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번에 똥개 멍구 이야기가 나와서 그런지 멍구 생각이 났다. 멍구는 내가 군 생활할 때 소초에서 같이 생활하던 똥개다. 연대장님이 어디서 데려왔는데, 우리 이전에 있던 다른 대대 사람들이 키우다가 전방 교대를 하면서 우리가 멍구를 맡아 키우게 되었다. 그리고 그들 중 간부 한 놈이 멍구에게 분풀이를 하는 바람에 멍구는 한쪽 다리를 절었다. 치료비가 100만 원이 넘어서 치료를 해주지 못했다고 한다. 사람이 개보다 낫다는 법은 없나 보다. 아무튼 멍구는 얼핏 보면 진돗개같이 생겼지만 결국은 똥개다. 하지만 절대 못생기지는 않았다.
나는 동물을 딱히 좋아하지도, 싫어하지도 않는다. 만약 길에서 개가 짖어도, 길가에 개똥을 싸거나 설령 누군가를 물어도 개의치 않는다. 아, 아이를 무는 것은 안된다. 그건 개가 아니라 사람이라도 개 패듯 패야 한다.
어제, 정확히 말하면 야근이니 뭐니 때문에 새벽 2시가 넘었으니 오늘, 퇴근길에 편의점에 잠깐 들렀다. 편의점 앞에는 사막 여우를 닮은 예쁜 개 2마리가 앉아 있었다. 두 마리는 거의 비슷하게 생겼는데 쌍둥이처럼 보이기도 했다. 그들은 내 주위를 맴돌았고 나는 그것들을 쓰다듬어 주었다. 그러자 본부장님이 물었다.
“너도 개를 좋아하는구나. 안 무서워하나 보네?” 그리고 내가 답했다.
“네. 그냥 개를 좋아하는 건 아닌데, 개가 만약 저를 물면 저도 개를 물어버린다는 마인드를 가지고 있어서 별로 안 무섭습니다.” 이것은 팩트다.
멍구는 똑똑한 강아지였다. 손! 이라고 말하면 앞 발을 내밀었고, 반대 손!이라고 말하면 반대 발을 내밀었다. 아마도 속으로 이건 발이야 멍청아, 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절대 건물 안에서 실례를 하는 법이 없었다. 아마도 실수를 하다가 많이 맞았을지도 모른다.
멍구는 재미있는 친구였다. 겨울에는 사람보다 추위를 더 탔다. 그래서 내가 근무자를 교대해주러 3층에서 1층으로 내려가면 건물 안으로 들어가기 위해 문 앞을 서성거렸다. 그러면 나는 멍구를 데리고 올라갔고, 내 근무 시간 동안 상황실이나 소대장실에서 재웠다(부소대장은 동물은 그다지 좋아하지 않아서 다시 데리고 내려가 멍구를 자기 집으로 보냈다). 주야간 철책을 순찰할 때 멍구를 데리고 나가면 멍구는 유독 더 다리를 저는 것 같았다. 그런 모습을 보면 괜히 마음이 불편해서 거의 데리고 다니지 않았다. 하지만 아침이 되면 멍구의 모습은 조금 달라졌다. 멍구는 보통 아침밥을 먹고, 외출을 했다. 물론 허락 없이, 자기 멋대로. 하루는 미역국을 아침밥으로 줬는데, 한 그릇을 뚝딱 해치우고는 네 발로, 가벼운 발걸음으로, 암캐를 만나러 유유히 통문을 빠져나갔다. 이야. 감탄이 절로 나왔다. 상남자가 따로 없다. 그리고 오후가 되면 외출을 마치고 다시 소초로 돌아온다.
그리고 어느 날 소초 주변에서 종종 보이던 개 한 마리 배가 불룩해져 있었다. 분명히 멍구 짓인데. 아니, 다른 동네 똥개 짓일지도 몰라. 우리는 의견이 분분했다. 새끼가 태어나면 바로 알아챌 수 있을 것 같은데?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새끼를 가진 그 개는 보이지 않았다. 결국 영구 미제 사건으로 남고 말았다.
이렇게 추운 날이면 따뜻한 미역국을 말아먹고 통문을 나서던 멍구의 뒷모습이 기억난다. 멍구는 잘 지내고 있을까? 그랬으면 좋겠다. 진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