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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시콜콜 Jul 23. 2018

이별 후에

#026_이별

너라는 인간은 지긋해, 아직도 쭈뼛이 머리털이 서곤 해. 그때나 지금이나 형체도 없는 너의 일방적 태도가 나를 위협해.


나라고 편하진 않아. 모든 단절을 마주한 마음이 쉽게 받아들여 질리 없잖아. 혹시 너만 떼어낼 수 있다면 편할 수 있을까? 너와 함께했던 그곳에서 너만 지워낼 수 있다면 편할 수 있을까? 그런 일이 가능하긴 할까? 


풍경 속 의미 없는 모습의 껍데기는 부정되지 않아, 화면 속 너와 나 그리고 꾸며주던 모든 것들은 거부되지 않아. 아름다우니까, 그리우니까. 내가 아픈 건 그 장면만, 그 모습만 기억하고 싶어도 너라는 인간이 도저히 분리되지 않는다는 거야, 네가 투영돼, 소름 끼치게 떨치고 싶은 인간이 장면 위로 겹쳐져.


이 추억을 불태우는 건 추억이 싫어서가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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