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험의 신봉자
높은 지휘, 높은 서열, 주로 많이 가진 자에 의해 자주 언급되는 조언. 그들이 왜 참견을 하는지 곰곰이 생각해 본 적이 있는데, 결론은 의외로 간단했다. 그것은 자신이 가진 것을 합리화, 보편화하려는 노력이다.
상대방(타인)의 상황이 자신의 경험 혹은 자신이 알고 있는 지식과 일치할 것이라고 판단하고 상대방에게 강요하는 행위
내가 꼰대를 정의하는 방법이다. 자신의 경험을 마치 정답인 마냥 타인에게 강요하는 사람을 말하는데, 자신의 경험을 보편화하는 사람일지라도 꼰대가 아닐 수 있다. 내적으로 고지식하더라도 반드시 외적 표현에 강요가 있어야만 한다. 그러니 과거엔 꼰대라는 단어가 늙은 사람을 지칭함이 내포되었으나 지금은 젊은 꼰대도 발생한다. 혹시 꼰대라는 말이 정식화된다면 다음과 같이 제안한다.
꼰대: 지식과 경험의 안주자
보편화, 합리화되기 어려운 주제에 관해 자신의 지식과 경험에 안주하며 타인이 자신 안으로 들어오기를 강요하는 자
꼰대가 이러이 정의된다면 다음과 같은 행위들이 꼰대적 행위라 할 수 있을 테다. 부부관계에서 물건을 사용하고 제자리에 두지 않는다고 질타하는 것, 식사 후 바로 설거지해야 한다고 하는 것, 음식물 쓰레기를 바로바로 버려야 한다고 강요하는 것. 부모 자식 관계에선 공부를 강요하는 것, 머리를 기르거나 염색을 못하게 하는 것(90년대 최대의 화두). 사장(선임)과 직원 간 휴식 취하는 것을 나무라거나, 퇴근을 자유로이 못하게 하는 것, 휴가를 자유롭게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것. 친구 관계에선 자신이 아는 것을 강요하는 행위. 역시 가장 익히 알려진 것은 고부관계일 테다.
처음엔 꼰대적 행위가 종법 제도적 익숙함이 만들어낸 권위의식에서 나오는 것이라 생각했는데, 꼰대가 어떤 형태로 나타나는지 살펴보니 꼭 세대 간 차이로만 나오지 않는 게 아니라 주관적 경험, 지식을 합리화하려는 악행에서 나온다는 걸 알았다. 그래서 젊은 꼰대라는 말이 자주 나오지 않나라는 생각도 든다.
내가 겪는 꼰대 행위를 예로 들면, 주말마다 운동할 때 지나치게 참견하는 사람이 있다. 정작 본인은 잘 못함에도 불구하고 운동은 잘 하는 것과 잘 가르치는 것이 다르다며 온라인에 떠다니는 지식과 자신의 경험을 조합해 남을 가르치려 든다. 그리곤 나에게 지나칠 정도로 강요한다. 이런 유형은 꼭 나이가 많지 않을지라도 주변에 많이 있다. 다만 경험상 나이가 많은 분들로부터 이런 강요를 많이 받는 건 사실이다.
꼰대가 나쁜 이유는 내가 꼰대를 정의한 내용에 나타나 있는데, 자신의 경험이나 지식을 신봉, 심지어 신격화하고 보편화, 객관화하려 하며 남에게 강요함에서다. 마치 모든 행위가 원래 그래야 했던 것처럼 지식에 기대고 인간의 자율성을 회피한다.
꼰대적 참견과 조언은 그의 발전적 경향으로 발생한다기보다 그가 소유한 소유물(지식, 경험, 물질)을 합리화하려는 의도로 발생한다. 이런 행위를 강요받는 사람은 알고 자는 노력을 박탈당하고 개인의 자유의지를 빼앗긴다. 심지어 강요된 꼰대 행위가 학습되기도 한다.
