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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자 검사 결과 치매 발생 가능성이 높다고 나왔다.

by 교실남

내 나이 만 34세. 올해 2월, 3년 만에 건강검진을 받았다. 사실 걱정이 많이 되었다. 지난 2년 동안 중국 생활을 하면서 너무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기에, 검사 결과가 안 좋게 나올 거 같았기 때문이다.


예상대로 검사 결과가 좋지 않았다. 고지혈증 진단, 공복 혈당 102, 척추 협착, 췌장 쪽 미세한 혹 발견, 역류성 식도염, 간수치 안 좋음... 심지어 대장 용종도 하나 떼었다. 아니 아무리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도 그렇지, 난 술도 거의 안 마시고 담배도 안 피고, 운동도 주기적으로 했는데 이렇게나 몸이 안 좋아지다니... 잠깐 동안 괜히 중국 생활을 했나 후회를 하기도 했다.


건강검진 이후 위기감을 느껴 3달 동안 나름 몸 관리를 했다. 식단을 건강식으로 바꾸고 아내와 함께 매일 새벽 아파트 헬스장에서 운동을 했다. 수면 시간도 최소 7시간 이상은 꼭 지켰다. 근데 분명 열심히 관리를 했는데도, 몸이 계속 피곤한 느낌이 들었다. 현재 생활 패턴에는 아무 문제가 없다고 생각했기에, 한국 학교 생활에 적응하느라 몸이 피곤한가 보다라고 생각했다.


일주일 전에 내가 사는 동에서 운영하는 난임 지원 혜택을 받아, 아내와 함께 한의원에 방문을 하게 되었다. 원장님과 상담하기 전 각종 검사를 받았다. 3달 동안 노력의 결실을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남편 분은 몸이 많이 안 좋으시네요. 특히 위장간이 안 좋아요."

"..."


원장님의 말씀으로는 그동안에 했던 건강식이라고 먹었던 식단이 내 체질에 맞지 않다고 하셨다. 특히 샐러드는 내 몸과 상극이라고 하셨다. 생채소 대신 익힌 걸 먹고 잡곡밥 대신 백미를 먹으라고 하셨다. 현재 소화 능력이 되지 않는데 생음식들을 계속 먹는 건, 마치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와 같다고 하셨다. 쉽게 조리되는 음식들 말고, 한국의 전통 음식 위주로 식단을 꾸려보라고 하셨다. 3개월 간의 내 노력이 헛된 거 같아서 상당히 마음이 아팠지만 지금이라도 안 게 어디냐 라는 생각으로 마음을 추슬렀다.


그리고 어제, 한 달 전에 미리 받은 유전자 검사 결과가 날아왔다. 현재 건강은 안 좋지만, 유전자라도 괜찮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었다. 검사 결과는 각 질병(위암, 폐암, 대장암, 간암, 췌장암, 유방암, 난소암, 자궁암, 갑상선암, 전립선암, 치매, 당뇨, 고혈압 등)마다 안전, 관심, 주의, 경계로 나뉘었다. 경계로 갈수록 해당 질병이 걸릴 확률이 높음을 뜻했다. 다행히도 대부분의 질병이 안전이나 관심 영역에 속했다. 단 한 가지 질병만 빼고... 그건 바로 치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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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 하... 내가 가장 걱정하던 질병이었다. 사실 나의 외할아버지는 70세 중후반에, 할아버지는 80세 후반에 치매로 몇 년 간 고통받으시다 돌아가셨다. 치매에 걸리면 인간 존엄이 상실될 수 있다는 것과 주변 가족들이 얼마나 힘든 지 그 고통을 알기에, 내가 걸릴 수 있다고 생각하니 너무나 두려웠다.


물론 할아버지, 외할아버지 두 분 다 비교적 고령에 치매에 걸리셨다는 부분이 다행이긴 하지만, 치매 유전자를 가지고 있는 이상 안심할 수는 없다. 안 그래도 요새 기억력이 자꾸만 안 좋아지는 느낌이 들었는데, 이 유전자 때문에 그런 건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검사결과를 부모님께도 보내드렸다. 내 유전자 또한 부모님에게 물려받은 유전자이기 때문에, 부모님 또한 치매의 위험이 있기 때문이었다. 얘기를 해보니, 안 그래도 부모님 또한 요즘에 치매가 계속 신경 쓰여서 운동도 꾸준히 하고 두뇌 활동도 많이 하려고 노력 하신다고 했다.


그날밤 치매에 대한 걱정으로 인터넷을 막 검색하기 시작했다.

-치매 예방법: 규칙적 운동, 건강한 식단, 두뇌 활동, 사회적 활동, 충분한 수면, 스트레스 관리 등


특히 두뇌를 많이 쓰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그날 치매에 걸리지 않기 위해서라도 평생 독서하고 글쓰기를 해야겠다고 다짐했다. 아무래도 난 계속 글을 써야 할 팔자인가 보다.




30 중반이면 그동안 살아온 생활 습관이 쌓이고 쌓여 내가 본래 가지고 있는 유전자들이 슬슬 발현되기 시작하는 때이다. 이제 슬슬 건강을 걱정할 때라고 볼 수 있다. 지금 이 시기부터 어떻게 건강 관리를 하고 좋은 습관을 만드느냐에 따라 평생의 건강이 좌우된다고 생각한다.


충격요법으로 건강검진과 유전자 검사 결과가 이렇게 나온 게 오히려 잘 됐다고 생각한다. 건강한 노년 생활을 보내기 위해, 앞으로 건강 관리를 꾸준히 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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