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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실남 Aug 26. 2022

살기 위해서 다시 글을 씁니다.

2020년 6월부터 1일 1편 글쓰기를 시작했다. 누군가 글쓰기는 자기계발의 끝판왕이라길래 인생에 도움이 된다길래 혹시나 하는 마음에 한 번 도전해 본 글쓰기였다.


당시 난 초등학교 때 쓰던 일기, 독후감, 대학교 시절 리포트 말고는 글을 거의 써본 적이 없었다. 글을 잘 쓴다고 누구한테 칭찬을 받은 적도 없고, 글쓰기를 그 누구보다 꺼려하던 나였기에 두려움부터 앞섰다.


'과연 내 글쓰기 실력으로 한 편의 글이나 완성할 수 있을까?'

'내 부족한 글을 읽고 다른 사람들이 나를 비웃으면 어떻게 하지?'


생각만큼 글쓰기는 어려웠다. 머릿속에 하고 싶은 말은 많은데 그게 글로 잘 표현되지 않았다. 내 생각을 표현할 단어가 생각이 안 나 한참을 고민했다. 맨 처음 짧은 글 하나를 완성하는 데 무려 6시간이나 걸렸다.


막상 글을 한 편 쓰고 나니, 내 안에서 무언가 쾌감이 올라왔다. '내가 해냈다.'는 성취감, 그리고 내 생각이 글 속에서 살아 숨 쉬는 것을 보았을 때의 창작의 기쁨이었다. 그때부터 난 하루에 한 편씩 글을 쓰기로 다짐했다.


어느 순간부터 난 자연스럽게 글쓰기에 재미를 붙이게 되었다. 시간이 얼마 걸리든 상관없었다. 조회수가 얼마 나오지 않아도 댓글이 달리지 않아도 괜찮았다. 그냥 글쓰기 자체가 즐거웠다. 그동안 억눌려 있던 내 생각과 감정들을 글을 통해 표출했다. 과거 슬럼프에 빠져 직장에서 왕따를 당했던 이야기, 사이비 종교 단체에 갔던 이야기, 1년 동안의 폐인 생활 등 누가 보면 '이렇게 개인적인 이야기들을 남들 다 보는 공간에 보여줘도 되는 거야? 부끄럽지도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솔직한 주제로 진실되게 글을 썼다. 글을 쓰면서 마치 나 자신과 대화하며 서로를 위로하고 다독이는 듯한 느낌이 좋았다.


7개월 동안 매일 글을 쓰면서도 솔직히 큰 변화는 기대하지 않았다. 아무리 내가 글을 꾸준히 쓰고 노력하더라도 어느 정도 실력의 한계선은 정해져 있을 거라 생각했다. 내게 글쓰기 재능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집필 제안이나 책 출판 같은 것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대신 다른 글 잘 쓰는 작가님들이나 출판 작가님들의 글을 보면서 그들의 재능을 부러워하곤 했다.


하지만 놀랍게도, 내 예상과는 다르게 내 브런치의 구독자와 조회수는 급격하게 상승했고, 내가 그토록 부러워하던 작가님들 못지않은 구독자가 생겼다. 꿈에 생각지도 못했던 강연 제의를 받았으며 칼럼 집필 의뢰도 들어왔다. 매일 브런치에 일상을 기록한 덕분에 '유튜브 결혼식'으로 지상파 방송에도 출연하기도 했다.

https://brunch.co.kr/@lk4471/295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내 글쓰기 실력이 못 미더웠다. 그동안 많은 시간을 투자한 것에 비해 실력이 별로 늘지 않은 것 같았다. 여전히 한 편의 글을 쓰는데 오랜 시간이 걸렸으며, 글을 쓰는 것이 너무 힘들었다. 청산유수처럼 수려하게 써 내려간 다른 작가님들의 글에 비해 내 글은 투박하고 멋이 없어 보였다. 차라리 글쓰기에 이 많은 시간을 투자할 바에는 다른 곳에 쓰는 것이 낫이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때 마침 브런치의 어떤 작가님의 글을 보게 되었다. 글의 요지는 이랬다. 브런치면 꽤 글 잘 쓰는 사람들이 모여있는 플랫폼인데 왜 본인 일기장에나 쓸 허접한 글들을 쓸데없이 자주 발행해서 물을 흐리냐는 것이었다. 마음이 아팠다. 마치 나를 두고 하는 말인 것 같았다.


