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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시콜콜 Oct 30. 2018

불안

#068_불안

아주 오래된 책, 누렇게 마른 얇은 책을 골랐다.

불씨 지피기 딱 좋은 땔감이다.

한쪽 모퉁이부터 불길을 올려 반쯤 타들어갈 때

가득 쌓인 책과 물건들 위로 던졌다.


무엇이 두려워 스스로를 가리막 쳤을까? 잃을까 봐?

쥐고 있었다. 힘이 풀리면 놓쳐버릴 것을 모른 채,

움켜쥐고 있었기에 불안했고, 테두리 쳤다.


방안 가득 나를 채우던 책과 물건들,

몽땅 태우려 마음먹고서야 깊이 담기지 못한 응어리 임을 알았다.

그것들로부터 해방돼야 내가 나 스스로임을 알았다.


모두 불태운다. 하얀 재만 날릴 때까지 불길을 올린다.

아까우리란 고민도 있었지만 후련함이 크다.

저 불타 없어진 것들이 아닌,

나 스스로가 땅을 딛고 세상에 서게 됐으니.


이제 마음속 응어리도 모두 불태워야겠다.

정말 불 지르고 싶었던 것들은 그것들이 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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