기에는 내 몸과 시간에 한계가 있다는 것을 느꼈다. 아이러니하게도 친구들을 많이 사귈수록 내 몸과 마음은 피폐해져 갔고, 오히려 전보다 더 외로웠다.


영국의 인류학자 로빈 던바에 따르면 한 사람이 감당할 수 있는 안정적인 관계의 수는 150명이라고 한다. 로빈은 영장류 집단이 서로 상호작용하는 모습을 관찰하면서, 두뇌의 크기가 사회집단의 크기와 관련 있다는 결론을 내리고 이를 인간에게 적용했다. 그 이후 그는 '3배수 법칙'이라는 이론도 제시한다. 아주 친밀한 관계에서 시작해 그 친밀함이 느슨해질수록 한 사람이 허용하는 인맥의 최대 숫자는 3배수로 늘어난다는 것이 이 이론의 핵심이다. 예를 들어, 가족, 연인과 같이 아주 친밀한 관계는 5명, 친척‧친한 친구들은 15명, 친구들은 50명, 조직은 150명 내외가 된다.


그렇다면 의미 있는 관계의 수는 극히 제한적인데 왜 사람들은 Sns에서 친구의 수를 늘려가는 것일까? 신경언어학 프로그램 코치인 레베카 라고드에 따르면 우리가 외롭다고 느끼거나 인간관계가 탄탄하지 않다고 느낄 때, 친구의 수에 집착하게 된다고 한다. 마치 예전의 나처럼 말이다. 그녀는 친구의 수보다는 관계의 질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우리는 사회적 동물이기에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친밀한 우정관계를 형성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며, 이는 몸과 마음의 건강에도 도움이 된다. Sns의 친구나 팔로워가 늘어가는 것을 보거나 여러 모임에 참석해 새로운 사람들을 알게 되면 기분은 좋을 수 있다. 하지만 영혼을 달래주지는 않는다. 무분별하게 관계를 늘려가면 갈수록, 공허함만 남는다. 어느 순간부터 이 많은 관계들을 유지하기에는 우리의 시간과 에너지는 한정적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양보다는 질이라는 것을, 내 주변을 나에게 의미가 있는 사람들로 추리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물론 인간관계를 추리는 과정에서 안타깝거나 슬픈 감정도 생길 것이다. 한때는 나와 너무 잘 맞는 절친이었으나 지금은 예전과 너무나도 달라진 친구를 보면 가슴이 먹먹하다. 하지만 인정해야 한다. 사람은 각자의 인생에서 서로 다른 속도와 방향으로 성장하고 발전한다는 것을. 그에 따라 관점도 변하고 관심사도 바뀔 수 있다는 것을 받아들여야 한다. 



얼마 전, 부모님께 변하는 친구 관계에 대한 고민을 털어놓으니 이렇게 말씀하셨다.

"변하지 않는 건 없어. 우정 또한 변하지. 친했다가 멀어지기도 하고, 멀어졌다가 다시 친해지기도 하고 아니면 새로운 친구를 사귀기도 하고. 이미 지나간 인연들에 너무 연연하지 마. 세상에 얼마나 좋은 사람들이 많은데! 지금의 너에게 의미 있는 사람, 좋은 영향을 끼치는 사람들에게 집중해봐."


그렇다. 중요한 건 나 자신이다. 지금의 나에게 의미가 없는 관계라면, 더 이상 서로를 성장시키는 관계가 아니라면 과감하게 인연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 의미 없는 관계에서 벗어날 때, 너무 안타까워하지 말자. 이 또한 자연스러운 삶의 과정이라는 것을 받아들이자.





출처:   마보 어플 <이상적인 친구의 수>

          브리드 13호 <나만의 작고 깊은 세상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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