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고 내가 옷이 없는 것은 아니잖아
어떤 목적을 위해서 집문을 열고 나가기 위해서 우리는 여러 준비를 한다. 샤워를 하고 화장도 하고 아침밥을 먹고 그리고 옷을 입고 나간다. 옷을 입고 아침에 나가려고 하는 과정에서 때때로 우리는 입을 옷이 없다고 느끼는 경우가 있을 것이다.
오늘 하루 입을 옷을 입고 거울을 보면 가끔씩 내가 이런 옷을 입기에는 너무 뻔하기도 하고 아니면 내가 가는 장소와 분위기가 맞지 않는 것 같고 혹은 매번 똑같은 옷을 입는 것 같은 생각을 한다. 이것이 착각이던 혹은 사실이든 간에 입을 옷이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앱으로 옷구경을 한다던지 아니면 지나가면서 멋있는 옷가게가 있다고 하면 슬그머니 구경하면서 구매하는 상상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막상 옷장을 보는 순간 옷장 속에서 내가 그동안 사 왔던 여러 개의 옷들이 보인다. 그 옷들은 구매하고 나서 지금까지 신나게 입은 추억들이 각각 있는 친구들인데 지금은 어쩌다 갑자기 찬밥신세가 되었을까? 입기는 먼가 아쉽고 안 입기에는 아까운 존재들이다. 그런 애들을 두고 입을 옷이 없다고 생각하는 나는 도대체 뭘까?
멋있는 후드티에 이쁜 바지까지 입고 마지막으로 그동안 아껴왔던 신발까지 신어서 보면 먼가 마음에 안 들고 색조합 혹은 옷의 재질등이 이상해 보인다. 혹여나 내가 누군가한테 잘 보이고 싶다면 더더욱 그럴 것이다. 괜히 색깔조합이 안 맞는 양말과 먼가 칙칙해 보이고 오래되어 보이는 패딩에 크게 남들이 보았을 때 크게 문제 되어 보이지는 않지만 스스로에게 기준이 엄격해지고 문제 삼아 그 옷을 입지 않기로 결정한다.
새로운 옷을 사기에는 돈이 아까운 것 같고 그렇다고 현재 있는 옷을 입기에는 아쉬는 이 애매한 감정이 남들이 보았을 때 나에게 주는 영향력이 크게 영향이 미칠 만큼 그렇게 크지 않다는 것을 사람들은 잘 모른다. 패션업계 혹은 옷에 관해서 굉장히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회사 거나 조직이라면 충분히 납득하겠지만, 다소 평범하거나 혹은 굳이 패션에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되는 업종에서의 이런 감정은 딱히 좋아 보일 것 같지는 않다.
지금의 나를 다시 돌아본다면 옷이 없다는 것은 자신감 부족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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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완벽한 옷이라는 것은 없다.
내가 당장 출근하면서 혹은 등교를 하면서 지나갔던 사람들의 옷차림을 기억하는가? 어떤 옷을 입고 어떤 장르로 그들의 몸을 꾸몄는지 솔직히 기억하는 사람은 많이 없을 것이다. 심지어 나와 오늘 만난 나의 지인들 조차 어떤 색의 옷을 입었는 것은 기억하지만 그것이 어떤 재질이고 어떤 의도로 입었는지 기억하는 사람도 많지는 않을 것이다. 옷은 나의 모습을 더 빛나게 해주는 역할을 하지만 그렇다고 옷을 잘 입는다고 나의 진심이나 품격이 드러나지는 않는다.
결국 입을 옷이 있다는 것은 결국 사람들의 눈치를 보는 나를 위한 자기만족일 뿐이다. 너무 많이 입은 옷들은 다른 사람들은 아무리 생각해도 본인이 많이 입었는지도 모르고 색감이 어울리지 않은 옷이라고 하면 어떤 다른 사람에게는 어울리고 정말 멋진 옷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나 스스로에 대한 비교는 본인 자신밖에 모른다. 네가 어떤 옷을 얼마나 가지고 몇 번을 입었는지는 나 자신밖에 모른다는 뜻이다. 인스타 혹은 여러 매체들을 보면서 나의 기준은 점점 100에서 200으로 올라가고 있지 않은가 돌이켜 볼 필요는 있다. 나에 대한 기준이 조금씩 높아진다는 것은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할 수 있지만 작은 계단처럼 천천히 내가 올라갈 수 있는 기준이 아닌 갑자기 높은 벽하나 가 생겨서 자신을 막고 있지는 않은지 생각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스트레스를 받는 것도 나의 선택일까?
완벽을 추구하는 사람들에게 이런 사소한 것들에게도 신경이 많이 쓰이는 경우가 많다. 특히 완벽에 집착하는 사람일수록 사소한 요소들에 더 많이 신경이 쓰이고 전체적인 나의 모습과 나의 진가를 보지 못한다. 지금 우리는 아직 부족하다는 생각을 잠시 접어두고 지금 가지고 있는 것에 만족하는 습관을 기른다면 예전보다 옷을 고를 때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도 않을 것이며 새 옷을 사서 잠깐 동안 입고 다시 옷장 속에 집어넣어 내 기억에서 점점 사라지는 현상이 줄어들 것이다.
지금 제일 중요한 것은 나에게는 옷보다 소중한 가치가 있으며 옷뿐만 아니라 그 어떤 것이라도 현재 가지고 있는 물건들에 대한 소중했던 순간과 기억들을 다시 회상하면서 느낄 필요가 있다. 지나치게 부족하다는 생각은 스스로를 결핍하고 낮은 자존감을 만든다. 그런 생각은 나 스스로가 아니면 그 누구도 네가 부족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결국 너의 가치관과 너의 의사가 현재의 나를 만든다.
완벽함에 있어서 스스로에게 가혹하지만 나에 대한 기준을 조금만 내려보면 부족한 부분보다는 만족하고 충분하다는 생각을 가지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