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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광빈 Oct 03. 2021

루카셴코 인터뷰를 일문일답으로 한다면 끔찍한...

 인터뷰와 관점 저널리즘

    "말한 대로, 사실만 던지면 돼."

    초년병 시절 선임 기자에게서 가끔 듣던 말이다. 

    뉴스통신사의 속보성, 소스성 사실 전달의 중요성이 내포돼 있다.

    말말말에 대한 판단은 대중에 맡긴다.

    맞을까, 틀릴까. 

    그때는 맞을 수 있지만, 지금은 꼭 그렇지 않을 수 있다고 본다. 

    시대, 매체 환경이 너무 달라졌다. 

    말은 기사로 나오기 전에 이미 방송사 라이브도 아닌 유튜브 라이브로 나온다. 소셜미디어에 게시된 정치인들의 말 역시 실시간으로 대중에게 전달된다. 

    말을 그대로 담은 기사의 희소성이 떨어진 셈이다.

    여기에 하나 더, 그 말, 사실을 깔끔하게 기사로 전달하는 게 어떤 의미인지도 살펴볼 필요성이 커졌다. 

    과거에도 그랬지만, 이제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더욱 더 직접적으로 선전선동하기가 좋아졌다. 대중 속 확증편향성이 점점 강화되는 사회적 분위기도 선전선동의 좋은 자양분이다. 

    이제는 어떤 말을 했는지 옮기는 것보다, 그 말을 왜 했고 어떤 의미인지를 전달하는 게 중요한 시대가 되지 않았을까. 

    말 자체만 옮기는 것으로 책임이 끝나는 문제가 아닌 듯하다. 

    특히 문제를 저질러놓고서는 대의명분을 내세우거나 유체이탈식으로 인터뷰하는 주체들의 말을 그대로 전달할 경우 현실의 왜곡을 더 심화시킬 수 있다. 

    CNN의 알렉산드로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 인터뷰는 그의 말을 그대로 전하지 않았다. 리드부터 전체적인 인터뷰의 인상평이 들어갔다. 

    루카셴코의 어이없는 유체이탈 화법을 증명하는 방식으로 기사가 전개돼 있다. 물론 루카셴코는 서구 사회에서 공인된 악당이다. 굳이 그를 '나쁜놈'이라고 평가하는 데 주저할 필요도 없다. 

    이 때문에 그의 얼토당토않은 발언 자체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방식으로 인터뷰 기사를 쓰기 좋은 대상이긴 하다. 

    형식적으로 루카셴코에 대한 인터뷰 기사는 질의응답 방식이 아니다. 질의응답식이면 유체이탈 화법이 그대로 전달돼, 대중이 잘못된 정보를 그대로 받아들일 수있다.

    누구나 인정할 수 있는 인터뷰 대상자라면 질의응답 방식의 기사가 인터뷰이의 생각을 전달하는 데 좋을 수 있지만, 논란의 대상자라면 이런 방식은 위험하다고 본다. 

    대중이 판단하게 하면 된다라는 말은 일리도 있지만, 무책임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물론 기자의 관점이 잘못됐다면 해설적 요소가 들어가 인터뷰 기사는 더 큰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더구나, 한국 사회에서는 어떤 매체들이 오랫동안 저질러온 사실왜곡성 논조로 인해 해설적 요소에 대한 불신이 심하기도 하다.  이 때문에 사실만 깔끔한 기술을 통해 던지는 게 안전한 저널리즘, 최선의 저널리즘으로 선호될 법도 하다. 

    그래도 민주주의, 성숙한 시민사회의 지향점, 보편주의 등 기본적인 가치만 지킨다면 기초적인 관점 저널리즘은 가능하지 않을까.     


 #저널리즘 #관점저널리즘 #인터뷰 #언론왜곡 #루카셴코 #언론


https://edition.cnn.com/2021/10/02/europe/belarus-lukashenko-interview/index.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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