녀석이 받은 정신적 피해의 제일 큰 가해자가 나였다는 데 짐짓 놀랐다. 회사 생활이라는 게 적자생존의 문법과 약육강식의 논리가 어느 정도 작용하지 않느냐는 합리화는 나나 녀석 누구에게도 위로가 되지 않았다. 녀석은 생존의 당위성을 글로 옮기면서도, 거기서 오는 스트레스, 거기에 더해 홍일점으로 남초 분야에서 홀로 경쟁하고 감내해야 하는 유일한 종이라는 사실에 더욱 불안을 느끼는 듯했다. 유일종이 마치 멸종위기종이라도 되어 곧 빙하기에 휩쓸려 사라질 것 마냥.
여기자가 남초 분야에서 살아간다, 나아가 생존까지 해나간다는 것의 의미를, 나쁜 편집장은 "직장 생활에 여자 남자가 어딨어. 다 똑같아야지"라는 생각으로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간과해 버렸다. 돌이켜 보니 녀석은 직장의 여사원 중 유독 월 1회는 필수로 써야 하는 보건휴가를 어렵게 대한 것 같다. 녀석은 편집장이 먼저 말을 꺼낼 때까지, 보건휴가를 입에 담지 않았다. 느낌상으로, 적어도 십중칠팔은 그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