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의 목적

백수의 탄생 1화

by 감정수집

내가 백수라니! 내가 백수라니!!!

직장 6년, 스타트업 3년 도중 스스로의 본성에 눈을 뜨고 그달부로(그날은 아니었고) 때려친 회사. 그만두자 생각한 날부터 지금까지 35년 배워온 모든 감정 답습 중이다. 게다가 그것들이 마구 섞여버리는 바람에 정신적 혼수상태에 이르기도 한다.


백수는 때때로 인생을 거세당한 듯한 자괴감에 휩싸이기도 한다.


20대 졸업 후 백수와 직장 생활 중 백수는 차이가 있는데, 취준생으로의 백수는 자멸감과 자괴감을 견뎌야 하지만 직장생활 후 백수는 선택적 자유를 얻은 대가로 불안감을 버텨야 한다.



백수의 시작

갑자기 회사를 그만뒀다면 대부분은 사회적 불만이 극에 달해 그만둔 것으로 생각하겠지만 회사생활의 불만으로 그만둔 건 아니다.(물론 완벽히 그런 것은 아닐 테지만) 미래에 대한 준비가 20대 시절은 막연한 밑그림을 그리는 수준이었다면 이젠 수정, 보완하며 밑그림을 완성시켜야 하는 단계로 시간을 갖고자 했다. 물론 직장생활을 유지하면서도 가능할 일이나 난 백수를 택했다. 더 진중하고 신중하게 스케치를 완성시키겠다는 의도가 변명이랄까?


최종 단계는 밑그림에 아름다운 색채를 입혀나가는 것이겠는데, 어쩌면 완성된 나는 이기적이고 나쁜 사람이 될 수도 있겠다. 그저 그런 어른처럼(꼰대처럼). 나는 삶의 경험이 무의식적, 근본적 윤리성을 확립했다고 생각한다. 어린 시절 뇌 발달 과정에서 그리고 20대 이후 인간 뇌의 가소성(뇌가 계속 변하는 성질을 말한다)으로 주변 환경을 통해 형성된 뇌 구조체계가 인격을 형성한다고 말이다.


사람들은 자기 자신을 스스로가 가장 잘 안다고 생각하지만 정작 인간은 본인을 가장 모른다. 그러니 백수가 된 것은 자기 자신에게 더 다가서려는 노력이다. 지금의 나를 이해하고 지금 가진 장점을 더 극대화하려는 열정이다. 지금까지 겪어온 인생 중 이기적인 것이 나를 더 즐겁게 했다면 나는 더 이기적인 사람이 될 수 있다. 물론 뇌 가소성은 이 후 모든 사람이 원하는 차원으로 윤리체계를 바꿔 나갈 수 있겠지만 매우 어려운 일이기에 지금의 내가 가진 장점을 더 극대화하는 것이 현명하리라 생각한 이유다.


나의 고뇌가 절망에 빠지지 않기를



백수의 자유는 형벌이다

백수에게 자유는 형벌이다. 구속 없는 자에게 내리는 불안감이 죄목이다. 타인과 비교된 상대적 좌절감으로 자기 마음의 블랙홀 속에 제 발로 걸어 들어가기도 하는데, 자유라는 벌을 치르기 위해선 끝없이 스스로를 구속하고 반성해야 한다. 나의 경우 상대적 좌절감은 쉽게 벗어낸다. 누가 뭐래든 스스로 결정한 인생이 최고라 생각하니. 하지만 최고라 생각하는 결정, 그 결정을 위해 수반되는 불안감으로 수많은 베타적 감정들이 발생하니 그것을 달게 받는 시간이 고통이겠다.


어딘가로 기대지 않는 자유란 백수뿐 아니라 그런 방식의 삶 자체가 평생토록 불안감을 떨칠 수 없게 하는데, 죽음에 다달아서도 마찬가지 일 것 같다. 그러니 그것을 억누를 정도의 자기 확신 무장을 위해 오랜 기간 깊은 생각을 해야겠고, 되려 정신적 혼수상태에 빠지지 않으려 주변의 조언자, 독서, 운동, 단순노동, 가족과의 활동에 더 충실해야겠다.


자유라는 형벌은 직장생활보다, 학창 시절 시험기간 보다 더 엄격한 생활을 요구한다. 평일은 6시 기상으로부터 잠자리 들기 전 11시까지 학습과 독서 그리고 글쓰기 연습을 끝없이 반복하는데, 일과 동안 잠깐의 낮잠과 간혹 들리는 코인 노래방을 제외하곤 쉬지 않는다.(요즘 독서에 미쳐있는 것을 보면 정말 미친 건 아닌가 생각이 든다)


자유의 형벌을 이겨내려 스스로가 블랙홀로 걸어들어가는 사태가 발생하지 않기를



백수의 목적

결국 스스로 백수를 자처한 이유는 존재성 확립과 미래를 위함이다. 평소에도 스스로의 존재성 확립을 위해 오랜 시간을 투자해 왔는데, 이번은 그 의미가 상당히 거대하리라 본다. 수많은 철학자들이 자기 자신을 이해하려 얼마나 노력했는가? (물론 내가 철학자는 아니지만) 나는 나의 내면에 내재된 빛을 찾으려 할 테고, 그 무언가가 발휘되고, 빛나고, 발하려 할 때 세상으로 다시 뛰쳐나갈 테다.(돈 떨어져도 나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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