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사하다 간사해

중요한 것과 중요하지 않은 것의 경계는 어디일까?

by 감정수집

부평구청에서 시작되는 7호선은 시작부터 사람이 많은지라, 초입인 5번째 정거장임에도 불구하고 좌석이 없다.


앉기만 해도 좋겠다



아침은 그런 스트레스로 시작한다. 한 시간 반에 달하는 지하철 여행길을 서서 가긴 너무 힘드니까. 내릴 때까지 서서 가는 일은 없지만 운 없으면 한 시간이나 서서 갈 때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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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담-뚝섬유원지, 딱 한 코스 1분이나 될까? 지하철이 지하를 벗어나는 시간이. 무척 짧지만 그 찰나, 많은 감정이 파고든다 설렘, 희망, 감동... 요즘 더 많고, 더 깊은 느낌을 받고 싶은 나머지 뇌를 교란시키기도 한다.


거길 지날 때면
기분이 좋아져
감동이 솟아
용기가 생겨!!!



생각보다 효과가 좋다. 아침엔 한강으로 비치는 햇살이 저녁엔 야경이 가슴을 뻥 뚫어버린다. 또 공원, 무엇보다 푸른 잔디밭을 볼 때면 절로 떠오르는 생각이 있다.


저기서 맥주 한 캔 하면 끝내 주겠다



그도 마찬가지로 상상뿐이지만 기분이 좋다. 시원한 맥주와 친구들, 그뿐이라도 좋을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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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으로 돌아오는 길. 돌아오는 지하철은 다행히 다르다. 강남 근처까지 오면 빼곡히 들어차지만 내가 타는 곳에서 자리가 나지 않는 경우는 드물다.


한 시간 반을 가야 하는데
구석 자리 좀 있었으면



사람 많을 땐 앉기만 해도 좋겠다더니, 자리가 남으니 이건 또 뭐람. 이런 정도의 간사함이 무슨 대수겠냐마는
삶의 여러 부분에서 스스로의 간사함을 자각하지 못하는 경우가 얼마나 많을까 라는 것.

사소한 것에서 이면을 깨닫는 것이 사람을 상대하거나 세상을 판단할 때, 우리들이 기존에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인 인간관계나 세상으로 행하는 다양한 활동들의 비틀림 정도를 판단하는 가늠자 역할이 되기도 한다.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중요하고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은 하찮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살다 보니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일은 언제나 스스로를 합리화 하기 마련이더라. 그러니 삶의 도처에서 일깨워진, 우리가 작아 중요하지 않다고 치부했던 조그만 생각과 행동의 불일치들이 스스로를 판단하는 잣대의 역할로서 충분히 괜찮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법이 중요하다고 떠들지만 정작 신호등 하나 못 지키는 것, 세상을 보호해야 한다는데 동의하면서 껌종이 버리는 것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그런 행동들 말이다.

(중요하다는 것과 중요하지 않은 것이 무슨 차이 인가를 구분하는 것도 매우 어려운 일이니 그 부분은 직관적인 판단에 맡기도록 하자.)

생각보다 큰 것으로 깨닫는 건 많지 않은 것 같다. 처음엔 그렇다고 생각해도 면밀히 들여다보면 사실은 그 속의 작은 일들 때문에 깨닫는 경우가 더 많았다.

라며, 빈 좌석들을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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