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시시콜콜 Dec 18. 2018

우두커니

#078_우두커니

찬 바람 반가우리 만치 헛헛한 길, 간혹 지나는 차 아니면 시간의 흐름조차 인식할 수 없다. 무얼 찾는지, 무얼 생각하는지 무얼 기다리는지 조차 모른 채 그저 응시한다. 감각들을 차단한 채 그저 봤다. 무엇도, 아무것도 느끼기 싫었다. 왜 이러는지 조차 알 수 없다.


전화를 꺼냈다. 이대론 나조차 잊을까 봐.


"케빈 시험 잘 봤니?"


"아니 망쳤는데, 시험 끝나고 뒤풀이로 술은 많이 마셨지"


오늘 진급시험이라며 주말 내내 걱정하던 친구다. 그 심정 달래줄 길 없고, 그도 내 마음을 이해해 줄 친구는 아니지만 통화만으로도 충분하다. 간혹 내 감정을 말할 때면 지랄병이라며 약도 없다 놀리기도 한다.


"아이고, 해장은 했냐?"


"어, 아침에 지각했다. 이 시간에 뭔 일이냐? 또 무슨 일 있어?"


"아니 무슨 일 있는 건 아닌데, "


"어딘데?"


"그냥 밖이야 집에 가다가 지나다니는 자동차 구경하고 있다."


"아이고, 루커스 또 지랄병 났구먼 빨리 집에 가서 잠이나 자라"


"그래 알았다. 주말에 밥이나 같이 먹읍시다."


"알았다. 들어가 쉬어"


"그래"


무겁다. 무거운 양 발 떼지 못하고 우두커니 섰다. 전화통화에 기분은 나아졌지만 한 켠의 허전함은 채워지지 않나 보다. 어둑한 공기조차 무겁다.


겨우 30미터 앞인 집이 3킬로쯤이나 되어 보인다. 이대론 발길이 떨어지더라도 집으로 가고 싶지 않다.


몇 번의 헛기침을 하고야 움직였다. 집으론 쉽사리 향해지지 않아 공원 벤치로 향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야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