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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시콜콜 Nov 13. 2018

새벽 공기

#071_새벽

기상과 동시에 창으로 얼굴을 내밀어 맑은 공기를 취한다. 처음 이곳으로 이사 왔을 땐 밤새 채워진 탁한 공기에 보인 예민한 행동이었지만, 요즘은 하루의 시작, 마음을 준비하는 일이다.


밤새 잠자리를 괴롭혔을지 모르는 나쁜 기억과 스스로를 수렁에 내미는 의미 없는 고민들이 아침 이슬 머금은 공기로 완전히 녹아내린다. 겨우 주먹만 한 심장에 지난날의 슬픔까지 보관될 공간은 없다. 사랑 하나 채우려도 부족한 가슴이기에 잔 찌꺼기 조차 남기지 않고 모두 씻어낸다. 


아침 공기를 맞이하는 일 따위가 어찌 나를 다스리는 방법이 됐을까? 깊은 고민에 잠기려다, 그저 나이를 먹어가는 탓이라 떠넘기며 머릿속까지 비운다. 그래서 좋은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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