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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보다 쉽지 않은 첫 번째 인사

01. 프롤로그

by 규현

아무것도 지식이 없는 아기로 태어나서 인생을 살면서 새로운 것을 배우고 새로운 사람을 맞이한다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수순이다. 우리는 지금도 출근길 지하철을 타면서 혹은 식당에서 밥을 먹고 여행 갈 때 새로운 지식과 인연이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새로운 것은 누군가에게는 심심하지 않을 것 같은 놀이일지는 몰라도 누군가에게는 익숙하지 않은 무언가에게 오는 두려움이 될 수도 있다.


새로운 학교, 새로운 직장은 나를 떨게 한다. 나이가 들면서 순차적으로 경험을 해야 하지만 내가 여기에서 배움과 일을 하는지는 자세하게 설명을 들어보지 않았기 때문에 알 수가 없었다. 그냥 가만히서 사람들 눈치 챙기면서 어떤 일을 하고 그걸 나는 보고 따라 하게 된다. 다른 사람도 마찬가지인 것 같았다. 한 사람이 자리에서 앉으면 모두들 서서히 자리에 앉기 시작했고 3~5명으로 이루어진 무리가 먼저 회의가 끝나서 일어나서 밥을 먹으러 가면 슬슬 다른 사람들도 밥을 먹으로 자리를 비웠다. 요즘 세상은 아메리칸 마인드를 장착한다는 마인드로 예전 10년 전보다는 각자 개성이 많아지고 자신감을 많이 가지고 있지만 그래도 아직 대한민국 사회에서는 예전 눈치 보고 선뜻 나서지 않는 그런 문화가 남아 있는 것 같다.



하... 잘해보려고 했는데 왜 난 안되지??



내 뜻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은 무언가 나를 막고 있는 듯한 느낌이고 사람들에게 나에 대한 인상이 완벽하기를 바랄 뿐이라는 생각에 흠이 있어서는 안 되고 어떤 일이든지 완벽하게 수행해야 한다는 강박이 생긴다. 그러나 그 강박은 커지면 커질수록 이룰 수 없는 목표가 되어버리고 이룰 수 없기에 나 자신을 한탄하면서 스스로를 깎아내려가기 시작한다. 그것은 자신감 하락의 원인이 되며 동시에 내가 발전해야 하는 부분을 가로막는 원인이 된다.






글을 써본 적이 없는 내가 갑자기 이 브런치북을 연계하라고 하는 과정은 마냥 순탄치가 않다. 무슨 대단한 일을 하길래 어떻게 과정이 순탄치가 않냐고 생각할 수 있지만 새로운 클릭 새로운 양식 모든 것이 내가 실수할 것이라는 두려움 속에서 일어난 일이다. 그림을 그려보지 않은 사람에게 갑자기 붓을 쥐어주며 사람 얼굴을 그려보라고 하는 것과 요리를 해본 적 없는 사람에게 칼을 쥐어주면서 양파를 채 썰어보라고 한다면 쉽게 이해가 될 것이다. 특히 제목부터 소개글까지 조금이나마 의미 있고 심도 있는 글을 적기 위해서 생각을 더 많이 하게 되고 한토시라도 틀리지 않으려고 노력을 하는 스타일이다.


그렇게 제목을 적었다 지웠다를 반복하고 브런치북을 만들다가 지우기도 하고 여러 번 반복하게 되었다. 저장을 하면 되는 것을 굳이 지운 이유는 내가 글을 작성할 때 나의 리듬을 다 같이 맞추고 싶은 욕심이었다. 제목과 본문 그리고 책의 이미지까지 내가 원하는 완벽의 느낌의 책이 되어야지 비로소 내가 만족할 수 있는 책이 되었다고 생각했으니깐...



말은 그렇게 쉽게 할 수 있지만 행동은 그렇게 되지 않는다 이미 시간이 지날수록 높아지는 내 기준치가 이제는 실력으로 따라잡을 수 없는 수준까지 왔다.


이러다 또 시작도 못하고 끝내는 건 아닌지...

그렇다고 내가 해보고 싶은 브런치북 연재를 포기하기는 그렇고...


많은 고민을 하다가 나의 뇌는 완벽해지고 싶다는 강박에서 완벽하지 못하다는 나 스스로를 자책하고 그리고 그런 내 모습을 보면서 절망을 하면서 이제는 해탈의 경지까지 오게 되었다.


강박 → 자책 → 절망 → 해탈


해탈의 시간까지 오는 과정은 나의 도전에 대한 믿음에 긴가민가 하게끔 만들었다. 그런데 이게 참 아이러니한 것이 해탈의 수순을 밟고 있을 때 문뜩 떠오르는 것이 있다.


어차피 지금은 처음이고 앞으로도 브런치북을 계속 써 내려가야 할 과정인데 굳이 완벽해지려고 해야 하나 싶었다. 지금 완벽하다고 생각이 들면 앞으로 적어야 할 글에 완벽의 기준이 더 올라갈 것이고 그러면 더 힘들 것 같았다. 그냥 써 내려가기만 하면 자연스럽게 점점 완벽에 가깝게 성장할 테니깐 결국 내가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어쩌면 '완벽'보다는 '완성'이 아닐까 싶었다. 완벽함은 완성에 대해서 끊임없이 괴롭혀서 단단하게 만들어주지만 완성은 자연스럽게 완벽하게끔 만들어주니깐 어쩌면 나는 이런 쉬운 길을 간과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 책은 스스로 완벽함 추구하는 강박을 가져서 고통을 받는 사람들에게 조금이나마 위로 혹은 조언을 해주는 글이다. 이 글을 쓰는 나도 한때는 완벽을 추구해서 사람들 눈치 챙겨보고 나를 스스로 채찍질하면서 노력했지만 그렇지 못하기에 수많은 죄책감에서 비롯되는 생각들을 적는다. 어떤 프로젝트를 하던 어떤 만남을 가지던 결국 우리는 완벽보다는 더 중요하고 더 소중한 무언가가 있을 것 있다. 사람들은 당신을 볼 때 완벽을 바라지 않는다. 그리고 완벽하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한다. 내가 완벽을 위해서 노력하는 과정과 결과를 쉽게 인지하지 못하고 쉽게 기억에서 지워버린다. 그러기에 내가 완벽해질 필요가 있을까? 완벽함은 분명 나를 위한 성장의 발판이지만 지나친 강박은 독이 되어버린다. 나는 사람들이 이 글을 읽고 반드시 이렇게 하지 말아라 보다는 공감으로 받아들여서 한 번 더 생각의 폭이 넓어지게끔 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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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