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났어
정말 떠났어
어제 그가 지냈던 집으로 가 보았어
그는 아무런 흔적조차 남기지 않은 체
깊은 밤에 떠났어
돌아오겠다는 약속도 하지 않은 체
기다려 달라는 말도 남기지 않은 체
내가 잠이 든 깊은 밤에 떠났어
당신이 떠나버린 곳에서
당신이 머물렀던 공간에서
당신의 흔적이 사라진 이곳에서
소리도 내지 못한 체
난 숨죽여 흐느끼고 있어
그렇게 나의 마음에서 나가기를 원했다면
그렇게 내 곁에서 떠나가길 원했다면
걱정하지 마
당신이 편하도록 잊어줄게
미안해하지 마
내 마음의 구석, 구석에 아직까지
가득 채워진 당신이란 흔적을 씻어낼게
그러나 어쩌면 좋을까
짙은 커피 향기처럼 빠르게 번져가는
벌써 시작된 당신에 대한 그리움의 흔적을
어떻게 지워낼 수 있을까
벌써부터 당신이 보고 싶어서
마음이 흔들리고 있어
그래도
떠나간 당신을 잊어야 한다면
사랑을 시작할 때 가졌던 마음처럼
당신의 흔적을 없애는데도 큰 용기가
필요할 거야
아직은 나에게
그런 용기를 없겠지만
그러나 걱정 마 가슴 아프고, 견디기 힘들더라도 깨끗이 잊어줄게
그래야지
당신이 마음 편히 다른 사랑을 할 수
있을 테니까
그래야지
나도 당신이란 아픈 미련의 무게로부터
가벼워질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