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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시콜콜 Nov 02. 2018

감정 수집

#069_수집

쉴 새 없이 바쁜 며칠을 소화한 후 몸은 무겁지만 마음은 가벼이 집으로 들어선다. 겨우 잠만 자던 집안이 깨끗할 리 없다. 피곤하지만 이대로 잠을 청할 수 없어 정리를 시작한다. 청소를 마치니 저녁 10시, 3시간이나 걸렸는데 몸이 개운하다. 내일 일정이 없는 이유일 테지.


떠나고 싶어 졌다. 저녁 늦게라도 떠나고 싶어 한참을 서성이다, 끝내 포기하고 바람이라도 쐬려 공원을 나선다. 나 홀로 공원, 제법 불어오는 찬 바람이 옷 사이로 스미어 살갗을 긁는다. 약간의 외로움이 느긋히 내려앉은 여유 위로 겹치니 한껏 감성적이다. 


한 없이 걷는다. 조그만 공원 돌고 또 돈다. 정처 없이 걷고 걸어 바람 타고, 빛 타고 넘어오는 감정들로 가득 채운다. 많이 벌면 드는 감정, 맛있는 거 먹으면 드는 감정, 사랑하면 드는 감정, 웃기면 드는 감정, 슬프면 드는 감정 그리고 수많은 감정들. 하나하나 음미한다. 이것이 삶인가? 결국 감정 모으는 게 인생이던가? 감정 수집하는 게 인생이라면 오늘 절반은 채우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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