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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작가 Mar 22. 2021

[쓰기론-5] 내면의 우물을 길어서 마을로 가져가기

3일은 독수공방, 3일은 사통팔달

앞 편에서 감정을 쓰라고 했는데, 더 잘 쓰려면 내면의 우물로 도르래를 내려 우레박으로 물을 길어 올려야 한다. 그리고 그렇게 애써 길어 올린 물을 마을로 조심히 가져갈 때 비로소 대중에 먹히는 글이 된다.


그렇다면 내면의 우물은 대체 어떻게 길어 올리는 걸까. 자신만을 위한 진정한 시간이 필요하다. 외부의 문을 차단하고, 카톡을 끊고, 오로지 자신의 내면에만 침잠하는 시간. 침잠하려면 방해를 받지 않아야 하는데, 무조건 혼자 있는다고 되는 것은 아니고, 최근의 생각을 가지치기하고 정리해 한두 가지 생각에만 집중해 자기 사유의 강에 도하할 준비하는 게 좋다.


그런  시간이 하루 이틀 쌓이면 점점 내면과 마주할 시간이 길어지면서 또 다른 나와의 접촉면도 늘어난다. 그렇다고 그때그때 바로바로 자기만의 언어로 표현할 수준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그런 식의 트레이닝을 하거나, 굳이 의식하지 않더라도 몽상이나 공상 따위를 하다 보면 내면의 감정을 솜사탕처럼 뭉개 뭉개 만들어 낼 수 있는 소근육들이 발달하게 된다.



그 솜사탕은 처음에는 모양도 이상하고 어설플 거다. 그러나 우리는 솜사탕을 자랑할 단계가 아님을 누구보다 잘 안다. 단지 만들어 냈다는 그 자체가 중요한 것이다.


그렇게 만든 솜사탕을 사람들에게 팔 수 있을 정도가 되면 이 글을 읽을 필요 없이 그냥 하산하면 된다. 우물을 길어 올려 마을에 가져가는 일을 무사히 마친 것과 같은데, 이 일을 잘 해내려면 내면으로부터 길어 올린 표현을 외부와의 소통을 통해 다양한 관점과 부대끼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 말이 자신의 날 것 그대로의 표현을 다른 사람한테 검사받으라는 뜻은 아니다. 단지 다른 이들은 과연 당신의 생각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삼인칭 관찰자 시점이 되어 바라봐서 타자화된 관점으로 다시 자신의 글을 보라는 이야기다. 이 과정을 거치면 글의 자기 객관화가 가능해져 더 좋은 글로 거듭날 방향성을 찾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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