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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ryam Jul 22. 2020

수눌당Life1. 닫혀 있던 비밀의 화원

수눌당라이프.  마을 주민들이 수눌당을 좋아해요!

2020년 문화도시 제주의

지역거점공간 수눌당 을 아시나요?


수눌당에는 자그마한 정원이 5군데 텃밭이 1곳 있어요.

정원의 군데군데에도 부추나 허브를 심어놨기에 사실 먹을만한 잎채소들이 많아요

어제는 수눌당 텃밭에서 상추며 부추 적상추, 바질, 방풍등 잎채소들을 잔뜩 수확했어요

아이들 체험학습 용으로 그리고 손님들이 방문하시면 나눔을 하려고 심었던 건데 다른 일정들에 정신이 팔려서 신경을 덜 쓴 사이에 잎채소들은 지들이 나무인줄 착각하고 쑥쑥 길이 생장을 열심히도 했더라구요.

그래서 큰 소쿠리 가득 잎채소를 땄지요.  그런데 사실, 따서 버린 것이 더 많았어요. 아마 3배 정도는 버렸던거 같아요.

이유는, 너무 자랐고 그러다 보니 먹기에 안이뻐 보이더라구요.

잎이 보드랍고 이쁜 것들만 따서 소쿠리에 담아 가지고 마당 툇마루에 앉았는데 도대체 이 아까운 것들을 어찌할 까 고민이 되었지요.


모자를 벗어놓고 신발을 갈아신고 소쿠리를 들고 무작정 집 밖으로 나왔어요.

우리 동네는 너무 조용해요. 길을 걷는 사람들도 적구요. 상가도 거의 없어요.

다행히 건너편에 작은 세탁소가 문을 열어놓고 있었고 사장님과는 얼마전에 인사를 한 사이라 용기를 내어 세탁소로 들어갔죠.

'사장님~ 상추 드실래요?'

사장님은 부끄러워 하시면서 이렇게 살림을 헤프게 하면 어떡하냐고 웃으시며 소쿠리의 채소들을 절반 덜어가셨어요.

'사장님 저희 내일 영상 촬영해요. 놀러오세요. 오셔서 인터뷰도 해주시구요'

가볍게 인사를 했는데 사장님은 내심 좋아하시며 꼭 오겠다고 약속하셨어요.

나머지 야채는 어떻게 할까 고민하는데 이미 땅거미가 지고 사방이 어두웠어요.

오늘 바로 먹어야 맛있는데... 이런 생각에 사람기척이 있는 클린 하우스로 다가가 보았죠. 거기에서 할머니 한 분을 만났어요. 할머니는 재활용 용품을 고르고 계셨어요.

'할머니, 혹시 상추 드실래요? 저 바로 요 앞 기와집에서 살아요. 저희 텃밭이 있는데 상추가 잘 자랐어요. 나눠 드실래요? 너무 많이 땄어요.'

할머니는 가지고 계시던 검은색 비닐 봉지를 꺼내 상추를 담고 고맙다고 하셨어요.

사실 귀한거 버리지 않게 되서 제가 더 많이 고마웠는데 말이죠.


오늘 드디어 수눌당 영상을 찍었어요.

수눌당을 아직 모르는 동네 분들 그리고 시민들에게 자랑할려구요.

이 이쁜 것들을 나 혼자 보는것이 아까워서 함께 보자고 할려구요. 저처럼 꽃도 좋아하고 마당도 좋아하는데 마당 없이 사는 사람들 혹은 필요한 사람들의 공유 마당이 되고 싶었거든요.


제일 먼저 찾아온 손님은 마당에서 요가를 하러 온 친구들이였어요.

저도 젤 처음 수눌당을 봤을 때 그생각 했었거든요. 아.. 이 마당에서 요가하면 정말 좋겠다.

베트남에서 몇달 전까지 요가 수련을하고 돌아온,

(동남아 순회공연을 마치고 돌아온- 이런 옛날 유행어가 떠오르는데 진짜 동남아를 돌면서 수련을 하고 돌아온)가까운 친구와 또 다른 두 친구가 마당에 요가를 하러 왔죠.

저도 참여하고 싶었지만 그림이 안 이쁠거 같아서 참았어요.

9월이 오면 주말 아침에는 마당에서 요가를 꼭 하고 싶어요.

사실은 프로그램을 이미 예약 했어요.^^  함께 하러 오세요.


요가 친구들이 돌아가고 텃밭 손질을 했어요. 모처럼 날이 맑아서 모기가 적었어요.

한 30분쯤 검질을 맸나 싶은데 머리가 핑 돌더라구요.

물이 필요해요. 한여름에는 낮에 검질 메는거 아니라고 했는데 카메라가 도니까 왠지 일을 해야 할 거 같아서...

마침 세탁소 사장님이 방문하셨는데 큰 봉투에 식물을 여러개 선물로 들고 오셨어요.

사실 사장님을 보고 웃음이 터질뻔 하는걸 참았어요.

쟈켓만 안걸쳤지 마치 결혼식장에 가시는 분처럼 흰색 와이셔츠에 기지바지를 입고 오셨어요. 카메라 의식하신거에요. 웃음은 나왔지만 그런 모습이 오히려 정감이 가고 좋지 않나요?

가져오신 식물들을 텃밭 한쪽에 길게 심었어요. 얼마전에 밭일을 도와주신 분이 잡초인줄 알고 작물을 모조리 뽑아 버리셨는데 이럴려고 그랬나봐요.


조금 지나자 70대로 보이시는 동네 어르신이 들어오셨어요. 이동네에 사는데  항상 닫혀있던 문이 요즘 열려있어서 많이 궁금하셨대요. 스마트 폰으로 찍은 수눌당 정원의 꽃 사진을 자랑하셨어요. 그리고 요즘 열심히 영어 공부중이시라며 영어 단어를 섞어서 이야기를 계속 하셔요. 저도 영어 공부 더 해야 겠어요.


수눌당이 아름답지만 사람이 없으면 너무 심심해요.

비슷한 듯 각기 다른 사람들로, 수눌당은 조용한 듯 활기가 돌아요.

햇살이 아직 강한 늦은 오후에 장소 대관을 문의하러 여자분이 방문하셨어요.

수눌당의 아름다움에 빠지셔서 꼭 이곳에서 행사를 하고 싶으시다고 하셨겠죠?


오늘 영상촬영위해 영상작가님과 약속을 하고 나서 혹시 아무도 안오면 어쩌지 하고 걱정했어요. 물론 많은 방문객은 아니였지만 심심하지 않게 그리고 작가님에게 민망하지 않게, 주민들의 사랑을 받는 수눌당의 모습을 보여 드릴 수 있어서 다행이었어요.


아! 주민분들은 수눌당에서 뭔가 즐거운 행사가 있었으면 하고 기대하셔요.

조만간 작은 파티를 열어볼까 해요.

기대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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