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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작가 Mar 19. 2021

[쓰기론-3] 수다쟁이와 글쟁이는 한 끗 차이

수다쟁이라는 파일을 글쟁이 파일로 변환해보자

언어가 참 신기하면서도 당연한 것이, 말이 곧 글이고, 글이 곧 말이다. 너무나 당연하지 않은가.


그런데 사람들은 말하는 건 쉽다고 하고, 글을 쓰는 건 어렵다고 한다. 이 얘길 하면 누구나 무릎을 '탁' 칠 거다. 여기서 "그런데 왜 그럴까요?"라고 물으면 대다수는 아무 말도 못 할 거다.



말이 글이고 글이 말인 줄 알면서도 말은 쉽고 글은 어려운 건 말과 글의 속성 차이 때문이다. 말은 즉시성이 강하다. 이 말인즉, 말은 글보다 거쳐 가는 필터 수가 적다. 다시 말해, 말은 보고, 행하고, 생각하는 즉시 내뱉을 수 있다. 그걸로 끝이다.


글은 다르다. 머릿속에서 한번 통밥(?)을 굴려야 한다. 생각이라는 필터가 뇌와 아웃풋 사이에 한 겹 더 들어간.


한 겹이라고 표현했지만, 글을 써보지 않은 사람한테는 그 한 겹이 김 한 장이 아닌, 판 몇 장일 수 있다. 그래서 한 발조차 내딛기 어려워한다. 실제로 내딛고 나면 대단한 건 아닌 것을 초보 때는 실감하지 못한다.



여러분에게 다행스러운 하나는 여러분은 말은 곧잘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 글쓰기를 위한 도구 하나는 가진 셈이 되니 너무 걱정마라.


수다쟁이는 아주 좋은 표현의 툴을 갖고 있다. 바로 입이다. 말을 잘한다는 건, 표현 능력의 한축은 갖고 있다는 뜻이다. 게 중엔 생각 없이 말하는 부류도 있겠지만, 대개는 생각을 빠르게 내뱉는 사람들이다.


이들에게 부족한 능력이 있다면 '생각 정리 능력'이다. 말을 빠르고 즉각적으로 뱉는 사람 중 다수는 두서가 없다. 물론, 생각이 마치 글처럼 입에서 쏟아지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런 이들은 극히 소수다.



어쨌든 수다쟁이들은 (대개는 정제되지 않은, 날 것 그대로의 로우 싱킹) 생각을 잘 말 해낼 수 있으므로, 이들이 글을 배운다면 자신들의 말을 글로 옮기는 연습부터 해보자.


말을 하면서 동시에 쓰기는 어려우므로, 말을 녹음하고,  녹음된 음성 파일을 필사(따라 쓰기)해보자. 필사의 과정을 통해 여러분은 여러분의 언어 표현에서 사족 등 불필요한 점과 장단점들을 꿰뚫을 수 있을 것이다. 하고 나서 별 생각이 없을 수도 있고, 얼굴이 발개지거나 손발이 오그라들 수도 있겠지만, 어쨌든 그 과정은 생각을 매개한 말과 글이 동기화되는 과정이므로 자신의 소리 언어를 문자 언어 파일로 변환해 사고 자체를 문어적 생각으로 바꾸는 데 도움이 된다.


글은 어려운데 말은 좀 하는 사람들이라면, 엄한 책 사다가 필사한다고 깨작거리지 말고, 자신의 음성 녹음본을 필사적으로 필사해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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