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부디 꾸준히 할 수 있기를
브런치는 애증의 플랫폼이다.
성과가 가시적으로 보여야 하는 나에게는 더욱 그렇다.
매체에 소속되어 속보 경쟁, 단독 싸움(물론 치프가 된 뒤로부터 직접 하기보다는 주니어들을 시키는 입장이다), 단행본 편집 및 제작 등을 하다 보니, 콘텐츠 쓰기의 최우선 고려 사항은 독자들의 관심(이라고 쓰고 어그로라고 읽는다)이 될 수밖에 없다.
에디터로서 통렬하게 반성하지만, 후배들 밥을 챙겨주고 나 역시도 먹고살기 위해서는 트래픽이라는 화두는 어쩔 수 없는 딜레마다. 미안하지만 치열한 콘텐츠 생존의 최전선에서 '나무늘보들의 놀이터'인 브런치는 사치다. 참으로 안타까운 현실이다.
그러다 보면 에디터의 감성은 메마르다 못해 사막 위를 걷는 거북이 등껍질처럼 쩍쩍 갈라진다. 그나마 책을 만들고 있기 때문에 억지 감성이라도 유지하려고 소설이나 에세이집을 머릿속에 욱여넣는다.
인풋도 좋지만 에디터에게 더 유익한 행위는 아웃풋이다. 가령 책 한 권 정도를 읽는다면, 서너 편의 글을 가래떡처럼 뽑아내야 인풋과 아웃풋의 선순환이 이루어진다.
브런치를 처음 시작했던 동기는 여기서 끄적이는 글들을 에디터적 감성 글쓰기를 위한 자양분 내지는 마중물로 삼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브런치란 것이 일과 잡무와 직원 관리 등에 치인다는 핑계로 가장 먼저 뒷전으로 보내게 되더라. 실제로 여력이 없었기도 했고.
그러다 보니 이걸 개설한 지도 2년은 족히 흘러가는 것 같은데, 정작 곳간에 쌓아 논 글은 턱없이 부족하다. 단순히 개수 채우기가 아닌, 정성적 관점에서 바라보아도 뭐가 없다.
사실 글이라는 게 10년 차 짬밥정도 되면 쓰는 것이 글이요, 말하는 것이 말이 된다. 딱히 구조나 구성 따위를 거창하게 염두에 두지 않더라도 피아노 치듯 글을 흘려보낼 수 있다는 얘기다. (그렇다고 잘 쓰거나 하는 글은 결코 아니니 오해 마시길)
부담 없이 끄적이면 쓰는 것들이 이런 류의 글들이다. 실제로 첫 문단부터 지금까지 3분이나 걸렸을까.
이런 일상의 끼적임이라도 에디터적 글쓰기에는 제법 도움이 되는 것임을 매거진을 만들면서 많이 느꼈다. 바쁘건 한가하건 따지지 않고 쓰고 봐야 는다는 것인데, 한 5년 차가 넘어가는 지점부터는 임계점을 넘어 이런 단계를 느낄 수 있다.
사족이 길었는데, 사실 브런치를 다시 해보기 위한 셀프 다짐이자 넋두리였음을 고백한다.
호기심에 오픈 카톡방을 검색해 보았더니, '브런치 작가방'이라는 공간이 있더라. 며칠간은 눈팅을 하고 며칠간은 회원(?)들과 대화를 나눴다.
실은 그전에 끝내주는 게으름을 타파하기 위해 카톡 오픈 채팅방에 새벽 독서반 따위를 개설하여 억지 수행을 벌이고 있었다. 평일 새벽(?) 6시 30분(게으른 사람에게는 이 시각도 새벽이다)에 줌 링크를 공유한다. 채팅방 구성원 중 참여하고 싶은 각자가 특정 책을 읽고 인상 깊은 글귀를 남기는 식이다.
전날 잠이라도 설친다면 6시 반에 일어나는 행위 자체가 고역인데, 어쨌든 해보자고 의기 투합했고, 하겠다고 공언까지 하였으니 이제와 뺄 수도 없고 비몽사몽 강행하고 있다.
여기에 이상한 짓까지 저질러 버리고 말았다. 새로 들어간 브런치 작가방의 신삥 주제에, "브런치 스터디가 있었으면 좋겠다"라는 모 회원의 소망을 덥석 물어 버린 것이다.
'그럽시다. 까짓 거 뭐 해보죠.' 뭐든 저지르고 보는 몹쓸 성향이 또 발동해 버렸다(최근에 자청 님의 역행자를 2회독 째 중이라 중증이 더 심해졌다). 소소하게나마 돌리고 있는 새벽 독서방이 있었기에, 여기에다가 브런치 스터디까지 아울러서 접목해 보면 '기존 구성원(활동하는 사람은 한 손가락에 꼽는다)도 도움을 받을 수 있고 시너지가 날 수도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희망 회로가 돌아가버린 까닭이다.
브런치 작가방의 방장님께서는 당돌한 신입의 제안을 마더 테레사의 가슴으로 받아 주셨는데, 단 브런치 글을 하나 쓰고 링크를 공유해 주시는 게 좋겠다는 제안을 주셨다(세상사 호락호락한 게 없다).
브런치 작가방의 방장님께서는 당돌한 신입의 제안을 마더 테레사의 가슴으로 받아 주셨는데, 단 브런치 글을 하나 쓰고 링크를 공유해 주시는 게 좋겠다는 제안을 주셨다(세상사 호락호락한 게 없다).
그러한 연유로 지금 카페에서 궁상떨면서 이 글을 쓰고 있는데, 어쨌든 브런치 스터디를 했으면 하는 바람은 진심이고, 그 바람의 기저에는 너무나 게을러서 누적 발행 글이 20건도 되지 않는 이 악순환을 끊어 냈으면 하는 조악한 새해 전 다짐이 깔려 있던 것이다.
어쨌든 말이 많은 성격이 글로도 이어지고 있는데, 이쯤 해서 얼른 회원들에게 링크를 공유해 드려야 하겠다. 그러면 일주일에 두세 편이라도 억지로 끄적여지겠지. (쓰니깐 뭔지 모를 스트레스는 풀리는 걸 보면 천생 글로 노는 사람이긴 한갑다)
ps. 회원님들 별 거 없는 한낱 얄팍한 글쟁이지만, 배운 게 도둑질이라고 이마저 도움이 되신다면 기꺼이 퍼 드리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