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준이 맞는 사람과 만나야지"

어머니는 왜 나에게 이런 말을 하시는 걸까?

by 감정수집

어머니가 자주 하는 말이 있다. "수준이 맞는 사람과 만나야지" 최근까지 나는 이 말을 오해하고 있었다. 우리가 가진 것이 없으니 상대방도 가진 것이 없어야 한다는 뜻으로 말이다. 물질이 지휘가 되고 서열을 만든다는 뭐 그런 의미로 생각했다. 그러던 것이 이제야 그 말의 의미를 어렴풋이 찾아냈다. "수준이 맞는 사람과 만나야지"라는 건 둘의 관계를 두고 한 말이 아니고 나의 태도에 대한 이야기인 것이고, 더하여 나를 걱정하면서도 가르침을 주려는 말이다.


우리 집은 금전적으로 상당히 어렵게 살아왔다. 그러니 물질적으로 많은 것을 가진 집안과의 가정생활은 서열의 불균형을 일으켜 아들의 정신적 안정을 해칠 테고, 내가 그런 불균형 속에 살 수 없는 성격임을 알기에 그 관계를 엎으려 과도한 욕심을 부리진 않을까 싶으셨나 보다. 그리고 그보다 중요한 것은 물질의 소유만이 모든 누림을 주지 않기에 비슷한 성향을(물질적으로 비슷하면서도, 나와 같은 성향을 가진 사람) 가진 사람과 만나 가진 것으로도 충분히 누릴 수 있는 사람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그런 이야기를 한 것이다.


결국 태도라는 건 삶을 영위하는 태도다. 뭐라도 쥐어보려 발버둥 치지 말고 인생을 향유하고 즐기라는 것이다. (그래도 항상 기본적인 삶을 유지할 정도는 일궈 놓으라고 한다. 그 기준이 어디쯤인지는 누구도 모를 일이긴 하지만, ㅎㅎㅎ)


행여 모든 것을 모두가 같이 누릴 수 있다면 소유욕이 해결될까?라는 생각도 했지만 그도 어렵다. 차, 돈, 음식과 같은 것은 한정성이 없지만(엄밀히 따지면 한정적이지만) 토지, 사람, 사랑과 같은 것은 한정적이기에 모두가 모든 것을 같이 누린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최근 지인과의 대화에서 "모든 물질이 풍족한 세계에서 인간의 욕심은 그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그럼 본능이 남겠지"라는 즉각적 대답을 받기도 했다. 그 본능도 소유라면 소유라 할 수 있을 것이고, 그렇지 않더라도 인간은 한정 속에 다시 소유욕을 발동시킬 것이 분명하다. 이런 것들을 비추어 보면 분명 물질적 풍요가 인간의 소유 욕망을 해결해 주진 못하는 것 같다.


가진 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을 누릴 수 있다. 운이 좋아 더 많은 부를 가지게 된다면 또 그것으로 누리면 된다. 자신의 없음을 부끄러워하고 있음을 탐하면 시기와 욕심이 발동되어 남을 해하며 부를 축척하려 할 테다. 그런데 있음을 부정하는 것도 어리석다. 자연스레 들어오는 것들을 거부하는 것은 고고한 태도가 아니다. 그것을 거부하는 것은 그것에 먹힐까, 그것에 지배당할까 두려워하고 회피하는 행위다. 많음과 적음을 떠나 그것을 맞이하는 태도가 지배적이라면 제 아무리 많은 금은보화에도 얽매이지 않고 누릴 수 있다.


물론 어머니가 나에게 이것들을 명확히 설명할만한 지식을 갖추진 못했다. 하지만 그런 말이 있잖은가? 공부는 먼저 배워도 인생은 먼저 배울 수 없다고. 내가 그랬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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