그저 잘 들어주면 될 것 같다. 모든 사람은 다르다는 걸 인정하고 있는 그대로를 받아 들어야 하겠지만, 인생이 그리 쉬운가? 단체 활동에서 피할 수 없는 상황을 마주하기에 나는 이런 방법을 쓴다.
1. 스스로의 이야기에 논리와 타당성을 충분히 내포하도록 준비한다.
2. 타인이 요구하는 경우에만 이야기한다.
꼰대라는 평을 받는 상황은 주로 주체자가 상위의 위치에 있는 경우다. 이런 경우 시도해 볼 수 있는 방법은 대화의 환경을 조성하는 것인데, 나와 타인 간 좁히기 어려운 성향 차이를 발전적인 방향으로 나아가게 끔 서로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방법이다.
꼰대 행위에 대처하기 위한 방법을 3가지로 나누어 보았다.(내 맘대로 만들어 본 대처 방법이니 많은 야유와 질타가 필요하리)
긍정 태도
긍정 태도는 다시 단순 긍정과 합리적 긍정으로 나누는데, 단순 긍정은 "아 네 맞습니다"라며 고민 없이 받아들이는 태도다. 스스로의 생각은 관심이 없고, 상대방의 말을 믿던 그러지 않던 그냥 그대로를 받아들이며 비위를 맞춰주는 태도다. 합리적 긍정은 상대방을 안정시키며 자신의 의도를 기분 나쁘지 않게 전달하려는 태도이다.
중립 태도
중립 태도는 "아 그래요"와 같이 무관심으로 일관하는 태도로 그가 어떤 말을 하던 교감을 회피하는 태도다.
부정 태도
부정 태도는 "아니오 요즘은 그렇지 않아요", "그게 아니고요"처럼 싫음을 즉각적으로 감정적이게 표현하거나 논리적으로 반박하는 태도이다.
합리적 긍정 방법이 가장 이상적 방법이겠으나 실제 그것이 가능한 경우는 매우 드물겠다. 대부 부은 개인의 성향에 따라 단순 긍정이거나 중립적이거나 부정 태도로 반박하는 것 같다. 혹시 부정 태도로 상대하는 경우 자신이 꼰대적 행위를 하는 건 아닌지 고려해 봐야겠다. "요즘 사람은 안 그래요"라는 말 자체도 꼰대적 행위가 될 수 있으니 말이다. 이런 말이 기성세대의 종법 제도적 성향에 투쟁하는 용감함으로 생각될 수 있지만 논리적 타당성 없이 내뱉는 이런 태도가 인정받으리라 착각하면 안 된다.
합리적 긍정이게 끔 노력하려도 개인의 성향 때문에 쉽지 않은 사람이 있다. 나 또한 그런 사람이다. 주변에 그것을 잘 하는 사람을 보면 흔히 말하는 처세술이 뛰어난 사람인 경우가 많은 것 같다. 나의 롤 모델이 되는 친구가 있는데 처음 그 친구의 처세술을 맞이 했을 땐 매우 배타적이었다. 그러나 회피하기 위한 처세술이 아니라 상황을 부드럽게, 자신의 의도대로 이끌어 가는 것을 보며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익혀보리라 마음먹기도 했지만 막상 꼰대 상황을 겪고 나면 나도 모르게 생긴 대로 살자라는 말이 튀어나와 버린다.
나이가 하나씩 차며 꼰대가 되지 않으리 다짐하나 쉽지 않다. 내가 정의하고 해석한 정의가 정답이 아니니 설사 내 기준에선 꼰대가 아니더라도 다른 사람 기준에는 어찌 될지 모르니 말이다. 우리는 꼰대라는 표현을 세대 간 분쟁에 상대를 비하하는 말로 흔히 사용한다. 그런데 꼰대라는 표현, 어쩌면 우리가 겪는 사회현상을 풀어나갈 열쇠가 될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