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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시콜콜 Jul 24. 2018

마음의 방

#027_독백

#014_분리 > #027_독백



연일 이어지는 방문객으로 오늘도 대박이다. 이 일을 시작하기 전엔 시간까지 통제하는 정부를 이해할 수 없었지만 6개월 지나 보니 박수가 절로 나온다. 7시까지 장사 후 정리를 마치면 8시, 집으로 오는 길은 30분 정도다. 집에 도착하니 아들과 남편이 방을 한 껏 어지럽히며 놀고 있다. 


"어이~ 큰아들, 저녁은 잘 챙겨 먹었어?"


말썽쟁이 남편은 자연스럽다. 


"왔어? 오늘은 밖에서 사 먹었어. 아들 식성이 자기 닮았나 봐 학교에서 나오는데 내 얼굴을 보자마자 고기부터 외치지 뭐야, 1인분 포장해왔으니까 얼른 씻고 먹어"


집에만 있을 땐 식사 밸런스를 맞추려 애썼지만 장사 후엔 포기했다. 먹지 않아 속상했던 갓난아기 때를 떠올리면 지금은 아무거나 잘 먹기만 해도 감사하다.


"이야~ 역시 내가 큰 아들 잘 키웠어"


힘든 하루 끝 반신욕은 뭉친 다리뿐 아니라 영혼까지 개운해진다. 평소엔 음악을 틀고 즐기는 편이지만 오늘은 조용히 눈을 감고 노인의 말을 떠올렸다. 


(마음에 방을 10개쯤 만들어... 벌써 방을 만든 것 같은데?)


마음에 방을 만들으라니, 벌써 방을 만들었다니. 얼핏 이해는 가지만 내가 생각하는 그것이 맞을는지는 의문이다. 지금까지 살면서 감정이 크게 변할 일이 없었다. 감정 종류가 더 없어 보이는 남편은 즐거움, 슬픔, 짜증 이 세 가지 정도로 보인다. 장사를 하고서야 생각보다 사람의 감정이 많고, 작은 차이에도 다른 감정이 될 수 있음을 깨달았다. 주변에서 같이 장사하는 사람들, 손님들 그리고 노인. 그들과의 만남으로 다양한 감정이 싹트며 그 차이를 느껴가는 중이다. 혹시 그 감정들을 느낄 수 있는 곳이 방이란 말일까?


(우리 엄마한테서 독립했는가 봐... 끊을 수 없는 모성애로부터 완전히 해방되면서 오롯이 내가 된 거야)


조금도 이해할 수 없는 말이다. 방을 만들으라는 말도 어렴풋이 이해할 정도인데, 이걸 어찌 이해하려나. 모성애로부터 해방되다니.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하면 되는 건가? 마음대로 살면 되는 건가? 


너무 오래 있었던지 남편이 문을 두드린다.


"똑똑, 저기요~ 거기서 주무시면 안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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