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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시콜콜 Jun 26. 2018

염증

#005


"처음 여기에 왔을 때 시험 삼아 심어놓은 살구나무가 이제 열매를 맺기 시작했어, 내년부터 살구 농사로 바꿔볼까 생각 중이야"
"귀농이 4년이니 농사꾼 다 됐네, 어때? 이젠 살만해?"

"여기가 좀 오지라 산짐승 때문에 걱정 많았는데, 이걸로 바꾸면 걱정을 없을 것 같아."
"하하, 그거 말고 너 말이야 좋은 직장 다니다 공부한다고 그만두질 않나, 공부는 또 얼마나 했니? 일 년도 안 돼서 내려와 버렸잖아. 우린 널 이해할 수 없어서 묻는 거야."

"아, 글쎄, 어느 순간 내 모습을 봤다고나 할까? 지금 말이야 나 어때? 얼굴은 타고, 몸은 말랐지만 여유 있어 보이지 않니? 근데, 그 공부 말야 요즘도 하고는 있어 간간이 논문도 내고 있고 말이야, 처음엔 다 버리고 이것들 키우며 틈틈이 책 읽는 재미로 사려나 싶었는데, 공부 욕심은 못 버리겠더라고"
"참나, 그럴 거면 끝까지 하지 왜 내려왔데?"

"그러게 말이다. 게다 요즘 모아놓은 돈도 바닥이라 내년부터 장사를 본격적으로 해야 할 것 같다. 너 혹시 투자해 볼 생각 없니?"
"됐다. 장사하면 많이 사 먹을게 그런 이야기 말아라, 와이프 설득할 자신 없다."

"에이~ 나 생각보다 잘 팔아 좀 줘봐."
"야, 만 원짜리 하나 줄 테니까 나가서 막걸리나 사와라 네가 키운 살구나 먹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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