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하게 하려다 오히려 어색해진 경험
재작년 이맘때쯤 찬바람이 코트를 뚫고 오는 이런 날씨에 나는 회사 취직을 위해서 면접을 보려고 하는 기간이었다. 취업이 쉽지 않아서 지원서를 아무리 많이 넣어도 연락 오는 곳은 거의 없었다. 뉴스에서는 청년들의 취업난 회사 안에서의 경제난으로 종종 나오고 있었고 그 뉴스를 보면서 나는 의미 없는 한숨을 내뱉으면서 혹시나 문자가 오지 않았을까 하면서 휴대폰을 10분마다 만지작 거리고 있었다.
그렇게 계속 신정이 지나고 나서야 몇 군데 연락이 오는 곳이 있었다. 잊어버린 지원서를 다시 찾아보며 내가 왜 지원을 했을까 와 그리고 어떤 직무로 넣었는지 다시 생각하면서 내가 드디어 면접을 볼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면서 행복과 동시에 소중한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다는 욕심까지 생겼다.
이건 기회야
어쩌면 다시 오지 않은 면접기회를 허무하게 날리지 않기 위해서 나 자신이 누구였냐는 질문을 버리기 시작했다. 오직 나만의 그런 고유한 사람이기보다는 회사에 제일 적합한 인재상이 되려는 심정으로 가면을 쓰기 시작했다. 그렇게 내가 생각하는 완벽한 인재상이 되기 위한 대본을 쓰고 그 대본을 반복해서 읽고 나를 통한 면접준비가 되는 것이 아니라 면접준비에 적합한 내 모습을 변형하려고 했다.
자신만만한 모습으로 면접을 보려고 그 회사에 들어갔다. 처음 보는 면접관 앞에서 긴장할법하지만 나름 일주일간의 노력으로 그다지 긴장되는 느낌은 없었다. 오히려 빠르게 내가 예상했던 수십 개의 면접질문 중 하나가 나오기만을 기다렸던 것 같다. 그렇게 물 한잔을 받고 조금 기다렸는데 역시나 생각한 것처럼 예상면접 질문이 왔고 자기소개와 "왜 이 직무를 도전하는가?" 등 질문이 들어왔다. 나는 준비한 그대로 대답을 이어나갔다. 회사가 원한다면 내가 손해를 보더라도 뭐든지 좋다고 말했고, 이게 내가 준비한 회사가 좋아하는 인재상이라고 생각했다.
순조로웠다
그렇게 약 20분 동안 면접을 이어나갔고 그렇게 면접을 잘 마무리하나 싶었는데 대뜸 마지막질문으로 면접관이 이런 질문을 했다. "혹시 면접자분은 본인이 어떤 사람인 것 같다고 생각하세요?"
"네! 저는 생각보다 보수적이고... 밖에 돌아다니는 것을 좋아합니다."
준비하지 못한 질문이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나는 무의식 중에서 해답을 찾으려고 했고 그 와중에 나의 무의식은 나의 본질적인 모습을 떠올려서 대답했다. 그런데 내가 지금까지 면접 때 말했던 것은 꾸준히 오래 앉아있고 돈을 밝히는 것보다 오로지 일만 하는 사람으로 대답했지만 무의식의 대답이 나를 앞뒤가 맞지 않고 지금까지의 대답들이 신빙성이 맞지 않게끔 한 것 같았다.
결과는 당연히 불합격이었다. 물론 주된 이유는 내가 그 대답을 해서 떨어진 거라고는 장담을 못하지만 마음 한편에는 불안함과 후회가 막심하게 몰려왔다. 떨어질 수도 있다는 부담감에 내가 거짓말을 한 것은 아닐까? 혹여나 내가 너무 긍정적인 대답을 해서 신빙성이 떨어지고 오해했나? 싶었다.
나는 가끔 주변지인들에게 각각의 연애상담을 들어준다. 각자의 사정은 다르지만 그중 썸을 타는 사람의 사연을 들어보면 좋은 인연이 되는 경우도 있지만 반대로 좋지 못한 관계로 막을 내리는 경우도 많다.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는 것은 굉장히 설레는 감정을 일으킨다. 그래서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면 내 모습보다는 가끔씩 다른 사람처럼 다가가서 완벽한 존재처럼 보이기를 바란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럴 것이다. 어쩔 수 없는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본래의 나의 모습을 바로 보여주기에는 부끄럽기도 하고 스스로 만족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으니까.
그러다 보니 익숙해지면 점차 달라지는 상대방의 모습을 보면서 많이 실망하거나 혹은 당황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분명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이런 사람이 아니었는데 지금의 모습은 과거의 기억 속의 상대방이 아니다. 커플이 다투는 이유 중 하나다.
내 모습에 가면의 씌우다.
완벽을 찾는 사람들에게 가끔씩 상대방에게 내 모습을 보이기가 싫어서 혹은 단점을 보이기가 싫어서 내 모습에 가면을 씌워서 거짓된 나의 모습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시간이 점차 지나면서 이 거짓된 나의 모습을 계속 감추기에는 상당히 어려운 일이고 그게 스스로 스트레스를 부르는 일이다.
내가 만약에 회사면접 때 질문에 대한 대답을 내가 솔직하게 나의 모습을 보여주고 내가 원하면서 내가 회사에 줄 수 있는 솔직한 답변을 했다면 회사 측에서 신뢰성 있는 답변으로 긍정적으로 검토할 가능성이 있다. 반대로 생각을 해봐도 내가 면접관이라면 나를 부풀리거나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보다는 나를 객관적으로 평가해서 부족한 부분을 채워나갈 수 있어 발전가능성이 있는 사람과 일을 하고 싶었을 것 같다. 또한 좋아하는 사람을 만날 때 나의 모습을 전부 다 보여주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솔직한 감정과 솔직한 모습으로 다가간다면 시간이 지나서 서로에게 실망감을 받는 일이 적지 않았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사람과 사람 간의 인연은 누구는 짧고 누구는 길게 이어질 수 있지만 관계성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신뢰다. 신뢰가 무너지는 순간 그 어느 누구에게나 쉽게 호의를 건네는 것을 꺼려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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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모습에 가면을 씌우는 것보다 차라리 가면을 벗어서 웃으면서 솔직해지는 사람이 된다면 어떨까 싶다. 사람마다 각자의 개성이 있는 만큼 너의 개성이 종종 너를 빛나게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