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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작가 Mar 23. 2021

[쓰기론-6] 처음엔 좁고 얕게, 그리고 주변부터 넓게

아기 삽 쓰는 법부터 연습하자

글쓰기는 절대 첫술에 배 부를 수 없는 작업이다. 우선 자주, 많이 쓰면서 글쓰기에 필요한 기초 소근육을 발달시켜야 한다. 이는 아기들의 발달 과정과 흡사하다. 아가들은 딸랑이를 쥐고 흔들면서, 자신의 손발을 강아지의 네 발처럼 쓰면서 생존에 아주 기초적인 기본 근육들을 발달시킨다.


그건 아무것도 아닌 거 같지만, 아가들의 세계에선 기존의 영역 너머 또 다른 미지의 우주로 내닫을 수 있는 진보이자 혁명이다. 영화 '인터스텔라'의 등장인물들이 한 차원에서 다른 차원으로 이동하는 것과 같다.



글쓰기의 발달 과정 역시도 그와 비슷하다. 글쓰기는 어학 실력이 향상되는 과정과도 무척 흡사한데, 언어 능력은 기본적으로 계단식 상승 곡선을 그린다. 처음에는 별 미동 없이 한일자를 그리다가, 시간과 노력이 쌓이고 쌓인 어느 특정 시점에 대번에 수직 상승한다.


이 상승의 경험을 두어 차례 반복하면, 그때 비로소 글쓰기에 자신감이 붙게 된다. 그때까지는 한발 한발 내딛기조차 쉽지 않은데, 여러분은 바로 그 두려움을 떨쳐야 하며, 그러기 위해선 바로 시작하는 실행력과 그 동력을 이어 나갈 수 있는 인내와 뚝심이 필요하다. 후자는 글쓰기 루틴을 빠르게 몸에 붙이고, 생활의 일부로 들어오게 하는 중요 요소다.


시작 단계의 방법은 부담 없이 쥘 수 있는 작은 삽으로 여러분 집 마당의 흙을 파듯이 천천히, 그리고 얕게 파보는 것이다. 더 자세히 설명하자면, 주제는 딱 하나만 잡되, 그 주제를 부각할 소재는 다양하게 수집하고 개수대에 모아 흙먼지만 털어내라.



그러면 글을 쓸 기초 토대는 마련한 셈이다. 처음부터 소재에 매몰되어 분에 넘치게 많이 모을 필요는 없다. 너무 거기에 힘을 쓰면 글을 적기도 전에 지쳐 버린다. 그래서 소재는 적당하게만 바구니에 담고, 소재를 다듬는 세척 작업도 적당히만 하자. 그것 역시 부담된다면 생략해도 좋다.


하나의 주제를 잘 표현할 소재 찾기에 골몰하다 보면, 그리고 그 과정이 켜켜이 쌓이게 되면, 사유의 폭도 서서히 넓어진다. 거기에 하위 주제들을 가지처럼 내리고 소재들을 카테고리에 맞게 분류하는 힘을 키운다면, 생각이 더 확장되고 깊이도 깊어지게 된다. 그 과정에 대해선 향후 챕터를 통해 언급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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