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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경희 소장 Jan 29. 2022

엄마의 지갑이 없어졌다.

몸은 아파도 내 지갑은 있어야 할 것 같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엄마를 어디에 모셔야 할 것인가가 고민이었다. 엄마는 현재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혼자서 살 수 없으시다. 그래서 엄마 마음대로 자식 동의없이는 자신이 살 공간을 선택할 수가 없었다. 인생 후반전 그림에는 전혀 없었던 일이 운명처럼 다가온 것이다. 엄마와의 동거가 시작된 것이다.


아버지는 깜박 깜박하는 약간의 치매증상이 있으셨다. 그래도 안주머니엔 항상 돈과 주민증, 아들 명함이 들어있는 가죽지갑이 있었다. 엄마는 안방 서랍 안에 지갑을 두고 쓰다. 주민증, 돈, 도장이 들어있던 낡은 천 지갑이다. 아버지가 떠나신지 2달후 쯤 엄마의 지갑이 없어진 걸 알았다.


아침에 엄마방을 청소하다 보니 작은 상자 안에 5만 원 1장과 1만 원 2장이 있다. 그 옆엔 언제 써놓았는지 모르지만 작은 종이에 '최**, 소원성취 이루어지다 관세음보살'이라고 3장이나

써놓으셨다. 그 옆엔 볼펜도 없다. 울보인 나는 또 눈물이 난다.


외출하자마자 현금인출기에서 100만 원을 찾았다. 내 돈이 아니고 엄마 돈이다. 사실 엄마의 돈은 내가 다 관리하고 있다. 그래도 기분이 좋아진다. 엄마의 천 지갑을 대체할 만한 파우치도 생각났다. 이번 명절에 손주들에게 플렉스 하시라고 거기에 넣어서 드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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