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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시콜콜 Aug 20. 2018

"왜 스스로 외로움에 들어서니?"

#044_외로움

승우는 어려서 강직했다. 겉은 유순해 보여도 굳건한 사람이다. 승리하지 않은 경기를 이긴 것처럼 도취한 어린날을 보낸 아이였는데, 잃을 게 없으니 두려울 것도 없다는 게 친구가 매번 하던 말이었다.


그랬던 친구가 요즘은 시간에 빈틈을 두지 못한다. 혼자 있는 시간이 너무 고독하다고 한다. 개인적인 시간을 누구보다 잘 즐기던 아이였는데 지금은 혼자 있는 시간을 두려워한다. 언제 부터인가 버티기 어려워한다.


"승우야 요즘은 좀 어때?"


"응? 나야 뭐 아직도 일적인 문제가 있거나 그러진 않는데, 요즘도 허 한 느낌은 있다."


표정은 웃지만 눈빛은 서늘하다. 자존심이 강한 친구인 지라 힘든 여태껏 힘든 처지를 말해 본 적이 없는데, 지난번부터 힘든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했다.


"허 하다는 게 외롭다는 거겠지?"


"잘 모르겠다. 고독한 게 외로운 건지 허 한 건지, 한국말 참 어렵네."


"한국말이 어려운 게 아니라 네가 어려운 거 같다. 아이고, 내가 뭐 해줄 게 있겠니 그냥 외로울 때 만나서 얘기나 자주 하자."


"그래, 좋지. 그런데, 사실 친구들과 만나도, 만나는 중에도 그 쓸쓸한 감정이 완벽히 씻겨나가진 않는 거 같아. 다소 덜어내 지긴 하는데, 집에 가자마자 또 그러더라고."


승우가 지금 힘들어하는 건 그동안 너무 바쁜 시간을 보내느라 여유마저도 일처럼 사용해 왔던 이유인 것 같다. 진짜 아무것도 고민할 필요 없는 여유랄 것을 누려보지 못했다는 말이다.


"넌 너무 열심히 산 게 문제야. 좀 대충 살아."


"내가 대충 살 시간이 있었냐? 한시도 허덕이지 않은 적이 없었는데 어쩌겠냐. 모르겠다. 너 말대로 좀 대충 살걸 그랬나 보다. 열심히 살았어도 남은 거 하나 없는데."


자신이 놓인 처지에서 어떻게든 뛰어넘으려 최선을 다 했다. 모두들 그런 승우를 대단하다고 생각했지만. 본인 스스로는 이룬 것이 없으니 답답했는 모양이다.


"너 그렇게 능력 좋은데 뭘 걱정이냐, 지금도 가진 거 없으니 예전처럼 당당하게 살아, 딱히 금전적으로 가진건 없어도 그동안 쌓아온 능력은 누구나 인정하니까 힘들어하지 말라고. 정신병이 누가 널 아프게 하고 싶다고 생기는 거 아니다. 그거 너 스스로 만들어 내는 거야, 떨쳐내려 해야지 왜 자꾸 스스로 들어가려 그러니."


예전 같았으면 바로 반박했을 친구인데 요즘은 그러지 않는다. 논리적으로 따지기 시작하면 매번 내가 지는데, 요즘은 내가 무슨 말을 해도 그냥 받아들인다.


"그래. 너 말이 맞는 거 같다. 요즘 왜 이러냐?"


"너 요즘 너무 고분고분하니까 내가 뭐 더 덧붙일 마음도 안 생긴다."


"그러냐? 지금껏 맞다고 생각해 행동하고 말했던 모든 것들이 과연 맞았던 건가 라는 고민도 많이 한다. 열심히 살았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돌이켜 보면 미친 듯이 열심히 했던 건 아닌 거 같기도 하고. 그 노력이란 것도 진짜 노력이었는지, 네가 말하는 능력이란 게 진짜 능력이라 불릴만한 건지 라는 생각도 들고 그런다.


"너 뭐 도 닦니? 역시 네가 제일 어렵다."


과연 끝이 있는 생각을 하는 건지 의문이 든다. 스스로가 정답이라 생각하는 게 정답이라 믿으면 될 것을. 나도 생각이 많은 사람이라 생각했는데, 승우는 생각을 뛰어넘은 생각을 하는 사람 같다. 내 입장에서야 별 쓸데없는 생각 같은데, 나름대로 가치 있다 생각하는 모양이다.


"나도 그러고 싶은데 이상하게 생각이 길어지냐, 아무래도 술이 답인 것 같다. 뇌 기능을 좀 정지시켜야 마음이 편해지려나 보다."


"그래, 술이 답이다. 술이나 한 잔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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