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 있어도
마치 따로 떨어져 있는 것처럼
서로에게 동화되지 못하고
언제부터인가 그렇더라 우리 사이가
늘 습관처럼
손을 잡지만 남매가 손잡는 듯
너무 익숙한 설렘도 떨림도 느낄 수 없이
언제부터인가 그렇더라 우리 사이가
오늘 못 나갈 거 같아서 내일 만나자
어, 그래 바쁜가 봐
좀 바쁘네 미안해서 어쩌지
괜찮아 바쁠 텐데 일해
무미건조한 데이트 취소 통화
늘 만나면 새롭지 못한 데이트에
일이나 다른 핑계로 취소하면 서운하기
보다는 이해심 많은 연인처럼 행동하지
언제부터인가 그렇더라 우리 사이가
언제부터 우리 사이가 뜨겁지 못하고
다 식어버린 차가운 찬밥처럼
이렇게 되어버렸을까
전자렌즈에 돌리면 식어버린 밥도
다시 따뜻한 밥이 되듯이
너무 식어버린 우리 사이도 전자렌즈에 넣고
돌린다면 다시 예전처럼 돌아갈 수 있을까
너무 길어져 버린 우리의 만남이
우리가 결혼하지 않았어도 결혼한 사이처럼
서로에 대한 책임감과 의무감에 사로잡혀
우리의 만남 자체를 서로에게 상처주면
안된다는 책임감과 의무감으로 만남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 아닐까
어쩌면
우리 중 누구라도 먼저 이별 선언을 해주길
서로가 바라고 있는지도 모르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