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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시콜콜 Dec 02. 2018

횡단보도

#075_횡단보도

신호등 앞 잠시의 멈춤이 끝나고, 초록불로 시작된 황량함은 도로 중앙선에 가까워질수록 짙어진다. 깜빡깜빡, 반대편에 다다랐을 때 다시 사라진 쓸쓸함. 비좁은 시야와 엔진 소리들로 머릿속은 생각할 공간을 잃는다.


“지구가 이렇게 크구나”


신호를 기다리는 잠깐의 시간마저도 솟은 건물들로 방해받지만 구역을 교차하려 발길을 옮기는 순간 느낄 수 있다. 광활함을.


높디높은 빌딩과 수많은 자동차들 헤아리는 것은 마음가짐이겠지마는 곧게 뻗은 소실점의 마침점은 찍을 수 없다.  빽빽한 도심 속, 지평선 너머를 상상케 하는 곳은 오직 그곳뿐이다.


노란선에서야 고조에 이르는 공허함, 뻑뻑한 일상의 응어리진 마음은 풀어헤쳐지고 부질없음이 아닌 채울 수 있음의 가능성 극에 달하는 곳, 이 편도 저 편도 아닌 경계의 한가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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