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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작가 Apr 20. 2021

[쓰기론 8] 생각을 날리지 않게 잡아 두어라

여기저기 떠오르는 심상을 포착하는 일부터


글을 쓰면서 들이게 된 습관 중 하나는 메모다.


글은 쓰려고 각 잡으면 오히려 안 써지는 경험을 해 보았을 거다. 그냥 버스 바깥 차창을 멍 때리면서 바라보거나, 자려고 누울 때 순간 좋은 글감들이 뇌리를 스칠 때가 많다.


이때 떠오르는 심상들은 대개 엉뚱한데 무언가 글로 쓰면 좋을 것 같은 재료들이다. 잔잔한 호수 앞에서 낚싯대를 세워두고 꾸벅 졸고 있는데 물고기의 입질이 오는 경우랄까. 대어를 낚으려고 별 용을 써도 헛발질만 하다가, 외려 마음을 비울 때 만선을 하는 상황이다.



아마도 많은 이들이 이러한 경험을 해 보았을 터인데, 돌이켜 보면 그때 문득문득 떠오른 생각들이 기가 막힌 경우가 많다.


사람의 뇌는 비울수록 뇌 용량에 공간이 생기고, 마음이 편해지면서 여유가 찾아들게 된다. 곳간을 덜어내면 사유의 배는 고픈 게 아니라, 생각지도 못한 아이디어의 밀물이 떠밀려 들어온다. 다만 그 경험을 하기 위해서는 머리를 꽉 채우기 위한 노력도 선행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지식으로 머리를 채우고, 감성으로 가슴을 채운 자만이 곳간을 덜어 냈을 때 찾아드는 양식을 비로소 채울 수 있다. 애초에 든 게 없다면 뜨내기손님 같은 아이디어들도 한낱 불청객으로 인식될 뿐이다.



그렇다 한들 그 뜨내기들이 예삿 이들이 아니라는 느낌이 들면, 얼른 폰의 메모장을 켜서 뭐라도 끄적여 놓는 편이 좋다. 그것이 사장되고 말고는 중요한 게 아니다. 팝업 되는 생각의 파편들을 아무 의식 없이 흘려보내지 말고, 잠자리채로 잡아 채집통에 집어넣어야 한다.


그것이 결국 나중에 글을 쓰는 글감이 된다. 설령 실제로 쓰지 않더라도 손해 볼 건 하나도 없다. 리스크가 제로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메모를 하는 행동을 반복하게 되면서 루틴화, 습관화로 이어지는 장점이 있고, 실제 생각을 정리하는 삶을 사는 데에도 적지 않은 도움이 된다.


* 참고로 글을 천 번 단위로 쓰다 보면 메모가 곧 글이 되는 기적을 경험할 수 있다. 나아가 메모 없이 생각이 곧 글이 되는 경지에까지 이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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