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비해 교권이 많이 떨어졌다지만, 그래도 여전히 선생님을 좋아하고 존경하는 학생들은 있다. 아침에 학교를 가니, 몇몇 반에서 담임 선생님 스승의 날 깜짝 파티 준비를 하느라 분주하게 움직이는 아이들의 모습이 보였다. 깜짝 놀라서 감동할 선생님을 기대하며, 고사리 같은 손으로 교실을 꾸미는 아이들을 보니 절로 흐뭇해졌다.
우리 반 아이들 또한 나에게 깜짝 파티를 해주었다. 칠판 가득 선생님에게 사랑하는 마음을 담은 문구들, 알록달록 풍선, 3단 초코파이 위에 촛불 하나 그리고 스승의 은혜 노래까지.
"스승의 은혜는 하늘 같아서, 우러러볼수록 높아만 지네. 선생님, 사랑하고 감사합니다."
너무나 고맙고 감사했다. 이렇게 감사함을 표현하는 아이들의 마음이 예쁘고 기특했다. 하지만 기쁜 마음을 마음껏 드러내지는 못했다. 왜냐하면 스승의 날 깜짝 파티는커녕 감사인사조차 받지 못한 동학년 선생님들도 몇 분 계셨기 때문이다. 그 선생님이 아이들한테 잘 못해서 그렇다고? 아니다, 내가 그동안 그분들을 지켜본 바로는 누구보다 수업준비와 학급에 열정적이셨다.
그렇게나 열심히 아이들을 가르쳤는데, 스승의 날 같은 특별한 날에 아이들에게 감사하다는 인사조차 받지 못할 때 선생님의 기분은 어떨까? 아이들을 가르치는 보람이 생길까?
퇴근길에 올해 4학년 담임을 맡고 있는 아내에게 연락이 왔다. 오늘 기분이 최악이라고 했다. 시작부터 꼬였다고 한다. 아침 시간에 학교 전체 방송으로 스승의 날 관련 감사 영상을 방송했는데, 몇몇 아이들이 지루하다며 계속 불평을 해댔다고 한다. 물론 스승의 날 방송을 보면서도 그 누구도 '선생님, 가르쳐주셔서 감사합니다.' 같은 인사는 하지 않았다고 한다. 수업을 할 때에도, 쉬는 시간에도, 심지어는 이전 담임 선생님에게 편지를 쓰는 시간에도 아이들 중 그 누구 하나 아내에게 와서 감사인사를 하는 아이가 없었다고 한다.
"아니... 내가 큰걸 바라는 것도 아니고... 그냥 감사하다는 한마디면 충분한데..."
"아직 어린애들이잖아... 이제 4학년 된 애들이 뭘 알겠어..."
"그건 아는데... 그래도 마음이 너무 아파..."
아내가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니, 나 또한 마음이 아프다. 이러다 아내가 교직에 대한 회의감을 가지고 무기력하게 학교생활을 하게 될까 봐 두렵기도 하다.
요즘 아무리 세상이 각박해지고 교권이 추락했다지만, 그래도 가르치는 선생님에게 감사인사 정도는 할 수 있지 않을까? 따뜻한 감사 한마디는 선생님을 힘이 나게 한다. 따뜻한 마음과 말들이 모이고 모여서, 차가워진 교육환경을 녹일 수 있는 그런 날이 오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