그동안 오랜 글쓰기로 몸과 마음이 지쳐 있었기에 재정비가 필요하다는 생각에 그동안 무려 7개월 동안 매일 쓰던 글쓰기를 멈추었다. 충분히 갈고닦아서 내 글에 대한 의구심을 떨쳐내고 보란 듯이 멋진 글을 독자분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하지만 뜻대로 잘 되지 않았다. 글을 쓸 소재가 계속 떠올랐지만 내 마음속에서 '아직 아니야. 아직 아니야. 이것 또한 허접한 글이잖아.'라는 악마의 속삭임이 계속 들려왔다.


글쓰기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고 겨우 글을 쓰면 이번에는 게으름과 완벽주의라는 놈이 나를 괴롭혔다.

'이제 와서 글 써서 뭐하게? 매일 쓰겠다는 독자들과의 약속도 깨버려 놓고. 너의 다짐은 이미 끝났어.'

'피곤하게 또 매일 컴퓨터 앞에서 몇 시간씩 고생하고 싶어? 약속은 깨라고 있는 거지. 그냥 다 그만둬. 괜찮아.'


악마의 속삭임대로 그냥 글쓰기를 그만둬도 될 거 같았다. 글쓰기를 그만둔다고 해서 특별히 내 생활에 지장은 없을 거 같았다. 힘들기만 하고 머리 아픈 글쓰기를 더 이상 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니 오히려 홀가분한 마음이 들었다.


그렇게 어영부영 1년 반이 흘렀다.


1년 반 동안 내가 생각했던 대로 글쓰기에 투자한 시간을 다른 곳에 투자해서 알차게 시간을 보냈을까? 아니다. 오히려 글을 쓰던 7개월의 성과에 비해 글을 안 쓴 1년 반의 성과는 더없이 미약했다.


요즘 느낌은 딱 이렇다. 살아지는 대로 사는 느낌이랄까? 물론 놀고먹고만 한 건 아니다. 나름대로 열심히 살았다. 하지만 내 주체적 의식 없이 남들이 하는 대로 수동적으로 그대로 따라 하거나 원래 하던 대로 자동모드로 행동했기에 내가 내 삶을 살고 있다는 느낌이 들지는 않는다. 이전에 매일 글을 쓰면서 되기로 다짐했던 내 모습과 점점 괴리감이 생기는 것 같아 자존감마저 떨어졌다. 마치 내가 거리를 배회하는 좀비가 된 듯한 느낌이다.


왜 이런 차이가 생겼을까? 난 글쓰기에서 이유를 찾았다. 난 글쓰기를 내 머릿속에 부유하던 다양한 생각들을 한데 모아서 정리하는 행위라고 생각한다. 2년 전,  이 행위를 통해서 어질러진 내 생각들을 정리할 수 있었고, 진정 내가 원하는 것들을 찾아 그곳에 집중할 수 있었다. 하지만 글을 쓰지 않는 동안 다시 내 머릿속은 여러 생각들로 어지럽혀졌고, 어느 순간부터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 갈팡질팡하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다.


또한 난 글쓰기를 통해 내 마음을 치유할 수 있었다. 글쓰기를 통해 과거의 아픈 기억들에 잠재되어 있는 두려움, 공포를 마주함으로써 부정적 감정들에 매몰되지 않을 수 있었다.


교육활동을 주제로 쓴 글, 내 꿈에 대해서 쓴 글, 과거에 아팠던 기억에 대해 쓴 글, 심지어는 가장 시간낭비라고 생각했던 일상적 내용의 글쓰기조차 내 생각을 정리하고 내 마음을 치유하며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는 힘을 부여하고 있었던 것이다.



주체적으로 살기 위해서, 진정 내가 원하는 삶을 위해서 다시 글을 쓰려고 한다. 일기장에나 쓸 법한 허접한 글일지라도 이 또한 내 성장에 자양분이 되어 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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