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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실남 Aug 25. 2022

삶의 우선순위가 다른 두 친구

3년 전 일이다.


A: "00아, 관리 좀 해라. 이 뱃살 봐라. 이 여드름 덕지덕지 못생긴 얼굴은 또 뭐고. 피부관리도 좀 받고 운동 좀 해. 어휴... 진짜 몸뚱아리 답이 없네."


B: "괜찮아. 나는 충분히 내 몸에 만족하고 있어."


A: "만족은 무슨? 몸무게가 90kg가 넘는데 그걸로 만족이 된다고?"


B: "네가 뭘 몰라서 그런데 진정한 남자는 90kg부터야."


A: "뭔 X소리야. 닥치고 그냥 살 빼라. 꼴 뵈기 싫어 죽겠네. 일만 좀 하지 말고 외모 관리도 좀 하고. 너 보면 주변에 여자들이 다 달아나겠다."


한참 동안 A는 B를 외모로 갈궜고, 마침내 B가 폭발하고 말았다.


B: "야! 너랑 나랑 삶의 우선순위가 다른 거라고! 너는 외모가 중요하겠지만 나한테는 이게 그렇게 중요한 게 아니라고! 그냥 좀 닥치고 있어라! 네 삶이나 신경 써!"


3년이나 지난 일인데도 아직까지 생생하게 기억하는 이유는 한때 가치관이 서로 비슷하다고 생각했던 A와 B가 전혀 다른 가치관으로 충돌했기 때문이다.


20대 중반까지만 했어도 B도 A 못지않게 외모를 꾸미고 다녔다. 이성에 대한 관심도 무척 많아, 모이기만 하면 대화의 주제는 주로 사랑, 연애였다. 하지만 사회생활을 하고부터 그런 B가 바뀌었다. 일주일에 100시간 넘게 일한다고 운동할 시간도 식단 조절할 여유도 없다고 했다. 연애하고 술 마시며 노는 것보다 일하는 게 더 재미있다고 했다.


반면 A는 변한 게 하나도 없었다. 30대 초반의 나이지만, 아직도 이성과 외모에 대한 관심이 왕성했다. 문제는 아직 A는 취업을 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10년째 취준생인 A는 공부할 시간은 없었지만 연애할 시간은 항상 있었다. 주변에서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고 조언을 해도, A는 자신만의 스타일이 있다며 막무가내였다. 공기업 시험은 포기해도 도저히 사랑과 연애는 놓을 수 없는 한결같은 A.


삶의 우선순위가 다른 이 두 친구가 미래에 어떻게 변할까 너무나도 궁금했고, 이 순간을 꼭 기억에 남겨둬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리고 3년이 지났다.


오랜만에 중학교 친구들과 재회했다. 사실 매 번 모임은 계속 있었다. B가 워낙 바빴던 탓에 B와 함께 전부 모인 것이 3년 만이라고 하는 게 더 정확할 표현일 것이다. 


'3년 동안 어떻게 변했을까? 삶의 우선순위에 따라 인생이 얼마나 달라졌을까?'


A는 여전했다. 잘생긴 얼굴, 아침에 꽤 공을 들인 듯한 머리, 트렌디한 옷차림, 요새는 헬스도 하는지 몸까지 좋아졌다. 최근에 예쁜 여자 친구도 또 생겼다고 한다. 하지만 여전히 취업은 하지 못했다. 집이 어느 정도 잘 살기 때문에 간절함이 없었던 탓일까? 최근에는 취업준비로 지친 마음의 기분전환을 위해, 2달 동안 총 4건의 여행을 갔다 왔다고 한다. '그럼 공부는 언제 하냐?'라는 물음에 예전에는 자기만의 스타일이 있다고 대답했지만 이제는 자기도 모르겠단다...


B는 모임에 벤츠 E클래스를 몰고 왔다. 차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엄청 비싸고 좋아 보였다. 최근에 회사에서 이사로 승진도 했다고 한다. 돈도 꽤 많이 모았다고 했다. 하지만 B의 안색이 좋아 보이지 않았다. 얼마 전에 병원에서 종합검진을 했는데, 비만, 지방간, 당뇨, 백내장이 나왔다고 한다. 매주 100시간 넘게 일하고 무분별한 식습관으로 인해 생긴 결과인 거 같다고 했다. 검진 결과에 자신도 충격을 받아, 최근에는 저탄고지 다이어트를 하고 있다고 했다.




놀랍게도 A와 B는 3년 전에 자신들이 말했던 삶의 우선순위에 따른 행동을 그대로 실천하고 있었다. 우선순위로 정한 가치로 인해 원하는 결과를 얻기도 했지만, 우선순위에서 밀려난 선택지에 대한 대가도 치르고 있었다.


어떻게 보면 참으로 무섭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내가 평소에 무엇을 중요시하는지에 따라 이렇게 인생이 확연하게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 그렇다면 내 삶의 우선순위는 무엇일까? 내가 가장 소중히 여기는 가치는 무엇일까? 고민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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