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집에 들어가니 엄마는 물김치를 해놓으셨다. 불과 5년전까지 먹었던 그맛은 아니지만 모양새는 예전과 똑같다. 뭔가 비스무레하지만 감칠맛은 없었다. 빈말이지만 맛있다며 칭찬도 하고 아침에 성질내서 힘들진 않으셨냐고 묻기도 했다. 안색을 살펴보니 엄마얼굴이 푹 삭으셨다. 눈물이 찔끔나왔지만 꾹 참고 토닥이며 함께 잘살아보자고 했다. 참고로 난 울보다.
나이드신 엄마는 예전과 다르게 마음의 변화가 생기면 얼굴이 변하신다. 3년전부터 엄마는 몸이 많이 안좋으셨다. 수술도 하고 병원입원도 여러번하셨다. 나이들수록 몸과 마음이 하나라는 것이 더 분명하게 보인다.
아침 7시에 엄마방에 들어가니 몸이 너무 힘들어 영양주사를 맞고 싶으시단다. 그럴정도는 아닐것 같은데 하면서도 이번주엔 내가 시간이 없으니 명절지나고 맞자고 하니 알았다고 하셨다. 나이스하게 대화를 마치고 난 출근을 했다.
그런데 오후에 카톡방을 보니 언니가 출동해서 엄마는 병원에 링겔주사를 맞으러 가셨단다. 효심가득한 언니의 적극적인 리액션이 작용했을것이긴 하나 허걱이다. 우리엄마만 그런건지 남의 엄마도 그런건지는 잘 모르겠으나 하여튼 우리엄마는 하고싶은 욕구에 사로잡히면 그것만 신경쓰는 어린아이가 되어버린거 같다. 한마디로 여러가지를 동시에 고려할 수 있는 통합적 사고가 안되는 것이다.
어제의 물김치사건도 그 새벽에 덜그럭거리면 식구들이 잠을 깬다는 것을 생각치 못한 것과 같다. 불과 하루만에 내가 알던 든든하고 인내심 있는 엄마가 아니구나를 다시 한번 더 실감한다. 얼마전에 친구랑 통화하면서 자기엄마가 그동안 알던 엄마가 아닌것 같다는 말이 씁쓸하게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