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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시콜콜 Jul 03. 2018

현기증

#010_스트레스

"분명 어제까지 아무렇지 않았는데, 아니 1시간 전 까지도. 갑작스런 현기증은 몸의 짜증일까? 어쨌든 무사히 마감했으니 다행이다."


나는 가끔 현기증을 앓는다. 원인 모를 현기증. 다행인 건 바쁘거나 집중하는 중에는 찾아오지 않는다. 신기한 일이다. 일 외에 것을 즐길 시간이 없다는 건 서럽지만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 만으로 감사하다.


"넌 일을 너무 열심히 해, 분명 일 중독 증세야. 지금처럼 일하지 않았으면 처음부터 머리도 아프지 않았을 거라고"


펜만 잡으면 온갖 욕을 다 쏟아내며 스스로에게 모진 말을 뱉다가도, 마음에 드는 문장이 나오면 내 가슴은 희열 가득하다. 친구의 말에 반박할 수 없는 건 순서의 문제다. 업무의 해결로 얻어진 감정이 아니라 희열을 뽑아내려 몸을 혹사하는 건 아닐까 하는 의문, 그 의문이 중독이라는 말을 공감하게 한다.


"그래 네 말이 맞다. 이거 좀 고칠 수 없냐? 힘들어 죽겠다."


사실 고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성격을 고칠 수 있다고들 하지만 어린애들이 아니고서야 본성을 고치는 건 불가능하리라 생각하는 부류다.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남에게 드러내고 싶지는 않다. 괜한 언쟁으로 현기증을 가중시키기 싫어서다.


"넌 너무 예민해, 그렇게 예민할 필요 있니? 그냥 좀 내려놓고 살아. 남의 말도 너무 신경 쓰지 말고."


더 신경 쓰인다. 이런 말을 듣는 것조차 짜증 난다. 언제 쓰러질지 모르는 도미노가 배꼽부터 차곡차곡 놓이는 기분이다. 휴, 이러면 안되지 버리자, 버리자, 친구 말이 맞는걸 뭐. 


"그래!, 내려놔야지, 그래야지. 나가서 커피나 한잔 하자"


A4 용지가 겹겹이 쌓인다. 처음엔 입으로 불기만 해도 날아가던 종이가 어느새 집안 가득 쌓였다. 처음부터 쉬이 불어냈어야 했지만 그 때나 지금이나 돌려 말하는 방법이 미숙하다. 정확히는 불만을 정중히 표현할 줄 모른다. 그렇다고 지금에서 이 많은 것들을 토로해 내면 되려 상대방이 버거워할지 모른다. 차라리 내가 짊어지는 게 속 편하다. 오늘도 A4용지 한 장이 추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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