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5_첫사랑
기숙사에서 정문까지 이어진 가로수엔 일렬로 늘어선 나무들이 여름의 뜨거운 햇살을 모두 가리고, 초입에는 여름 내내 올라오는 분수가 있다. 걸어가면 20분쯤이려나? 그녀에게 가기위해 자전거로 달린다.
그녀도 기숙사 생활을 하지만 금요일 수업을 마친 후 집에 갔다 일요일 아침 미사를 마치고 학교로 돌아온다. 지하철에서 내리는 시간은 오전 11시쯤. 우리 관계가 시작되기 전엔 저녁에 왔지만 이제 그녀도 내가 필요한 모양이다.
정문 밖을 나오면 넓은 도로와 삭막한 건물들이 위압감을 주지만 골목길 사이사이는 아직 친근한 옛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낡은 건물들 사이로 달리다 골목으로 차가 지나가는 것을 기다리려 잠시 멈췄다. 고개를 들어 보니 오늘따라 유독 푸르다. 옅게 퍼진 구름들이 기분을 묘하게 휘감는다. 자전거에서 내려 걷기 시작했다. 햇살 좋은 여름이지만 그늘진 곳은 시원하다.
지난주, 한 달 전, 두 달 전 매번 그녀는 지하철 계단을 웃는 얼굴로 올라온다. 모든 날이 웃는 표정은 아니었는데 왜 난 같은 얼굴만 기억하고 있나? 모를 일이다. 어쨌거나 오늘은 방금까지 별 일 없었으니 웃는 표정으로 올라오겠지.
지하철 출구 앞, 서서히 고개를 내려 출구를 응시했다. 몇 명의 사람이 올라오고 익숙한 머릿결이 보인다. 겨우 머리 끝이지만 단 0.1초 만에 알아챈다.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