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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경희 소장 Jan 26. 2022

엄마에게 새벽 금지령 내린 날

2달만에 엄마에게 새벽금지령 내린 날

새벽 5시경, 띠링 띠링 띠링..... 띠링 띠링 띠링.... 계속되는 소리에 잠이 깼다.

몸이 불편한 엄마가 냉장고 야채칸에서 배추, 무우, 배, 마늘 등 이것저것을 천천히 빼면서 앉아계신다.  냉장고가 문열려있다고 알리는 소리였다. 청력이 약해서 잘 안들리시는것 같았다. 아마도 오늘 하루는 물김치할 생각에 새벽 댓바람부터 기운이 나서 준비를 하고 계신것 같다.  난 참 심란하다. 남편도 일어났고 나도 잠이 다 달아났다.


며칠전부터 명절이 다가오니 엄마음식중에 가장 좋아했던 물김치를 담궈주겠다고 하신다. 몸이 불편한 엄마가 1을 움직이면 그 뒷치닥거리하느라 난 2를 움직여야하는데 차마 그것마저 못하게 할수가 없었다. 얼마전에도 꿀을 소분하려는데 "내가! 내가 할께"하며 소리높여 의욕을 높이시기에 하시라고 했더만.... 역시나 엄마가 앉아서 일한 자리의 뒤끝은 바닥부터 싱크대 문 여기저기에 끈적거리는게 다 묻어있다.  


평소에도 잠을 깨우면 짜증을 잘 내는 나는 방에 조금 앉아있다가 결국 엄마방에 따라 들어갔다. 대단한걸 하지 않았지만 함께 산 두달동안의 고충을 결국 털어놓았다. 거동이 불편해진 엄마는 처음엔 사위눈치도 보는듯했지만 식구들 모두 크게 불편해하지 않기에 편안하게 지내시는것 같았다. 나도 즐거웠던 시간들이 많았다. 중간중간 나의 잔소리가 날아다니기도 했지만 일을 하기 때문에 너무 열심히 잘해드릴려고 하지도 않았다. 마치 아이들 유치원 보내듯이 예쁜 옷도 사입히고, 데이케어에 잘 적응하시는 모습에 내심 기특(?)해 하면서 행복하기도 했다. 그래도 힘은 들었다.


같은 공간에 있는 것만으로도 마음의 무게가 컸던것 같다. 주말에 쉬지 못해서 힘들다는 내말에 엄마는 놀라시는것 같았다. 미안해하는 엄마를 보며 죄송스러워 결국 눈물을 쏟았다.


실컷 엄마옆에서 울면서 이런저런 얘기하면서 엄마마음도 달래고 내마음도 달랬다.

그리곤 새벽에 '사부작... 사부작...'거리는 물걸레질을 전면 금지시켰다. 울엄마는 내일부터 화장실 가는것 말고는 아침 7시전엔 엄마방 밖에서는 살림금지다. 울 엄마는 핸드폰으로 유투브강의를 진짜 잘 들으시고 재미있어 하신다. 앞으로 그걸 들으시겠다고 하셨다. 참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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