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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시콜콜 Dec 12. 2018

야근

#077_적막

혼자 남은 사무실의 적막함을 가시는 건 창 너머 들리는 자동차 소리와 키보드 소리 정도.


새벽 2시 넘어가는 시간, 위자 뒤로 기대 천장을 본다. 사무실 구석구석을 훑다 모퉁이 구석에서 반대족 구석으로 눈알을 굴린다. 걸어가자면 겨우 15걸음 남짓인 공간이 나를 집어삼킬 듯 커져가는 건 외로움 때문일까? 잠시나마 쉴 곳 없는 마음이 쪼그라들어 버린 걸까?


일 따위에 기댔다. 그 안에 내가 있었다. 그것이 아니면 내가 없었다. 오롯이 그 안에만 있었지 밖으로 뛰어나와 심장을 요동시키지 못했다. 해야 하는 일들, 꼭 오늘 해야 했던 걸까?


몸을 일으켜 컴퓨터를 끈다. 당장 아침에 전달해야 할 자료들이 있지만 마무리짓지 않은 채 중단했다. 굳이 열심히 할 필요 없었나라는 생각은 이 정도라면 어떻게든 진행되겠지라는 안도에서 나오는 듯하다.


사무실을 벗어나 계단을 내려갈수록 세상의 소리가 요란해진다. 3시가 다가오는 새벽에도 눈부시다. 건물 입구에 서서 그것들을 바라보자니 되려 개운하다. 조금의 걱정 조차 녹아내린다.


도로변 앙상한 나뭇가지 사이로 달이 보였다 숨기를 반복한다. "나무가 달을 가린다고 달이 없는 것은 아닌데" 르네 마그리트의 그림을 떠올리며 스스로를 되돌아본다. 고작 그 일 하나 못 마친다고 내가 어떻게 되는 것은 아닌데, 나쁜 소리를 듣는다고, 칭찬을 못 듣는다고 내 가치가 없는건 아닌데. 나는 그냥 나인데.


내일은 파일만 전달하고 쉬어야겠다. 이런 마음가짐이라면 내일 당장 회사를 그만두게 될지 모른다는 희망에 쪼그라든 내 몸뚱이가 부풀어 오른다. 자동차 소리와 색색의 빛들을 느끼며 나를 찾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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