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여유가 있을 때 자주 카페를 찾는다. 그 비율로 따져보면 상당히 높다고 할 수 있다. 쉬는 날 특별한 약속이 없다면, 나는 카페에 간다. 아니, 오히려 중요한 일이 아니라면 따로 약속을 만들지 않고, 카페에 간다고 하는 게 맞다. 물론, 모든 약속을 마다하고 주야장천 카페만 찾는 것은 아니다.
왜 하필 그렇게 카페에만 가냐고 물어본다면 딱히 뭐라고 답하지는 못할 것 같다. 커피를 정말 좋아해? 그건 아니다. 물론 커피가 있으면 몇 잔이고 마시지만, 커피가 없다고 해서 초조함이나 아쉬움을 느끼지는 않으니까. 그럼 공부를 하러 가? 그것도 아니다(반은 맞고, 반은 아니라고 해야 할까). 물론 책을 읽거나 일기를 쓰러 카페에 가기도 한다. 하지만 별 계획 없이 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어떤 때는 책을 읽으러 갔다가 갑자기 머리 쓰기가 싫어져서 그냥 멍 때리기만 하다가 돌아오기도 한다.
나는 그냥 카페 창가 자리에 앉아서 창문 밖으로 풍경을 바라보는 일 자체를 즐긴다. 사람 구경이라고 해야 할까? 시내에 있는 카페에서는 다양한 사람들을 볼 수 있다. 정장을 빼입고 서류 가방을 든 채 통화를 하며 걸어가는 샐러리맨, 영어 단어장을 보면서 중얼중얼 거리며 걸어가는 백팩을 멘 학생, 얼굴만 봐도 사랑이 넘쳐나는 연인들. 나는 아무 생각 없이 그들을 그냥 바라본다. 그중에서도 나는 탁 트인 넓은 바다를 보는 것을 가장 좋아한다. 창 너머로 펼쳐진 바다를 볼 때는 아무런 생각을 할 필요가 없다. 아무튼 나는 카페에 앉아 ‘멍 때리는 것’을 좋아한다.
그러다 보면 머릿속에 수 천, 수만 가지의 생각들이 떠오른다. 최근에 있었던 좋은 기억들, 골치 아픈 문젯거리들, 무언가 하고 싶었던 일들 혹은 글쓰기에 쓸만한 소재거리들이 떠오르기도 한다. 그런 생각이 생각을 낳고, 그 생각이 다시 다른 생각을 낳고. 그런 과정이 끊임없이 반복된다. 그러면 나는 연습장을 꺼내 그것들을 끄적여본다. 때로는 그것들을 정리한 후에 컴퓨터로 옮기기도 한다. 보통은 그저 끄적여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생각 정리가 된다.
그런 생각을 하는 일도, 생각하는 것만큼 만만한 일은 아니다. 그것도 나름 머리를 쓰는 일이라 그런지 에너지 소모가 꽤나 크다. 두어 시간 이상 생각을 하다 보면 이마에 미미한 통증이 느껴지고(우리 어머니는 그런 두통을 종종 500원짜리만 한 두통이라고 표현한다) 곧이어 허기가 느껴진다. 그때가 되면 나는 짐을 챙겨 카페를 나선다.
그리고 나는 다시 카페에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