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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경희 소장 Jan 27. 2022

하나만 보입니다

어제 집에 들어가니 엄마는 물김치를 해놓으셨다. 불과 5년전까지 먹었던 그맛은 아니지만 모양새는 예전과 똑같다.  뭔가 비스무레하지만 감칠맛은 없었다. 빈말이지만 맛있다며 칭찬도 하고 아침에 성질내서 힘들진 않으셨냐고 묻기도 했다. 안색을 살펴보니 엄마얼굴이 푹 삭으셨다. 눈물이 찔끔나왔지만 꾹 참고 토닥이며 함께 잘살아보자고 했다. 참고로 난 울보다.


나이드신 엄마는 예전과 다르게 마음의 변화가 생기면 얼굴이 변하신다. 3년전부터 엄마는 몸이 많이 안좋으셨다. 수술도 하고 병원입원도 여러번하셨다. 나이들수록 몸과 마음이 하나라는 것이 더 분명하게 보인다.


아침 7시에 엄마방에 들어가니 몸이 너무 힘들어 영양주사를 맞고 싶으시단다. 그럴정도는 아닐것 같은데 하면서도 이번주엔 내가 시간이 없으니 명절지나고 맞자고 하니 알았다고 하셨다. 나이스하게 대화를 마치고 난 출근을 했다.


그런데 오후에 카톡방을 보니 언니가 출동해서 엄마는 병원에 링겔주사를 맞으러 가셨단다. 효심가득한 언니의 적극적인 리액션이 작용했을것이긴 하나 허걱이다. 우리엄마만 그런건지 남의 엄마도 그런건지는 잘 모르겠으나 하여튼 우리엄마는 하고싶은 욕구에 사로잡히면 그것만 신경쓰는 어린아이가 되어버린거 같다. 한마디로 여러가지를 동시에 고려할 수 있는 통합적 사고가 안되는 것이다.


어제의 물김치사건도 그 새벽에 덜그럭거리면 식구들이 잠을 깬다는 것을 생각치 못한 것과 같다. 불과 하루만에 내가 알던 든든하고 인내심 있는 엄마가 아니구나를 다시 한번 더 실감한다. 얼마전에 친구랑 통화하면서 자기엄마가 그동안 알던 엄마가 아닌것 같다는 말이 씁쓸하게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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